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르 그로모프: 소련 붕괴를 소설로 예언한 엔지니어 작가
설계도를 그리던 손이 문명의 부고장을 쓰기 시작했다
낮에는 시스템이 작동하게 만들었고, 밤에는 시스템이 작동을 멈추는 세계를 썼다.
알렉산드르 그로모프의 이중생활은 소련이라는 시스템 자체가 멈추면서 시작됐다.
그로모프는 모스크바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다.
배관도, 건물도 아닌, 복잡한 체계와 구조를 설계하는 사람이었다.
회사에서 10년간 매뉴얼을 쓰던 사람이 어느 날 퇴근 후 그 매뉴얼이 쓸모없어지는 세계를 소설로 쓰기 시작한 상황을 상상해보면 딱 맞다.
1991년, 소련이 붕괴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국가 시스템이 15개 나라로 쪼개지며 해체됐다.
그로모프는 그 붕괴를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지켜봤다.
건물을 짓는 사람이야말로 건물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가장 잘 안다.
그리고 그로모프는 시스템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직업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결국 그는 그 이해를 소설로 옮기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