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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파스칼은 인간이 우주 앞에서 한 줄기 갈대처럼 약한 존재지만, 그 갈대가 자기를 짓누르는 우주를 '생각'으로 알아본다는 점에서 위엄이 있다고 봤어요. 위엄은 힘이 아니라 생각에서 나온다는 뜻이에요.
블레즈 파스칼은 1623년부터 1662년까지 살았던 프랑스 사람으로, 기압계 실험과 확률 계산으로 물리학과 수학에 큰 자취를 남긴 천재였어요.
그런 그가 남긴 말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라는 문장이에요.
짧지만 두 가지 뜻이 겹쳐 있어요.
하나는 '인간은 갈대처럼 약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런데도 인간은 생각한다'는 거예요.
파스칼이 하고 싶었던 말은 이 둘을 붙였을 때 나와요.
약하기 짝이 없는 존재인데, 바로 그 안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큰 것이 들어 있다는 거죠.
그게 생각이에요.
갈대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강가에 자라는 가늘고 여린 풀이죠.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어도 휘청거리고, 발로 밟으면 툭 꺾여 버려요.
굵은 나무나 바위처럼 버티는 힘이 전혀 없어요.
파스칼은 인간이 딱 그렇다고 봤어요.
우리는 엄청나게 큰 우주 안에서 아주 작고 약한 존재예요.
몸은 쉽게 아프고, 사고 하나에 목숨을 잃기도 하죠.
온 우주가 나를 없애려고 힘을 모을 필요조차 없어요.
작은 것 하나면 충분하니까요.
그러니 힘으로 따지면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약한 축에 드는 셈이에요.
그런데 파스칼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어요.
밟히면 꺾이는 건 다른 풀도 마찬가지지만, 다른 풀은 자기가 꺾이는 줄 몰라요.
인간만이 자기가 약하다는 사실을, 자기가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이 앎이 바로 갈대와 인간을 갈라놓는 지점이에요.
여기서 파스칼의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나와요.
우주는 크고 힘도 세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그냥 굴러가요.
별은 자기가 별인 줄 모르고, 태풍은 자기가 태풍인 줄 몰라요.
반대로 인간은 작고 약하지만, 그 거대한 우주를 머릿속에 담고 '이건 이렇구나' 하고 알아봐요.
비유하자면 이래요.
나를 손쉽게 뭉갤 수 있는 거인이 있는데, 그 거인은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멍한 상태라고 해봐요.
그런데 뭉개지는 나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또렷이 알고 있어요.
그렇다면 더 나은 쪽은 누구일까요?
파스칼은 아는 쪽이라고 봤어요.
그래서 인간의 모든 위엄은 힘이나 크기가 아니라 '생각한다'는 그 하나에서 나온다고 말한 거예요.
약한 몸을 이기려 애쓸 게 아니라, 잘 생각하려고 애써야 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생각하는 갈대'는 파스칼이 죽은 뒤 1670년에 나온 노트 모음집 『팡세』에 담겨 있어요.
이 책에는 인간이 얼마나 비참한 존재인지, 신을 믿는 게 왜 합리적인지 같은 이야기도 함께 들어 있죠.
그래서 자주 뒤섞여 이야기되지만, '생각하는 갈대'만 놓고 보면 초점은 분명해요.
| 헷갈리는 것 | '생각하는 갈대'가 말하는 것 |
|---|---|
| 인간은 약하니 초라하다? | 약한 건 맞지만, 그 사실을 아는 데 위엄이 있다 |
| 위대함은 강한 힘에서 온다? | 위대함은 생각하는 능력에서 온다 |
즉 이 문장은 인간을 깎아내리는 말이 아니라, 약함과 위엄을 한 몸에 붙여 놓은 말이에요.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이 비유는 살아 있어요.
몸은 병들고 지치고, 세상은 나보다 훨씬 크고 힘세게 느껴지죠.
시험 하나, 걱정 하나에도 마음이 쉽게 휘청거려요.
우리는 여전히 갈대예요.
하지만 파스칼의 말대로라면, 내가 지금 힘들다는 걸 알아차리고 '왜 그럴까' 되짚어 보는 그 순간, 나는 이미 우주의 어떤 큰 힘보다 나은 자리에 서 있는 거예요.
강해지지 못해서 초라한 게 아니라, 생각을 멈출 때 초라해지는 거죠.
잘 생각하려고 마음을 쓰는 것, 파스칼은 그게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고 봤어요.
'생각하는 갈대'는 인간을 두 얼굴로 그려요.
한쪽은 강가의 갈대처럼 쉽게 꺾이는 약함이고, 다른 한쪽은 그 약함마저 알아보는 생각의 힘이에요.
우주는 크고 세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인간은 작고 약하지만 그 우주를 안다는 것, 여기에 파스칼이 말한 인간의 위엄이 있어요.
그러니 이 문장을 만나면 기억해 두세요.
나를 사람답게 만드는 건 힘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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