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필라, 왕자 6만 명을 재로 만든 성자가 신이 된 이유
명상을 방해한 왕자 6만 명이 재가 된 아침
가필라는 눈을 한 번 떴어요.
그게 전부였어요.
6만 명이 재로 흩어졌고, 갠지스 강이 그 재를 씻어내기까지 수 세대가 걸렸어요.
이건 비유가 아니에요.
힌두교의 핵심 경전인 바가바타 푸라나에 실제로 기록된 사건이에요.
신화와 철학을 함께 담은 이 방대한 문헌에서, 가필라는 가장 강렬한 방식으로 등장해요.
발단은 말 한 마리예요.
사가라 왕이 아슈바메다를 준비 중이었어요.
아슈바메다는 왕의 말을 1년간 자유롭게 풀어두고, 그 말이 밟은 땅을 모두 왕의 영토로 선포하는 제의예요.
그런데 그 말이 사라졌어요.
사가라의 아들 6만 명이 땅굴을 파기 시작했어요.
지하 깊은 곳에서 결국 말을 발견했는데, 그 옆에 가필라가 눈을 감고 명상 중이었어요.
왕자들은 그를 도둑으로 몰았어요.
가필라가 눈을 떴어요.
시선에서 불길이 솟아올랐어요.
그 불길이 6만 명을 한순간에 재로 만들었어요.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사가라의 후손 바기라타 왕이 극한 고행 끝에 하늘의 강 강가(갠지스 강)를 땅으로 끌어내려야만 왕자들이 해탈할 수 있었어요.
해탈을 가르친 성자가 인도 신화에서 가장 거대한 단일 살상의 주인공이 됐어요.
이 이상한 모순이 가필라라는 인물의 첫 번째 얼굴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