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머 — 두 독재를 통과하고 102세까지 산 해석학의 철학자
22살 청년이 9개월간 어두운 방에서 그리스어 사전을 읽었다
그의 해석학은 세미나실이 아니라, 햇빛이 차단된 22살 청년의 병실에서 시작됐어요.
1922년, 소아마비(폴리오)가 독일 마르부르크를 덮쳤어요.
소아마비는 척수를 공격하는 바이러스로, 당시에는 치료제도 백신도 없었어요.
걸리면 격리된 방 안에서 몸과 함께 시간을 버텨야 했어요.
청년 한스게오르크 가다머도 그 방에 던져졌어요.
약 9개월 동안 만날 수 있는 사람도, 갈 수 있는 곳도 없었어요.
코로나로 몇 달간 방에 갇혀 본 적 있다면 조금은 알 것 같은 느낌이에요.
외부가 사라진 공간에서 그가 붙잡은 건 그리스어 사전과 고전들이었어요.
플라톤의 대화록,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그리고 당시 마르부르크 대학에서 강의하던 마르틴 하이데거의 원고들.
하이데거는 '존재란 무엇인가'를 질문한 철학자예요. 가다머는 그의 사상에 완전히 사로잡혔어요.
병실 안에서 그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물었어요.
"2천 년 전 그리스인이 쓴 문장이 지금 여기 이 병실에서 나에게 말을 건다는 건 어떻게 가능한 걸까?"
그 물음이 평생을 따라다니게 됐어요.
해석학이란 텍스트를 올바르게 해석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하지만 가다머는 기존 해석학과 전혀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어요.
"규칙을 따르면 이해할 수 있다"는 전통적 답을 넘어서, 그는 '이해 자체가 어떻게 가능한가'를 묻기 시작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