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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누군가 나를 바라보는 순간, 나는 내 세계의 주인에서 그 사람 눈에 비친 하나의 대상으로 굳어져요. 사르트르는 이렇게 남의 눈길이 나를 사물처럼 못 박는 경험을 '타자의 시선(le regard)'이라 불렀고, 그 순간 확 밀려오는 부끄러움이 바로 그 증거예요.
장폴 사르트르(1905년부터 1980년까지 산 프랑스 철학자)는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선언한 실존주의자예요.
그는 1943년 책 『존재와 무』에서 아주 흔하지만 신기한 순간 하나를 파고들었어요.
바로 '남이 나를 볼 때' 벌어지는 일이에요.
생각해 보세요.
방에서 혼자 있을 때 나는 세상의 중심이에요.
내가 보고, 내가 움직이고, 내 눈앞에 세상이 펼쳐지죠.
이때 나는 '보는 사람', 즉 주인공이에요.
그런데 문틈으로 누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상황이 뒤집혀요.
이제 나는 '보는 사람'이 아니라 '보여지는 사람'이 돼요.
그 사람 눈 속에서 나는 하나의 대상, 하나의 사물처럼 굳어 버려요.
사르트르는 이 뒤집힘을 만드는 남의 눈길을 프랑스어로 '르 르가르(le regard)', 곧 '타자의 시선'이라고 불렀어요.
쉬운 예를 들어볼게요.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방에서 크게 노래 부르며 춤을 춰요.
신나고 자유롭죠.
그런데 문득 고개를 돌렸더니 동생이 문에 기대 나를 보며 웃고 있어요.
그 순간 어때요?
몸이 얼어붙고 얼굴이 화끈거려요.
조금 전까지 '즐기는 나'였는데, 이제 '남에게 웃음거리로 보이는 나'가 된 거예요.
달라진 건 내 행동이 아니에요.
나를 보는 눈이 하나 생겼을 뿐이에요.
그런데 그 눈길 하나로 나는 갑자기 평가받는 물건처럼 느껴져요.
사르트르는 이때 밀려오는 '부끄러움'이 아주 중요하다고 봤어요.
부끄러움은 '아, 지금 내가 남에게 하나의 대상으로 보이고 있구나'를 몸으로 알려주는 신호거든요.
이렇게 남의 시선 속에서 대상이 되어버린 나를, 사르트르는 '대타존재(être pour autrui)', 즉 '남에게 있어서의 나'라고 불렀어요.
나는 내 마음대로만 나를 정할 수 없어요.
남의 눈이 나를 '겁쟁이', '잘난 척쟁이', '착한 애'처럼 어떤 모습으로 붙잡아 두니까요.
사르트르의 가장 유명한 말이 여기서 나와요.
1944년에 처음 무대에 오른 희곡 『닫힌 방』에서 등장인물 가르생이 이렇게 말해요.
L'Enfer c'est les Autres. (지옥, 그것은 타인들이다.)
이 말은 흔히 "남들은 다 싫어" 같은 사람 혐오로 오해받아요.
하지만 사르트르가 하려던 말은 달라요.
이 연극에서 세 사람은 죽어서 한 방에 갇히는데, 서로가 서로를 끝없이 쳐다봐요.
도망칠 수도, 눈을 피할 수도 없어요.
그래서 각자는 상대의 눈길이 붙여놓은 모습에 영영 묶여버려요.
즉 '지옥'은 뜨거운 불이 아니라, 남의 시선이 정해놓은 내 모습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예요.
다른 사람의 눈길이 내 자유를 자꾸 붙잡아 대상으로 만드는 것, 그게 타자의 시선이 주는 괴로움이에요.
이 이야기는 SNS 시대에 더 와닿아요.
사진을 올리기 전, 우리는 '남들이 이걸 어떻게 볼까'부터 상상하죠.
좋아요 개수, 댓글, 남의 평가에 마음이 오르내려요.
이미 남의 시선을 내 안에 들여놓고, 그 눈에 맞춰 나를 다듬는 거예요.
다음 표로 두 상태를 비교해 볼게요.
| 혼자일 때의 나 | 남이 볼 때의 나 | |
|---|---|---|
| 위치 | 세상을 보는 주인공 | 남에게 보여지는 대상 |
| 느낌 | 자유롭게 움직임 | 굳고 부끄러움 |
| 사르트르 용어 | 보는 자 | 대타존재(남에게 있어서의 나) |
사르트르가 남의 시선을 무조건 나쁘다고만 본 건 아니에요.
다만 남의 눈에 붙잡힌 모습이 '진짜 나 전부'는 아니라는 걸 잊지 말라고 해요.
시선은 나를 규정하지만, 나를 완전히 소유하진 못하니까요.
타자의 시선(le regard)은 남이 나를 바라보는 순간, 내가 세상의 주인공에서 남의 눈에 비친 하나의 대상으로 바뀌는 경험이에요.
그때 밀려오는 부끄러움이 '지금 내가 대상이 되었다'는 신호고요.
이렇게 남에게 규정된 나를 사르트르는 대타존재라고 불렀어요.
"지옥, 그것은 타인들이다"라는 말은 사람이 싫다는 뜻이 아니라, 남의 시선이 정해놓은 모습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뜻이에요.
남의 눈길에 자꾸 움츠러들 때, 그 시선이 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만 기억해도 조금은 가벼워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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