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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샹탈 무페는 민주주의를 서로 다른 편들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부딪치는 자리로 봐요. 모두를 하나로 녹이는 완벽한 합의는 없으며, 그 다툼을 억지로 없애려 하면 오히려 민주주의가 병든다고 본 정치철학자예요.
학교를 떠올려 볼게요.
급식이 맛없다고 투덜대는 친구, 화장실이 더럽다고 화내는 친구, 체육 시간이 너무 적다고 불평하는 친구가 각자 따로 있으면 그냥 흘러가는 잔소리로 무시당하기 쉬워요.
그런데 이 흩어진 불만을 "우리 학생 대 학교"라는 하나의 편으로 묶으면 갑자기 힘이 생기죠.
샹탈 무페의 좌파 포퓰리즘 전략이 딱 이런 모양이에요.
여기저기 흩어진 사람들의 불만을 '우리 인민' 대 '소수 기득권'이라는 큰 대결 구도로 엮어, 힘없던 목소리를 정치의 무대 위로 끌어올리는 방법이에요.
무페는 1943년에 태어난 벨기에 출신 정치이론가로, 지금은 영국 웨스트민스터 대학교 교수예요.
2018년에 낸 책 『좌파 포퓰리즘을 위하여(For a Left Populism)』에서 이 전략을 정면으로 다뤘고, 스페인의 정당 포데모스(Podemos) 같은 실제 운동과도 대화를 나눴어요.
포퓰리즘이라고 하면 나쁜 선동만 떠올리기 쉽지만, 무페는 그 '편 가르기'의 힘을 오른쪽이 아니라 왼쪽, 즉 평등을 넓히는 방향으로 쓰자고 제안한 거예요.
흔히 우리는 "대화로 잘 풀면 결국 다 같이 동의하는 답이 나온다"고 믿어요.
반 회의에서 충분히 이야기하면 모두가 만족하는 결론에 이른다는 생각이죠.
이런 생각을 정치철학에서는 심의민주주의라고 불러요.
위르겐 하버마스나 존 롤스가 이 흐름을 대표해요.
무페는 여기에 강하게 반대해요.
사람들의 생각과 이해관계는 근본적으로 달라서, 아무리 대화해도 모두가 똑같이 만족하는 완벽한 합의는 오지 않는다는 거예요.
오히려 "이게 모두의 합의"라고 선언하는 순간, 거기에 끼지 못한 목소리는 조용히 지워진다고 봤어요.
그래서 무페는 갈등을 민주주의의 고장 난 부분이 아니라 원래 심장으로 여겨요.
여기서 그녀는 칼 슈미트의 '정치적인 것(the political)' 개념을 빌려와, 자신의 입장을 아고니즘적 다원주의(agonistic pluralism)라고 불렀어요.
핵심은 갈등을 없애는 게 아니라, 서로 부딪치되 상대를 부수지 않고 민주주의 제도 안에서 계속 다툴 수 있게 하자는 거예요.
| 구분 | 심의민주주의 | 무페의 급진 민주주의 |
|---|---|---|
| 이상 | 대화를 통한 합의 | 사라지지 않는 갈등 |
| 대표 인물 | 하버마스, 롤스 | 무페 |
| 갈등을 보는 눈 | 없애야 할 문제 | 민주주의의 본질 |
그렇다면 흩어진 불만을 어떻게 하나의 편으로 묶을까요?
무페는 이탈리아 사상가 그람시에게서 헤게모니라는 열쇠를 빌려와요.
헤게모니는 쉽게 말해 '누구의 이야기가 상식으로 자리 잡느냐'예요.
학급에서 "원래 이런 거야"라고 다들 받아들이는 분위기를 누가 만드느냐의 싸움이죠.
무페는 에르네스토 라클라우와 함께 1985년에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Hegemony and Socialist Strategy)』을 썼어요.
그녀의 가장 많이 인용되는 책이에요.
두 사람은 이른바 에식스 학파 담론분석을 발전시켰고, 낡은 마르크스주의를 넘어서는 포스트마르크스주의 정치를 열었어요.
여기서 중요한 건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차가운 논리만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무페는 소속감, 분노, 희망 같은 감정도 정치를 굴러가게 하는 진짜 연료라고 봤어요.
무페의 주장이 모두에게 환영받은 건 아니에요.
사회학자 피에르 비른봄은 무페의 이론이 마르크스주의나 사회주의 논증, 그리고 사회학적 분석 일반과 근본적으로 이질적이라고 평가했어요.
그는 무페가 유권자의 이성보다 감정에 기대고, 하버마스로 대표되는 계몽주의의 합리주의 전통을 대놓고 거부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죠.
심지어 그 뿌리를 19세기에 군중 심리를 논한 귀스타브 르봉이나 가브리엘 타르드까지 거슬러 올라가 짚기도 했어요.
또 티모시 로리는 2013년 책 『아고니스틱스(Agonistics)』가 국가기구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다고 비판했어요.
갈등을 살리자면서도 결국 국가라는 틀 안의 이야기로 좁아진다는 지적이에요.
이런 비판들은 감정과 편 가르기를 정치의 중심에 놓는 무페의 전략이 어디서 위태로워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줘요.
무페의 좌파 포퓰리즘 전략은 세 문장으로 붙잡을 수 있어요.
첫째, 흩어진 불만을 '우리 인민' 대 '기득권'이라는 큰 편으로 묶어 힘없는 목소리를 무대에 올려요.
둘째, 완벽한 합의를 이상으로 삼는 대신, 사라지지 않는 갈등을 민주주의의 심장으로 받아들여요.
셋째, 그 편을 오른쪽이 아니라 평등을 넓히는 왼쪽 방향으로 쓰자고 해요.
갈등을 덮으려다 목소리를 지우기보다, 서로 다른 편이 계속 부딪치며 살아 있는 편이 더 건강한 민주주의라고 무페는 봤어요.
비판자들이 감정에 기댄다고 걱정하는 바로 그 지점이, 무페에게는 정치를 움직이는 힘이었던 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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