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가 박사 10곳에서 떨어진 이유
어요.
서울대 석사를 마친 허준이는 미국 박사 과정 약 11곳에 지원했고, 단 한 곳만이 그를 받아들였습니다.
그 한 곳이 일리노이대 어배너-섐페인이었어요.
오늘날로 치면 이런 느낌이에요.
취업 면접을 11곳 봤는데 10곳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고, 딱 한 곳에서 합격 연락이 왔습니다.
그리고 그 한 곳에 입사한 사람이 결국 업계를 뒤흔든 인물이 됐어요.
그 단 한 곳에서 시작된 여정이 2022년 필즈상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그를 돌려보냈던 10개의 대학원이 지금 그를 어떻게 기억할지는, 조금 궁금하기도 해요.
허준이는 하루 3시간만 일하고 필즈상을 받았다
허준이는 새벽까지 책상을 지키는 천재가 아니에요.
그는 매일 8시간 이상 자고, 집중해서 일하는 시간은 하루 3~4시간이라고 인터뷰에서 직접 밝혔습니다.
산책을 즐기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면서요.
그러면서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 같은 수학 난제들을 잇달아 해결해냈어요.
두 문제 모두 제기된 지 수십 년이 넘도록 아무도 풀지 못한, 조합론 분야의 대표적인 미해결 과제였습니다.
조합론은 경우의 수와 수학 구조물의 패턴을 연구하는 분야예요.
리드 추측을 예로 들면, 그래프에 색을 칠하는 방법의 수가 어떤 수학적 패턴을 따르는지에 대한 문제인데, 1968년에 제기된 뒤 반세기 동안 증명되지 못한 채 남아 있었습니다.
허준이가 그걸 풀었어요.
천재는 남들보다 더 오래, 더 미친 듯이 일한다는 통념을 정면으로 뒤집는 이야기예요.
야근을 밥 먹듯 하는 동료보다 정시에 퇴근하는 사람이 더 큰 성과를 낸다는 게 실제로 가능하다는 걸, 허준이가 증명한 셈입니다.
시인을 꿈꾸던 소년이 대학원 10곳에서 거절당하고, 하루 4시간씩만 집중하며 세계 최고 수학상을 받기까지.
그 여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어쩌면, 텅 빈 강의실에 혼자 남기로 했던 그 오후였을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