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코멘트
0
개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애로 일반균형이론은 완전경쟁 같은 이상적인 조건이 갖춰지면, 수많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을 한꺼번에 딱 맞추는 가격표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수학으로 증명한 이론이에요. 실제 시장이 늘 그렇게 굴러간다는 뜻이 아니라, 그런 가격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엄밀하게 보여준 거예요.
시장 하나만 떠올리면 쉬워요.
빵집에서 빵값이 너무 비싸면 사려는 사람이 줄고, 너무 싸면 빵이 금방 동나요.
그 사이 어딘가에 '팔 만큼 팔리고 살 만큼 사지는' 딱 맞는 가격이 있죠.
이게 균형이에요.
그런데 세상엔 빵만 있는 게 아니에요.
빵, 우유, 버스표, 아르바이트 시급, 집세까지 시장이 수천 개 얽혀 있어요.
빵값이 오르면 우유 수요가 흔들리고, 밀 농부의 벌이가 바뀌고, 그게 또 다른 가격을 건드려요.
이렇게 모든 시장이 서로 물려 돌아가는 상황에서, '모든 시장이 동시에 균형을 이루는 가격표가 하나라도 있을까?'를 묻는 게 일반균형이론이에요.
'일반'은 시장 하나가 아니라 경제 전체를 한꺼번에 본다는 뜻이에요.
케네스 애로(1921~2017)는 제라르 드브뢰와 함께 1954년, 그런 가격표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했어요.
애덤 스미스는 1776년에 '보이지 않는 손'을 말했어요.
저마다 자기 이익만 챙겨도 시장이 알아서 조율해 준다는 이야기죠.
250년 가까이 사랑받은 말이지만, 사실 수학으로 확인된 적은 없었어요.
1870년대에 레옹 발라스가 일반균형이라는 아이디어를 세웠지만, 그런 균형이 정말 있는지 엄밀하게 증명하진 못했어요.
애로가 던진 질문이 멋져요.
자료에 인용된 표현으로 "is it true, but could it be true", 즉 '그게 참인가'뿐 아니라 '애초에 참일 수 있기는 한가', 그 조건이 성립 가능한지부터 따져 본 거예요.
애로와 드브뢰는 이 물음에 답해 1954년 학술지 이코노메트리카(Econometrica) 22권에 논문을 실었어요.
스미스가 던진 질문에 처음으로 엄밀한 수학적 답을 낸 거예요.
같은 해 라이오넬 맥켄지도 독립적으로 비슷한 증명을 냈지만 노벨상은 받지 못했고, 애로는 1972년에 존 힉스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어요.
당시 51세로 최연소 수상이었어요.
증명의 핵심 도구는 '부동점 정리'예요.
이름은 어렵지만 비유는 간단해요.
서울 지도를 서울 땅 위에 아무렇게나 구겨서 올려놓아도, 지도의 어떤 한 점은 반드시 실제 그 자리 바로 위에 놓인다는 거예요.
아무리 뒤섞어도 '제자리를 지키는 점' 하나는 꼭 생겨요.
애로와 드브뢰는 가격을 이렇게 다뤘어요.
어떤 가격표를 넣으면 시장이 반응해 새 가격표가 나오는데, 이 '가격을 넣으면 가격이 나오는' 과정을 수학의 함수로 봤어요.
여기에 부동점 정리(가쿠타니 또는 브라우어 부동점 정리로 소개돼요)를 적용하면, 넣은 가격과 나온 가격이 똑같아지는 점이 반드시 있어요.
그 점이 바로 모든 시장이 동시에 맞아떨어지는 균형 가격이에요.
대신 이게 통하려면 선호가 매끄럽게 이어진다거나 '공짜 점심은 없다' 같은 이상적인 가정들이 필요해요.
가장 흔한 오해는 '애로가 시장은 언제나 스스로 균형에 도달한다는 걸 증명했다'는 거예요.
아니에요.
증명한 건 균형이 '존재한다'는 것뿐이에요.
균형이 하나뿐인지, 시장이 정말 그 균형으로 굴러가는지는 다른 문제예요.
| 애로가 증명한 것 | 증명하지 않은 것 |
|---|---|
| 균형 가격이 존재한다 | 균형이 딱 하나다 |
| 이상적 조건에서 성립한다 | 현실 시장이 늘 그렇다 |
| 균형이 있을 수 있다 | 시장이 균형에 도달한다 |
실제로 손넨샤인·맨텔·드브뢰 정리는 균형이 여러 개일 수 있음을 보였고, 허버트 스카프는 시장의 조정 과정이 반드시 균형으로 모여들지는 않는다는 걸 보였어요.
또 하나, 애로의 1972년 노벨상은 힉스와 공동 수상이었고, 드브뢰는 1983년에 따로 단독 수상했어요.
참고로 애로의 유명한 '완벽하게 공정한 투표는 불가능하다'는 불가능성 정리는 1951년 박사논문에서 사회선택을 연구하다 나온 것으로, 일반균형과는 시기도 문제의식도 다른 별개의 작업이에요.
다만 두 성과를 잇는 다리로 파레토 효율성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상적 조건에서 이뤄진 시장 균형은 아무도 손해 보지 않으면서 더는 나아질 수 없는 상태와 맞닿아 있다는 게 후생경제학이 보여준 내용이에요.
애로 일반균형이론은 '시장 만세'라는 응원가가 아니에요.
오히려 '자유시장이 잘 돌아가려면 정확히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를 목록으로 만들어 준 이론이에요.
그 조건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알게 되니, 현실이 그 조건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도 함께 보이게 됐죠.
그래서 이 모델은 금융, 국제무역, 거시경제학 같은 여러 분야에서 지금도 기준 틀로 쓰여요.
시장을 무조건 믿거나 무조건 의심하는 대신, '어떤 조건에서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가'를 따지는 습관이 여기서 나왔어요.
애로 일반균형이론은 수많은 시장이 서로 얽혀 있어도, 이상적인 조건이 갖춰지면 그것들을 한꺼번에 맞추는 가격표가 존재한다는 걸 1954년에 증명한 이론이에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처음으로 수학으로 검증했다는 점에서 값지지만, 증명한 건 균형의 '존재'이지 균형의 유일함이나 안정함은 아니에요.
그래서 이 이론은 시장을 향한 찬양이 아니라, 시장이 잘 작동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또박또박 적어 준 설계도로 기억하면 좋아요.
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