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륜이 종이를 만들고 독을 마신 이유
채륜은 후한 황실의 환관이었다
역사가 가장 길게 기억하는 발명품은, 가장 짧게 살다 간 신분의 사람이 만들었어요.
서기 105년, 채륜(蔡倫)이라는 사람이 후한 황제 화제(和帝)에게 작은 물건을 올려놓았어요.
나무껍질, 삼, 낡은 천 조각, 낡은 어망을 두드리고 거르고 말려서 만든 얇은 판이었어요.
그전까지 사람들은 죽간(竹簡)에 글을 썼어요.
죽간이란 대나무 조각들을 끈으로 엮어 만든 것으로, 책 한 권이 지금 기준으로 수십 킬로그램짜리 짐처럼 무거웠어요.
비단도 썼지만, 비단은 너무 비싸서 기록을 남기는 일 자체가 귀족의 특권이었어요.
채륜은 그 문제를 해결했는데, 정작 그 자신은 학자도 귀족도 아니었어요.
환관, 즉 황제를 가까이서 모시기 위해 어릴 때 거세를 당해 후손을 가질 수 없는 신분의 사람이었어요.
오늘로 치면 사내 말단 직원이 CEO 책상 위에 작은 시제품 하나를 올려놓는 장면이에요.
그런데 그 시제품이 이후 2000년 동안 인류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 됐어요.
후손도 남기기 어려웠던 신분의 사람이, 인류가 가장 오래 기억하는 이름 중 하나가 됐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