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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토크빌이 말한 개인주의는 '나는 남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그냥 관심을 끈다'는 태도예요. 신분의 벽이 무너져 모두가 비슷해지면, 사람들은 오히려 큰 세상에 등을 돌리고 가족과 친구 몇 명뿐인 작은 울타리 안으로 물러난다는 뜻이에요.
알렉시 드 토크빌은 1805년 파리에서 태어난 프랑스 정치사상가예요.
1831년 미국을 약 아홉 달 동안 돌아본 뒤 《미국의 민주주의》(1835년 1권, 1840년 2권)를 썼는데, 거기서 아주 낯선 걱정을 하나 꺼냈어요.
바로 '평등이 개인주의를 부른다'는 거예요.
여기서 개인주의는 '나 잘났다'는 자신감이 아니에요.
반 친구들과 싸운 것도 아닌데 쉬는 시간마다 늘 같은 짝꿍하고만 놀고, 반 전체 일에는 '나랑 상관없어' 하며 손을 놓는 아이를 떠올려 보세요.
미워서가 아니라 그냥 관심이 없어서 큰 무리에서 빠져나오는 거예요.
토크빌은 이걸 이렇게 정의했어요.
L'individualisme est un sentiment réfléchi qui dispose chaque citoyen à s'isoler de la masse de ses semblables. (개인주의는 각 시민이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의 무리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만드는, 곰곰이 따져 본 뒤의 감정이다.)
자기만을 위한 작은 사회를 하나 만들고 나면, 더 큰 사회는 알아서 굴러가라고 기꺼이 내버려 둔다는 거예요.
토크빌은 개인주의를 흔한 이기심(égoïsme)과 딱 잘라 구분했어요.
이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뿌리가 달라요.
| 구분 | 이기심 | 개인주의 |
|---|---|---|
| 어디서 오나 | 눈앞의 이익만 챙기려는 본능 | '나 하나쯤은 빠져도 돼'라는 잘못된 생각 |
| 마음 상태 | 남보다 나를 챙기려는 뜨거운 욕심 | 남에게 무관심한 차가운 물러섬 |
| 결과 | 처음부터 나쁜 마음 | 처음엔 공적인 미덕만 마르게 함 |
이기심이 '내가 더 갖겠다'는 뜨거운 마음이라면, 개인주의는 '난 됐어, 신경 안 써'라는 차가운 마음이에요.
토크빌이 더 무섭게 본 건 개인주의였어요.
처음엔 공동체를 위하는 마음만 조금 마르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모든 미덕까지 갉아먹고 결국 이기심과 하나로 합쳐진다고 봤거든요.
그럼 왜 하필 평등이 이런 마음을 부를까요?
토크빌이 말한 평등은 돈이 똑같아지는 게 아니에요.
그는 이걸 '조건의 평등'(l'égalité des conditions)이라 불렀는데, 태어난 신분이 내 자리를 미리 정해 버리지 않는 상태를 뜻해요.
옛날에는 귀족은 귀족, 농민은 농민으로 태어나 위아래 사슬로 서로 단단히 묶여 있었어요.
그 사슬이 끊어지면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해지지만, 대신 나를 붙잡아 주던 끈도 함께 사라져요.
남들이 다 나와 비슷해 보이니 누구에게 특별히 기댈 이유도, 특별히 책임질 이유도 옅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각자 자기 울타리로 흩어지고, 큰 세상은 텅 비게 돼요.
그렇다고 토크빌이 평등을 나쁘다고만 한 건 아니에요.
그는 평등에 두 얼굴이 있다고 봤어요.
il se rencontre aussi dans le cœur humain un goût dépravé pour l'égalité, qui réduit les hommes à préférer l'égalité dans la servitude à l'inégalité dans la liberté. (인간의 마음속에는 평등에 대한 타락한 취향도 있어, 사람들이 자유 속의 불평등보다 예속 속의 평등을 더 좋아하게 만든다.)
모두를 강하게 끌어올리려는 건강한 평등도 있지만, 잘난 사람을 내 아래로 끌어내려 다 같이 주저앉으려는 삐뚤어진 평등도 있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각자 울타리로 물러나 세상 일에 무관심해지면, 그 빈자리를 누군가 대신 채우려 들기 쉽죠.
그래서 토크빌은 이렇게 못 박았어요.
오늘날 국가들은 조건이 평등해지는 걸 막을 수는 없지만, 그 평등이 예속으로 갈지 자유로 갈지는 '그들 자신에게 달려 있다'(il dépend d'elles)고요.
토크빌의 개인주의는 이렇게 기억하면 돼요.
신분의 벽이 무너져 모두 평등해지면 사람들은 서로에게서 조용히 물러나 작은 울타리 안에 갇히고, 큰 세상은 텅 비어 간다는 경고예요.
이건 남을 미워하는 이기심과 달라서, 차가운 무관심에서 자라 천천히 미덕을 말려가요.
평등 자체는 죄가 없지만, 그 빈자리를 방치하면 사람들은 자유보다 편한 예속을 고르게 될 수 있어요.
그래서 토크빌은 평등의 시대일수록 물러서지 말고 다시 세상과 이어져야 한다고 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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