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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국가의 신화란, 신화가 아주 먼 옛날에 저절로 생긴 이야기로 끝난 게 아니라 근대 정치에서 사람의 감정을 흔들려고 일부러 만들어 낸 도구로 되살아났다는 카시러의 진단이에요. 저절로 믿게 되는 게 아니라 누군가 설계해서 퍼뜨린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봤어요.
밤에 캠프파이어 앞에서 누가 무서운 이야기를 하면, 말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등골이 서늘해지죠?
신화는 원래 그런 거예요.
논리로 따지기 전에 마음부터 움직이는 이야기요.
에른스트 카시러는 이 힘이 옛날에만 있었던 게 아니라고 봤어요.
20세기의 잘 배운 나라들이 갑자기 말도 안 되는 구호에 열광하는 걸 두 눈으로 본 거예요.
카시러는 1874년 독일에서 태어난 유대인 철학자인데, 1933년 나치가 권력을 잡자 독일을 떠나 영국, 스웨덴, 미국을 떠돌아야 했어요.
그러니 '왜 멀쩡한 사람들이 이런 것에 넘어갈까'라는 물음은 그에게 남의 일이 아니었죠.
그 고민을 담은 책이 세상을 떠난 뒤 1946년에 나온 『국가의 신화(The Myth of the State)』예요.
여기서 그가 내놓은 답이 바로 '근대의 정치 신화는 저절로 생긴 게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라는 진단이에요.
카시러는 원래 딱딱한 학문을 하던 사람이에요.
마르부르크 대학에서 헤르만 코헨 밑에서 공부하며, 세상을 어떻게 '아는가'를 파고드는 신칸트주의를 배웠어요.
그런데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어요.
사람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과학과 수학만이 아니라 언어, 신화, 예술, 종교까지 여러 갈래라고 본 거예요.
이 생각을 담은 책이 세 권짜리 『상징형식의 철학』인데, 1923년 언어, 1925년 신화적 사유, 1929년 인식을 차례로 다뤘어요.
핵심은 이래요.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 늘 어떤 '상징'이라는 안경을 끼고 본다는 거죠.
그래서 신화도 그에게는 미신이나 실수가 아니라, 인간이 세상을 붙잡는 하나의 진지한 방식이었어요.
여기서 무서운 뒤집기가 일어나요.
신화가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라면, 그 힘을 공장에서 물건 찍듯 일부러 만들 수도 있다는 거예요.
옛날 신화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랜 세월 천천히 자라났어요.
그런데 근대 정치의 신화는 달라요.
지도자를 신처럼 떠받드는 이야기, 특정 집단을 적으로 모는 이야기, 반복되는 구호와 거대한 행진 같은 것들이 계획적으로 설계돼서 퍼져요.
아래 차이를 보면 감이 올 거예요.
| 구분 | 옛날의 신화 | 근대의 정치 신화 |
|---|---|---|
| 생겨난 방식 | 오랜 세월 저절로 | 누군가 일부러 제작 |
| 목적 | 세상을 이해하려고 | 사람을 움직여 지배하려고 |
| 위험성 | 낮음 | 이성을 잠재워 위험 |
카시러가 겁냈던 건, 이 만들어진 신화가 사람의 판단을 마취시켜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이었어요.
카시러는 인간을 '상징적 동물(animal symbolicum)'이라고 불렀어요.
그의 말을 빌리면, 사람을 이성적 동물(animal rationale)이 아니라 상징적 동물로 정의해야 한다는 거예요.
참고로 이 표현은 1944년에 쓴 『인간론』에서 또렷하게 나와요.
무슨 뜻이냐면, 사람은 세상과 자기 사이에 늘 말과 이야기와 그림 같은 상징을 세워 두고 산다는 거예요.
이건 우리의 위대한 능력이에요.
덕분에 과학도 예술도 만들었으니까요.
하지만 바로 그 능력이 약점이 되기도 해요.
우리는 상징을 통해 세상을 보기 때문에, 누군가 그럴듯한 상징과 이야기를 심어 두면 그것을 진짜 세상으로 착각하기 쉬워요.
정치 신화는 바로 이 틈을 노려요.
그래서 카시러는 신화를 무조건 없애자고 하지 않았어요.
대신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아 두면, 다음에 같은 이야기가 찾아왔을 때 덜 속는다고 봤어요.
국가의 신화는 결국 이런 이야기예요.
신화는 사라진 옛것이 아니라, 근대 정치에서 사람을 움직이는 무기로 다시 제작됐다는 거죠.
카시러는 우리가 상징을 통해 세상을 보는 '상징적 동물'이라 이 무기에 약하다고 봤어요.
그러니 기억할 판단은 하나예요.
마음을 뜨겁게 달구는 구호가 찾아올 때, '이건 저절로 생긴 걸까, 누가 만든 걸까'를 한 번 물어보는 것.
그 작은 물음이 신화에 마취당하지 않는 첫걸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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