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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두 후보 중 누구를 사회가 더 낫게 볼지는 그 둘을 견준 사람들의 마음에만 달려 있어야 하고, 경쟁에서 밀린 제3의 후보를 어떻게 평가하든 그 둘의 순위가 뒤집혀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에요.
식당에서 있었다고 전해지는 우스개 하나로 시작해 볼게요.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는 확실치 않아 '이런 이야기가 있다더라'로만 전해져요.)
한 손님이 종업원의 "오늘은 사과파이랑 블루베리파이가 있어요"라는 말에 "그럼 사과파이 주세요"라고 했어요.
잠시 뒤 종업원이 "아, 체리파이도 있어요"라고 하자 손님이 답합니다.
"그럼 블루베리파이로 할게요."
이상하죠?
새로 등장한 체리파이는 손님이 고르지도 않았는데, 그 등장만으로 사과와 블루베리 사이의 선택이 뒤집혔으니까요.
케네스 애로(1921년부터 2017년까지 산 미국 경제학자)가 말한 '무관한 선택지 독립성', 영어로 Independence of Irrelevant Alternatives(줄여서 IIA)는 바로 이런 뒤집힘이 일어나면 안 된다는 규칙이에요.
사과와 블루베리 중 무엇을 고를지는 오직 그 둘을 견주는 마음에만 달려 있어야지, 어차피 안 고를 체리 때문에 흔들리면 안 된다는 거죠.
애로가 든 대표 근거 하나는 '후보가 죽는 경우'예요.
투표를 다 했는데 당선 후보 한 명이 갑자기 사망했다고 해 봐요.
남은 후보들 중에서 다시 사회적 선택을 할 때, 이미 사라져 뽑을 수도 없는 후보를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계산에 넣지 말아야 한다는 거죠.
뽑을 수 있는 대상들끼리만 견주자는 상식이에요.
또 하나는 '관찰 가능성' 근거예요.
우리가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 건 실현 가능한 선택지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뿐이니, 사회의 판단도 거기에만 기대야 한다는 생각이죠.
두 근거 모두 '지금 고를 수 있는 것들만 놓고 비교하자'로 모여요.
여기서 꼭 짚을 점이 있어요.
IIA 하나만으로 "완벽하게 공정한 투표는 불가능하다"가 증명되는 게 아니에요.
애로의 불가능성 정리는 선택지가 3개 이상일 때 네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집계 방법은 없다는 이야기거든요.
| 조건 | 쉬운 뜻 |
|---|---|
| 보편적 정의역 | 어떤 선호가 들어와도 규칙이 작동해야 함 |
| 파레토 원칙 | 모두가 A를 B보다 좋아하면 사회도 A를 택함 |
| 무관한 선택지 독립성 | 둘의 순위는 제3의 선택지와 무관해야 함 |
| 비독재성 | 한 사람 뜻대로 결과가 정해지면 안 됨 |
IIA는 이 네 기둥 중 하나일 뿐이에요.
그러니 "IIA 때문에 공정한 투표가 불가능하다"고 딱 잘라 말하면 정확하지 않아요.
가장 자주 인용되는 예가 2000년 미국 대선이에요.
부시와 고어가 맞붙었는데, 당선 가능성이 낮던 랠프 네이더가 함께 출마했어요.
네이더는 못 이겼지만, 그의 출마가 플로리다주 결과를 바꿔 최종 승자를 뒤바꿨을 수 있다는 거죠.
'못 이길 제3후보 때문에 앞선 두 후보의 결과가 흔들린다', 이게 바로 IIA 위반, 흔히 '스포일러 효과'라 불리는 현상이에요.
(애로 본인이 든 예가 아니라 후대 학자들이 자주 쓰는 사례예요.)
순위를 점수로 매기는 보르다 카운트도 IIA를 어겨요.
다만 이건 보르다 방식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에요.
대신 서로 물고 도는 다수결의 역설을 피하는 장점이 있으니, 무엇을 얻고 무엇을 포기할지의 문제일 뿐이죠.
IIA는 학자들이 다 동의하는 조건이 아니에요.
게리 매키는 실제 투표용지에 네이더가 있었는데도 고어 대 부시의 사회적 선호가 네이더와 완전히 무관해야 한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비판했어요.
이언 리틀은 분배나 형평성 문제를 IIA가 부당하게 막는다고 봤고요.
반대편도 있어요.
존 패티와 엘리자베스 펜은 2019년 논문에서 IIA를 어기는 결과가 오히려 '도착적'이라며 이 조건을 옹호했어요.
정답이 정해진 문제가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는 논쟁이에요.
흥미롭게도 애로에게 이 조건을 왜 꼭 넣어야 하는지 정당화한 글은 "놀랄 만큼 적었다"고 스탠퍼드 철학사전은 지적해요.
무관한 선택지 독립성은 두 선택지의 사회적 순위가 '어차피 안 고를' 제3의 선택지 때문에 뒤집히면 안 된다는 규칙이에요.
체리파이가 새로 나왔다고 사과와 블루베리 사이 마음이 바뀌면 이상하듯, 밀려난 후보 때문에 앞선 둘의 우열이 흔들리면 안 된다는 거죠.
다만 이건 애로의 불가능성 정리를 이루는 네 조건 중 하나일 뿐, 그것 하나만으로 "공정한 투표는 불가능"을 뜻하지는 않아요.
2000년 대선의 스포일러 효과처럼 현실에서 자주 걸리지만, 이 조건이 정말 옳은지는 지금도 학자들이 다투는 열린 물음이라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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