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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원이나 타원 위에 점 여섯 개를 찍어 육각형을 만들면, 마주 보는 변끼리 길게 늘였을 때 생기는 세 교점이 신기하게도 항상 한 직선 위에 나란히 놓여요. 점을 아무렇게나 찍어도 이 규칙은 절대 깨지지 않습니다.
블레즈 파스칼은 1623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사람인데, 기압 실험이나 확률 이야기로 유명하지만 사실 어릴 때부터 도형을 정말 좋아했어요.
열두 살 무렵에는 아버지가 수학 공부를 못 하게 막았는데도 숯으로 바닥에 도형을 그려가며 유클리드의 정리들을 스스로 다시 발견했다고 해요.
그런 소년이 열여섯 살이던 1639년경, 『원뿔곡선 시론(Essai pour les coniques)』이라는 짧은 글을 써서 수학자 메르센에게 보냈어요.
여기 담긴 핵심 결과가 오늘날 '파스칼의 정리'로 불립니다.
내용을 한마디로 하면, 곡선 위에 점 여섯 개로 육각형을 그렸을 때 마주 보는 세 쌍의 변이 만드는 교점이 한 직선 위에 놓인다는 거예요.
이 직선에는 '파스칼 선'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먼저 '원뿔곡선'이라는 말부터 풀어 볼게요.
아이스크림 콘처럼 생긴 뾰족한 원뿔을 떠올려 보세요.
이 원뿔을 칼로 쓱 자르면, 자르는 각도에 따라 잘린 단면 테두리 모양이 달라져요.
바닥과 평행하게 자르면 동그란 원, 살짝 비스듬히 자르면 길쭉한 타원, 더 기울이면 포물선이나 쌍곡선이 나옵니다.
이렇게 원뿔을 잘라서 나오는 곡선들을 한데 묶어 원뿔곡선이라고 불러요.
원, 타원, 포물선, 쌍곡선이 모두 한 가족인 셈이죠.
파스칼의 정리가 놀라운 건, 이 가족 중 어떤 곡선을 골라도 규칙이 똑같이 성립한다는 점이에요.
종이에 큰 원을 하나 그려 보세요.
그 원 둘레에 점 여섯 개를 아무 데나 찍고, 1번부터 6번까지 번호를 매깁니다.
이제 1-2, 2-3, 3-4, 4-5, 5-6, 6-1 순서로 선을 이어 삐뚤빼뚤한 육각형을 만들어요.
육각형에는 마주 보는 변이 세 쌍 있어요.
이 세 쌍을 각각 골라 변을 직선처럼 쭉 늘이면, 한 쌍마다 만나는 점이 하나씩 생겨요.
그렇게 교점 세 개가 나옵니다.
여기서 마법 같은 일이 벌어져요.
이 세 점을 자로 이어 보면 언제나 정확히 한 직선 위에 놓입니다.
| 마주 보는 변의 쌍 | 만나서 생기는 것 |
|---|---|
| 첫째 쌍 | 교점 1개 |
| 둘째 쌍 | 교점 1개 |
| 셋째 쌍 | 교점 1개 |
| 세 교점을 이으면 | 한 직선(파스칼 선) |
점을 어디에 찍든, 육각형이 아무리 찌그러졌든 이 규칙은 깨지지 않아요.
마치 흩어진 세 친구가 약속이나 한 듯 늘 같은 줄에 서는 것과 같죠.
파스칼은 이 정리를 혼자 뚝딱 만든 게 아니라, 데자르그라는 선배 수학자의 원뿔곡선 연구를 이어받아 발전시켰어요.
당시 어른 수학자였던 데카르트는 이 논문을 보고 수준이 너무 높아서 처음엔 파스칼의 아버지가 대신 써 준 거라고 믿었대요.
나중에 메르센을 통해 진짜 열여섯 살 소년이 썼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인정했죠.
이 정리가 특별한 이유는, 길이나 각도를 하나도 재지 않는다는 데 있어요.
오직 점과 선이 '어디서 만나는가', '한 줄에 놓이는가'만 따집니다.
이렇게 위치 관계만 다루는 생각은 훗날 '사영기하학'이라는 큰 분야로 자라났어요.
그림을 그릴 때 멀리 있는 물건이 작게 보이는 원근법도, 결국 이런 위치 관계의 학문과 이어져 있답니다.
파스칼 원뿔곡선 정리는 열여섯 살 소년이 남긴 도형의 약속이에요.
원이나 타원 같은 원뿔곡선 위에 점 여섯 개로 육각형을 그리면, 마주 보는 세 쌍의 변이 만드는 교점이 늘 한 직선 위에 놓입니다.
점을 어디에 찍어도 무너지지 않는 이 규칙 하나에서, 길이도 각도도 재지 않고 오직 만남과 나란함만 살피는 새로운 기하학이 시작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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