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에 이름 붙인 린네가 자기 이름을 잊은 이유
1735년, 11쪽짜리 팸플릿이 신의 장부를 베끼려 했다
스물여덟 살의 칼 폰 린네가 1735년에 내놓은 첫 책은 고작 11쪽이었어요.
그런데 그 얇디얇은 소책자의 제목은 《자연의 체계(Systema Naturae)》, 지구 위 모든 생명체를 분류하겠다는 선언이었어요.
당시 유럽 학자들에게 자연을 정리한다는 건 신의 창조물을 목록으로 만드는 일이었어요.
"신이 만든 것을 우리가 알아볼 수 있으려면 이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래서 린네는 식물이든 동물이든 광물이든 모조리 이름 붙이고 칸에 집어넣으려 했어요.
방법은 단순했어요.
모든 생물에게 속명(屬名)과 종명(種名), 두 단어짜리 라틴어 이름을 붙이는 거예요.
인간은 Homo sapiens, "지혜로운 사람"이 됐어요.
11쪽짜리 팸플릿은 린네 생전에 무려 12차례 개정됐어요.
1758년에 나온 10번째 판에 이르러서야 오늘날 우리가 쓰는 생물 분류 체계의 토대가 완성됐어요.
단 11쪽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지구 생물 전체의 이름표를 바꿔놓은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