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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콩도르세의 역설은 셋 이상의 선택지를 다수결로 견주면 'A가 B를 이기고 B가 C를 이기는데 정작 C가 A를 이기는' 순환이 생길 수 있다는 발견이에요. 각자는 멀쩡하게 순서를 정했는데도 집단의 선택에는 1등이 사라지는 거죠.
먼저 인물을 딱 한 줄만 소개할게요.
마리 장 앙투안 니콜라 드 카리타, 콩도르세 후작(1743년부터 1794년까지)은 18세기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계몽사상가였어요.
그가 1785년에 낸 『다수결 확률에 대한 분석의 응용 시론』에서 투표를 수학으로 따져 보다가 묘한 사실을 하나 발견합니다.
우리는 보통 "다수가 원하는 걸 고르면 되지"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선택지가 셋 이상이면 이야기가 꼬입니다.
A와 B를 견주면 다수가 A를 좋아하고, B와 C를 견주면 다수가 B를 좋아하니, 당연히 A가 최고여야 할 것 같죠.
그런데 A와 C를 직접 붙여 보면 다수가 C를 고르는 일이 벌어질 수 있어요.
그러면 A가 B를 이기고, B가 C를 이기고, C가 다시 A를 이기면서 순위가 뱅글뱅글 돌아 버립니다.
누구를 1등이라 부를지 정할 수가 없게 되죠.
이게 바로 콩도르세의 역설이에요.
세 친구가 저녁 메뉴를 다수결로 정한다고 해봐요.
후보는 치킨, 피자, 떡볶이 세 가지예요.
각자 마음속 순서는 이렇습니다.
| 친구 | 1순위 | 2순위 | 3순위 |
|---|---|---|---|
| 지민 | 치킨 | 피자 | 떡볶이 |
| 서준 | 피자 | 떡볶이 | 치킨 |
| 하윤 | 떡볶이 | 치킨 | 피자 |
이제 둘씩 붙여 볼게요.
치킨과 피자를 비교하면 치킨을 더 위에 둔 사람이 지민, 하윤 두 명이라 치킨이 이겨요.
피자와 떡볶이를 비교하면 피자를 더 위에 둔 사람이 지민, 서준 두 명이라 피자가 이깁니다.
여기까지 보면 치킨이 최고 같아요.
그런데 치킨과 떡볶이를 붙이면, 떡볶이를 더 위에 둔 사람이 서준, 하윤 두 명이라 떡볶이가 이겨요.
정리하면 치킨은 피자를 이기고, 피자는 떡볶이를 이기고, 떡볶이는 치킨을 이깁니다.
가위바위보처럼 서로 물고 물리는 거예요.
세 사람 각자는 흔들림 없이 순서를 정했는데도, 셋을 합친 '다수의 뜻'에는 진짜 1등이 없어요.
개인은 멀쩡한데 집단의 선택만 뒤죽박죽이 되는 이 점이 콩도르세가 짚은 핵심입니다.
콩도르세는 이 문제를 그냥 두지 않았어요.
그는 모든 후보를 하나하나 1대 1로 붙여서, 다른 모두를 이기는 후보가 있으면 그를 뽑자고 제안했습니다.
이걸 '콩도르세 방법(méthode de Condorcet)'이라고 불러요.
위 예의 치킨처럼 모두를 이기는 후보가 있으면 깔끔하게 승자가 정해지죠.
그런데 방금 본 메뉴 사례는 그런 만능 승자가 없는 경우였어요.
바로 그렇게 승자가 사라지는 상황이 콩도르세의 역설이에요.
콩도르세는 순위에 점수를 매겨 합산하는 보르다(Jean-Charles de Borda)의 방식에는 강하게 반대했지만, 정작 자기 방법도 후보와 유권자가 많아지면 실제로 굴리기 어렵다고 스스로 인정했습니다.
한 가지 헷갈리기 쉬운 게 있어요.
콩도르세는 같은 책에서 '콩도르세 배심원 정리'도 내놓았는데, 이건 역설과 반대로 다수결의 힘을 보여주는 이야기예요.
사람마다 정답을 맞힐 확률이 반을 넘으면, 사람이 많아질수록 다수결이 정답일 확률이 높아진다는 내용이죠.
배심원 정리는 '다수결이 똑똑해지는' 경우, 역설은 '다수결이 순위를 못 정하는' 경우라고 나눠 기억하면 좋아요.
이 역설은 20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지금도 살아 있어요.
반장 선거, 회사 안건 투표, 대회 심사처럼 셋 이상을 두고 순위를 매기는 자리라면 어디서든 순환이 숨어 있을 수 있거든요.
"다수결로 정하면 늘 공정하다"는 믿음이 언제나 옳지는 않다는 걸 콩도르세가 수학으로 보여준 셈이에요.
그래서 표결의 순서를 어떻게 짜느냐, 어떤 방식으로 표를 세느냐가 결과를 바꿀 수 있어요.
먼저 붙는 두 후보와 나중에 붙는 후보가 달라지면 최종 승자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투표 순서를 정하는 사람이 사실상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셈이에요.
콩도르세의 역설은 셋 이상의 선택지를 다수결로 견줄 때, A가 B를, B가 C를, C가 A를 이기는 순환이 생겨 1등이 사라질 수 있다는 발견이에요.
개인의 선호는 멀쩡한데 집단의 선택만 뒤엉키는 게 특징이죠.
콩도르세는 후보를 1대 1로 붙이는 방법으로 이를 풀려 했지만 만능 승자가 없는 경우도 있다는 걸 인정했고, 이는 다수결의 힘을 말하는 배심원 정리와는 반대 방향의 이야기예요.
"다수결이면 언제나 공정하다"는 생각을 다시 보게 만드는 게 이 역설이 남긴 결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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