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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톰슨은 권리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럿이 동시에 존재하고 서로 부딪칠 수 있다고 봤어요. 누군가에게 살 권리가 있어도, 그 권리가 다른 사람의 몸을 마음대로 쓸 권리까지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에, 권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요구가 정당해지지는 않아요.
아침에 두 사람이 같은 택시를 잡았다고 해봐요.
둘 다 "내가 먼저 손 들었으니 내 차례"라고 주장해요.
권리가 서로 부딪치는 거죠.
주디스 자비스 톰슨(Judith Jarvis Thomson, 1929년~2020년)이 평생 파고든 문제가 바로 이거예요.
권리는 하나만 딱 있는 게 아니라 여럿이 동시에 존재하고, 그것들이 충돌할 때 어느 쪽이 앞서는지, 또 권리를 넘겨주거나 내려놓는 일(양도)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물었어요.
톰슨의 핵심 답은 이래요.
어떤 사람에게 권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른 사람이 무엇이든 해줘야 하는 건 아니에요.
예컨대 내게 살 권리가 있어도, 그 권리가 "네 몸을 아홉 달 동안 빌려 써도 된다"는 데까지 저절로 늘어나지는 않아요.
톰슨은 미국 MIT에서 오래 가르치며 로렌스 S. 록펠러 철학 석좌교수를 지낸 철학자로, 이 생각을 1971년 논문 'A Defense of Abortion'에서 유명한 사고실험으로 보여줬어요.
톰슨은 이렇게 상상해 보라고 해요.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내 몸의 혈관이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의 혈관과 연결돼 있어요.
그 사람은 몸이 망가져서, 앞으로 아홉 달 동안 내 순환계에 붙어 있어야만 살 수 있대요.
음악 애호가들이 밤사이 나를 데려와 몰래 연결해 놓은 거예요.
나는 동의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여기서 톰슨은 물어요.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생명권이 있는 건 맞아요.
하지만 그 생명권이 "너는 아홉 달 동안 침대에 묶여 네 몸을 내줘야 한다"는 의무까지 만들어낼까요?
대부분은 "그건 좀 심하다"고 느껴요.
그 느낌이 바로 톰슨의 논점이에요.
생명권은 더없이 소중하지만, 그 권리가 남의 신체를 마음대로 쓸 권리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만약 내가 스스로 "연결해도 좋다"고 동의했다면, 그때는 내가 내 권리의 일부를 내려놓은(양도한) 셈이라 이야기가 달라져요.
이 사고실험은 낙태 논쟁의 초점을 확 바꿔놓았어요.
시선을 태아의 권리에서 임신한 여성의 권리로 옮겼거든요.
이 논문은 미국 로 대 웨이드(Roe v. Wade, 1973년) 판결 직전에 나왔고, 낙태에 반대하는 쪽에서도 "논쟁하는 방식 자체를 바꿨다"고 인정할 만큼 영향이 컸어요.
많은 사람이 이 논문을 "태아는 인격체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글로 오해해요.
사실은 정반대예요.
톰슨은 태아가 인격체이고 생명권을 가진다는 전제를 일단 그대로 받아들여요.
그런 다음에도 여성의 신체적 자율성이 앞설 수 있다고 말해요.
상대의 권리를 부정하지 않고서도 내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거죠.
권리끼리 충돌할 때 한쪽이 반드시 다른 쪽을 이기는 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셈이에요.
톰슨 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가 트롤리 문제예요.
브레이크가 고장 난 전차가 다섯 명을 향해 달려가는데, 선로를 바꾸면 다른 한 명이 대신 죽어요.
방향을 틀어야 할까요?
흔히 이 문제를 톰슨이 처음 만들었다고 알지만, 원래 문제는 철학자 필리파 풋(Philippa Foot)이 먼저 냈어요.
톰슨은 여기에 '트롤리 문제(The Trolley Problem)'라는 이름을 붙이고, 다양한 변형을 만들어 커다란 논의로 키운 사람이에요.
트롤리 문제도 결국 권리의 충돌 이야기예요.
다섯 명의 살 권리와 한 명의 살 권리가 맞부딪칠 때,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금지되는지를 따지니까요.
두 문제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게 정리돼요.
| 사고실험 | 부딪치는 권리 | 묻는 것 |
|---|---|---|
| 바이올리니스트 | 그의 생명권 vs 나의 신체 자율성 | 생명권이 남의 몸을 쓸 권리까지 포함할까 |
| 트롤리 문제 | 다섯 명의 생명권 vs 한 명의 생명권 | 권리가 충돌할 때 무엇이 허용될까 |
톰슨은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결과주의에 반대하고, 사람에게는 함부로 넘길 수 없는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의무론(deontological) 쪽에 서서 이 문제를 풀었어요.
이 고민을 더 깊게 밀고 나간 책이 1990년의 The Realm of Rights예요.
톰슨의 '권리의 충돌과 양도'는 어렵게 들리지만 골자는 단순해요.
권리는 여러 개가 동시에 있고, 서로 부딪칠 수 있으며, 하나가 있다고 나머지가 저절로 밀리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바이올리니스트 이야기는 "생명권이 있어도 남의 몸을 쓸 권리까지는 아니다"를, 트롤리 문제는 "권리가 충돌할 때 무엇이 허용되나"를 각각 보여줘요.
다음에 "누구에게 권리가 있으니 무조건 이래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톰슨처럼 한 번 되물어 보세요.
그 권리가 정말 이 요구까지 포함하는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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