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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볼테르의 이신론(déisme)은 세상을 만든 신은 분명히 있다고 보되, 그 신을 아는 길은 교회가 전하는 기적이나 성경 속 계시가 아니라 자연의 질서를 읽어내는 인간의 이성이라고 봐요. 그래서 신을 믿기 위해 교회도, 사제도, 기적 이야기도 꼭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했어요.
숲길을 걷다가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시계 하나를 주웠다고 해 볼게요.
톱니가 이렇게 딱 맞물려 돌아가는 걸 보면, 누군가 이 시계를 만든 사람이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짐작하게 되죠.
이신론(déisme)은 세상을 딱 이런 눈으로 봐요.
해와 별이 정확한 궤도로 돌고, 계절이 어김없이 바뀌는 걸 보면 이 우주를 만들고 법칙을 새겨 넣은 창조자가 있다고 이성으로 추론할 수 있다는 거예요.
다만 이신론에는 중요한 단서가 하나 붙어요.
그 창조자는 시계를 완성한 뒤 손을 뗀 시계공처럼, 세상을 만들고 법칙을 준 다음에는 일일이 끼어들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러니 기적으로 자연법칙을 깨거나, 특정 민족에게만 성경을 통해 비밀을 알려 주는 그런 신은 아니라고 봐요.
신을 알기 위해 필요한 건 사제의 설교나 교회의 권위가 아니라, 눈앞의 자연을 읽는 이성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이지요.
볼테르는 예수회가 운영하던 파리의 콜레주 루이르그랑에서 1704년부터 7년 남짓 고전 교육을 받았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교회의 교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결정적 계기는 1726년부터 1729년까지의 영국 망명이었어요.
그는 이곳에서 뉴턴의 물리학을 만나요.
온 우주가 만유인력이라는 하나의 법칙으로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는 발견은 볼테르에게 큰 충격이었어요.
볼테르는 프랑스로 돌아와 뉴턴을 열심히 소개했고, 1738년 《뉴턴 철학의 요소들(Éléments de la philosophie de Newton)》을 펴냈어요.
우주가 이토록 정밀한 법칙으로 돌아간다면, 그 법칙을 만든 위대한 설계자가 있다고 보는 게 이성적이라고 그는 생각했어요.
신을 증명하는 근거를 성경이 아니라 자연과학의 질서에서 찾은 셈이지요.
이게 볼테르식 이신론의 뼈대예요.
여기서 흔히 오해가 생겨요.
볼테르가 교회를 그렇게 세게 비판했으니 신을 아예 안 믿는 무신론자였겠거니 짐작하는 거죠.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스탠퍼드 철학사전도 그를 이신론자로 보며, 성직자 집단에는 끝까지 적대적이었지만 무신론자라고 단정하는 건 정확하지 않다고 평가해요.
그는 오히려 신이 필요하다고 봤어요.
1768년의 한 운문 편지에 남긴 유명한 구절 "Si Dieu n'existait pas, il faudrait l'inventer."(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신을 발명해야 할 것이다)는 사실 무신론자들을 향한 반론으로 쓴 말이에요.
신이라는 든든한 근거가 있어야 도덕과 질서가 선다고 본 거죠.
죽음이 가까웠던 1778년 3월에는 비서에게 "Je meurs en adorant Dieu... et en détestant la superstition."(나는 신을 경배하며, 그리고 미신을 혐오하며 죽는다)이라고 적었어요.
신은 경배하되 미신은 미워한다는 이 한 줄에 그의 이신론이 압축되어 있어요.
헷갈리기 쉬운 세 입장을 나란히 놓으면 이신론의 자리가 또렷해져요.
| 입장 | 신이 있나요? | 기적·계시를 믿나요? | 교회가 필요한가요? |
|---|---|---|---|
| 교회 종교 | 있다 | 믿는다 | 필요하다 |
| 이신론(볼테르) | 있다 | 안 믿는다 | 필요 없다 |
| 무신론 | 없다 | 안 믿는다 | 필요 없다 |
이렇게 보면 이신론은 정확히 가운데에 있어요.
신이 있다는 점에서는 무신론과 갈라서고, 기적이나 계시 대신 이성으로 신을 안다는 점에서는 교회 종교와 갈라서요.
볼테르가 창조자는 인정하면서도 교회 권력만은 끝까지 공격한 이유가 여기 있어요.
그에게 신앙의 근거는 사제가 아니라 이성이었으니까요.
볼테르의 이신론은 세 문장으로 기억하면 돼요.
첫째, 우주의 정밀한 질서를 이성으로 읽으면 그것을 만든 창조자가 있다고 추론할 수 있어요.
둘째, 그 신은 세상을 만든 뒤 기적으로 끼어들거나 특정 경전으로만 자신을 알리지 않으니, 교회와 사제는 신앙에 꼭 필요하지 않아요.
셋째, 그래서 볼테르는 무신론자가 아니라, 신은 경배하되 미신과 교회 권력은 거부한 이신론자였어요.
시계를 보고 시계공을 떠올리듯, 자연을 보고 신을 떠올린 사람이었다고 기억하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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