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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샹탈 무페는 모두가 결국 하나로 합의할 수 있다는 믿음을 의심했어요. 민주주의는 갈등을 없애는 제도가 아니라, 갈등이 계속 살아 있게 두면서 서로를 무너뜨릴 적이 아닌 겨루는 상대로 대하게 만드는 제도라고 봤죠.
반 친구들과 소풍 장소를 정한다고 해봐요.
바다에 가고 싶은 친구도 있고, 산에 가고 싶은 친구도 있어요.
선생님이 "자,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 다 같은 마음이 될 거예요"라고 말한다면 기분이 좋을까요?
사실 산이 좋았던 친구는 끝까지 산이 좋아요.
억지로 "우리 모두 하나"라고 정리해 버리면, 그 친구의 진짜 마음은 슬쩍 지워지고 말죠.
샹탈 무페(Chantal Mouffe)가 문제 삼은 게 바로 이 지점이에요.
민주주의를 "충분히 대화하면 모두가 동의하는 하나의 정답에 이른다"는 그림으로 보면 안 된다는 거예요.
사람들의 생각 차이는 대화를 많이 한다고 사라지지 않아요.
그러니 차이를 없애려 애쓰지 말고, 차이가 살아 있는 채로 서로 싸우되 서로를 부수지는 않는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봤어요.
무페는 이걸 '아고니즘적 다원주의(agonistic pluralism)'라고 불렀어요.
무페는 자기와 반대편에 선 두 흐름을 겨냥했어요.
하나는 존 롤스(Rawls) 계열, 또 하나는 위르겐 하버마스(Habermas) 계열의 '심의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예요.
심의민주주의는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충분히 토론하면 공정한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는 입장이에요.
반듯한 회의실에서 차분히 이야기하면 정답이 나온다는 그림이죠.
무페는 이 그림이 너무 깨끗하다고 봤어요.
현실 정치에는 이성만으로는 좁혀지지 않는 대립, 즉 감정과 이해가 뒤엉킨 힘겨루기가 늘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녀는 칼 슈미트(Carl Schmitt)의 '정치적인 것(the political)'이라는 개념을 끌어와, 정치에는 '우리와 그들'을 가르는 대립이 본래부터 깔려 있다고 강조했어요.
이 대립을 없앨 수 없다면, 적어도 서로를 없애려는 싸움이 아니라 규칙 안에서 겨루는 싸움으로 바꾸자는 게 그녀의 제안이에요.
두 입장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또렷해져요.
| 구분 | 심의(합의) 민주주의 | 무페의 아고니즘적 다원주의 |
|---|---|---|
| 목표 | 모두가 동의하는 합의 | 계속되는 갈등을 담아내기 |
| 갈등을 보는 눈 | 없애야 할 문제 | 민주주의의 본질 |
| 힘의 원천 | 이성적 토론 | 이성과 감정, 이해의 겨룸 |
| 상대는 누구 | 설득해서 하나 될 사람 | 없애지 않고 겨루는 상대 |
한쪽은 차이를 지우려 하고, 다른 쪽은 차이를 살려 두려고 해요.
무페가 보기에 차이를 억지로 덮으면 그 불만은 사라지지 않고 더 위험한 방식으로 터져 나와요.
차라리 드러내 놓고 겨루게 하는 편이 민주주의를 튼튼하게 한다는 거죠.
샹탈 무페는 1943년 6월 17일에 태어난 벨기에 출신 정치이론가예요.
루뱅과 파리, 영국 에식스 대학교에서 공부했고, 지금은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어요.
하버드, 코넬, 프린스턴에서 방문교수를 지내기도 했죠.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은 에르네스토 라클라우(Ernesto Laclau)와 함께 쓴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1985)이에요.
이후 『민주주의의 역설』(2000), 『정치적인 것에 대하여』(2005), 『아고니스틱스: 세계를 정치적으로 사고하기』(2013), 그리고 『좌파 포퓰리즘을 위하여』(2018)로 자기 생각을 이어 갔어요.
2022년에는 『녹색 민주주의 혁명을 향하여』도 냈고요.
무페의 생각이 모두에게 환영받은 건 아니에요.
사회학자 피에르 비른봄(Pierre Birnbaum)은 무페가 유권자의 이성보다 감정에 기댄다고 지적했어요.
그는 무페의 이론이 "마르크스주의나 사회주의 논증, 나아가 사회학적 분석과도 근본적으로 이질적"이라고 평가했죠.
또 다른 연구자 티모시 로리(Timothy Laurie)는 무페가 국가기구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다고 꼬집었어요.
이런 비판들은 "갈등을 살려 두자"는 말이 자칫 이성적 판단을 밀어내는 쪽으로 흐를 수 있다는 걱정에서 나와요.
무페의 핵심은 간단해요.
민주주의는 모두를 하나로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없애지 않고 겨루도록 자리를 마련하는 기술이라는 거예요.
소풍 장소가 끝내 하나로 정해지지 않아도, 산과 바다가 서로 싸울 자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라는 이야기죠.
합의가 안 된다고 실패한 게 아니라, 그 다툼을 규칙 안에 담아 두는 일이 민주주의의 진짜 몫이라고 무페는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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