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오렘, 코페르니쿠스보다 200년 앞선 중세 주교
오렘은 지구가 돈다고 증명한 뒤 스스로 부정했다
코페르니쿠스가 태어나기 200년 전, 한 프랑스 주교가 지구 자전을 완벽하게 논증하고는 이렇게 덧붙였어요.
"하지만 나는 이 논증을 믿지 않습니다."
니콜라 오렘은 1377년 『천체와 세계에 관하여』를 썼어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주론, 즉 "지구는 가만히 있고 별들이 그 주위를 돈다"는 당시의 상식을 정면으로 해부한 책이에요.
그는 책 속에서 이렇게 물었어요. "별 전체가 도는 것과 지구 혼자 도는 것, 어느 쪽이 더 단순할까요?"
그리고 천천히, 치밀하게, 지구가 자전한다고 가정할 때 모든 현상이 더 깔끔하게 설명된다는 논증을 풀어놨어요.
코페르니쿠스가 1543년에 세상을 뒤집은 바로 그 주장이에요.
하지만 책의 마지막 단락에서 오렘은 갑자기 방향을 틀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과 신앙의 가르침이 그렇지 않다고 하므로, 나는 이 논증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박사 논문에서 새 이론을 완벽하게 증명한 뒤 마지막 페이지에 "그래도 기존 이론이 옳다"고 쓰는 학자를 상상해보세요. 오렘이 바로 그랬어요.
그게 비겁함이었을까요, 아니면 계산된 전략이었을까요.
오렘은 교회 안에서 살아남아야 했고, 그 책은 그렇게 출판될 수 있었어요.
그 책이 없었다면 200년 뒤의 코페르니쿠스가 어디서 시작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