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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달랑베르의 꿈』은 디드로가 쓴 대화편으로, 신이나 영혼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물질이 알맞게 조직되면 스스로 감각하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살아 있는 마음도 결국은 움직이는 물질에서 자라 나온다는 뜻이에요.
친구가 자다가 잠꼬대를 하는데, 그 잠꼬대가 세상에서 가장 대담한 철학이라면 어떨까요?
백과전서를 이끈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드니 디드로(1713년~1784년)가 남긴 『달랑베르의 꿈(Le Rêve de d'Alembert)』이 딱 그런 글이에요.
너무 위험한 생각이라 살아서는 내놓지 못했고,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책으로 나왔습니다.
이 대화편이 던지는 답은 한 문장으로 이렇습니다.
신도 영혼도 따로 없으며, 물질이 알맞게 짜이기만 하면 스스로 느끼고 생각한다는 것이지요.
돌덩이 같은 죽은 물질과 우리의 살아 있는 마음 사이에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게 아니라, 둘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고 디드로는 봅니다.
이게 왜 놀라운 주장인지, 그는 딱딱한 논문 대신 잠든 사람의 꿈을 빌려 아주 친근하게 풀어냅니다.
깨어 있을 때 우리는 "그건 말이 안 돼" 하고 생각을 스스로 검열해요.
하지만 잠들면 그 빗장이 풀려 엉뚱하고 대담한 상상이 흘러나오지요.
디드로는 이 점을 이용합니다.
멀쩡한 정신으로 말하면 감옥에 갈 이야기를, 잠꼬대라는 형식에 담아 마음껏 펼친 거예요.
주인공 달랑베르는 실제 인물입니다.
디드로와 함께 백과전서를 이끌다 1759년에 편집에서 손을 뗀 수학자 장 르 롱 달랑베르지요.
글은 세 마당으로 나뉘어요.
먼저 디드로와 달랑베르가 마주 앉아 이야기하고, 이어 달랑베르가 잠들어 열에 들뜬 채 잠꼬대를 하고, 그 곁을 지키던 레피나스 양과 의사 보르되가 그 잠꼬대를 받아 대화를 이어 갑니다.
어려운 사상을 세 사람의 수다처럼 들려주는 셈이에요.
디드로가 든 유명한 비유가 있어요.
여기 차가운 대리석 조각상이 있다고 해 봅시다.
이걸 곱게 빻아 가루로 만들어 흙에 섞으면, 그 흙에서 식물이 자라요.
그 식물을 사람이나 짐승이 먹으면, 죽어 있던 돌가루가 이제 살아 있는 살과 피가 됩니다.
느끼지도 못하던 대리석이 몇 단계를 거쳐 느끼고 움직이는 몸으로 바뀐 거예요.
여기서 디드로의 핵심 생각이 나옵니다.
느끼는 능력, 즉 감각은 물질에 이미 씨앗처럼 깃들어 있는 성질이라는 거죠.
특별한 영혼을 하늘에서 불어넣어야 생명이 생기는 게 아니라, 물질이 먹고 소화되고 알맞게 조직되면 저절로 감각이 깨어난다는 겁니다.
죽은 것과 산 것, 몸과 마음 사이의 벽을 이렇게 허물어 버려요.
그래서 이 글은 신 없이 세상을 설명하는 유물론의 대담한 밑그림이 됩니다.
그럼 여기 또 궁금증이 생겨요.
내 몸은 수많은 작은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왜 나는 여럿이 아니라 '하나의 나'로 느껴질까요?
디드로는 벌떼를 예로 듭니다.
벌 수천 마리가 서로 다리를 걸고 뭉쳐 매달리면, 멀리서 보면 마치 한 마리 큰 동물처럼 보이지요.
우리 몸도 수많은 작은 부분이 촘촘히 이어져 하나처럼 움직이는 벌떼 같은 거예요.
그 이어짐을 설명하려고 그는 거미줄도 끌어옵니다.
거미가 줄 한가운데 앉아 있으면, 줄 어느 구석이 흔들려도 그 떨림이 거미에게 전해져요.
우리 몸의 신경도 이런 거미줄처럼 온몸에 뻗어 있고, 그 중심에 앉은 거미가 바로 뇌라는 겁니다.
손끝의 감각이 실을 타고 뇌로 모여 '나'라는 느낌을 만들어 내는 거죠.
영혼이라는 신비한 알맹이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이 그물의 짜임새가 곧 나 자신인 셈이에요.
『달랑베르의 꿈』이 놀라운 건, 200년도 더 된 잠꼬대 속에 오늘날 과학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는 점이에요.
죽은 물질이 생명으로 바뀐다는 이야기는 생물이 수백만 년에 걸쳐 조금씩 달라져 왔다는 진화의 발상을 미리 떠올리게 하고, 뇌가 신경의 중심이라는 거미줄 비유는 오늘날 뇌과학이 마음을 설명하는 방식과 닮았지요.
물론 디드로는 실험으로 증명한 게 아니라 상상력으로 앞서 나간 것이었어요.
그래도 그는 "관찰이 사실을 모으고, 성찰이 그것을 결합하며, 실험이 결과를 검증한다"고 말한 사람답게, 마음과 생명을 신비가 아니라 자연의 일로 보려 했습니다.
물질을 우습게 보지 말라는 그 태도가 이 글의 진짜 씨앗이에요.
『달랑베르의 꿈』은 디드로가 잠꼬대라는 형식을 빌려, 신이나 영혼 없이도 물질이 스스로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한 대화편입니다.
대리석 가루가 살이 되는 비유로 죽은 물질과 산 마음이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보였고, 벌떼와 거미줄 비유로 여럿인 몸이 어떻게 하나의 '나'가 되는지 설명했지요.
위험한 생각이라 살아서는 감췄지만, 진화와 뇌과학은 그 잠꼬대가 짚었던 자리를 다시 확인해 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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