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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신을 버린 유물론이란, 세상 모든 것이 오직 물질뿐이고 생명도 생각도 그 물질이 스스로 움직이고 뭉치며 생겨난다고 본 디드로의 생각이에요. 세상을 만들거나 굴리는 신을 따로 두지 않아도 자연은 저 혼자 설명된다는 뜻이죠.
오래된 회중시계를 열어 보면 톱니가 서로 딱 맞물려 돌아가요.
이렇게 정교한 물건을 보면 누구나 "만든 사람이 있겠지" 하고 생각하죠.
디드로가 살던 18세기 프랑스도 그랬어요.
세상이 이렇게 질서 있게 돌아가니, 이걸 만든 커다란 시계공, 곧 신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어요.
드니 디드로(1713~1784)는 이 시계공을 지워 버린 사람이에요.
백과전서를 20년 넘게 엮어 계몽주의 지식을 한자리에 모은 철학자인데, 그는 세상에 정말로 있는 건 오직 물질뿐이라고 봤어요.
돌, 물, 살아 있는 몸, 우리 머릿속 생각까지 전부요.
그리고 이 물질이 누가 밀어 주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인다고 했죠.
만든 이도, 밖에서 태엽을 감아 주는 이도 필요 없다는 거예요.
이렇게 '물질이 전부'라고 보는 생각을 유물론, 신을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무신론이라고 불러요.
디드로는 이 둘을 하나로 묶었어요.
디드로는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을 이렇게 정리했어요.
« Nous avons trois moyens principaux : l'observation de la nature, la réflexion et l'expérience. » 곧 "우리에게는 세 가지 수단이 있다. 자연의 관찰, 성찰, 그리고 실험이다."
관찰로 사실을 모으고, 성찰로 이어 붙이고, 실험으로 맞는지 확인한다는 말이에요.
이 방법에는 신이 끼어들 자리가 없어요.
비가 왜 오는지, 씨앗이 어떻게 싹트는지 알고 싶으면 하늘을 올려다보며 기도하는 대신 직접 보고 실험하면 되니까요.
신이라는 답을 넣지 않아도 자연은 충분히 설명이 됐어요.
그러니 굳이 넣을 이유가 없다고 본 거죠.
여기에는 아픈 개인사도 있었어요.
수녀가 된 여동생 앙젤리크가 1748년경 정신이 무너져 이듬해 세상을 떠났는데, 이 일은 디드로가 종교를 차갑게 바라보게 만든 계기가 됐다고 해요.
그는 « Jamais aucune religion ne fut plus féconde en crimes que le christianisme », 곧 "어떤 종교도 기독교만큼 많은 범죄를 낳은 적이 없다"고까지 적었어요.
유물론의 가장 어려운 고비는 이거예요.
물질이 전부라면, 어떻게 그 물질이 느끼고 생각까지 하게 될까요?
죽어 있는 돌과 살아서 웃는 사람이 똑같이 물질이라니 이상하잖아요.
디드로의 대답은 이래요.
물질에는 처음부터 아주 희미한 '느끼는 힘'이 숨어 있다는 거죠.
딱딱한 씨앗 하나가 물과 흙을 만나면 잎을 내고 꽃을 피우듯, 물질도 알맞게 뭉치고 복잡하게 짜이면 느끼기 시작하고, 더 복잡해지면 생각까지 하게 된다는 거예요.
우리가 먹는 밥과 채소가 몸속에서 살과 피가 되는 걸 떠올려 보면 낯설지 않아요.
죽은 물질이 살아 있는 나로 바뀌는 일은 지금도 매일 일어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디드로에게 죽은 것과 산 것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없어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이 지점에서 신이 불어넣는 특별한 '영혼'은 필요가 없어져요.
생각은 하늘에서 내려온 선물이 아니라, 잘 짜인 물질에서 저절로 피어나는 것이 되니까요.
신을 지우면 흔히 이런 걱정이 따라와요.
"벌 주는 신이 없으면 다들 제멋대로 살지 않을까?"
디드로는 그렇지 않다고 봤어요.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 Il n'y a qu'une seule vertu, la justice; un seul devoir, de se rendre heureux. » 곧 "유일한 미덕은 정의이며, 유일한 의무는 스스로 행복해지는 것이다."
착하게 사는 이유가 지옥이 무서워서가 아니라는 뜻이에요.
사람은 서로 도우며 살 때 더 행복하고, 그 자체가 옳은 일이라는 거죠.
도덕은 신의 명령장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자라난다고 본 거예요.
물론 이런 생각은 당시엔 아주 위험했어요.
디드로는 1749년 익명으로 낸 책이 문제가 되어 뱅센 성에 100일 넘게 갇히기도 했죠.
그는 « Imposez-moi silence sur la religion et le gouvernement, et je n'aurai plus rien à dire », 곧 "종교와 정부에 대해 침묵하라고 한다면 나는 더 할 말이 없을 것이다"라고 했어요.
그에게 신을 버린 유물론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입을 열 자유를 건 싸움이기도 했던 셈이에요.
디드로의 신을 버린 유물론은 세 걸음으로 기억하면 쉬워요.
첫째, 세상에 있는 건 오직 물질뿐이고 그 물질은 스스로 움직여요.
둘째, 잘 뭉치고 복잡해진 물질에서 느낌과 생각이 저절로 피어나기 때문에, 밖에서 영혼을 불어넣을 신이 필요 없어요.
셋째, 도덕조차 신의 명령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자라나는 것이라 신 없이도 착하게 살 수 있어요.
세상을 만든 시계공을 지우고, 그 자리를 스스로 돌아가는 물질로 채운 것.
그것이 디드로가 남긴 대담한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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