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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나쁜 믿음(mauvaise foi)이란, 사실은 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었어"라며 스스로를 정해진 사물처럼 여겨 책임을 피하는 자기기만입니다.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을 속인다는 점이 핵심이에요.
숙제를 안 한 친구가 이렇게 말한다고 해봐요.
"나는 원래 게을러서 어쩔 수 없어."
지각한 사람은 "길이 막혀서 방법이 없었어"라고 하고요.
얼핏 변명 같지만, 사르트르가 보기엔 이게 아주 특별한 종류의 거짓말이에요.
남을 속이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속이고 있거든요.
장폴 사르트르는 1905년 파리에서 태어나 1980년에 세상을 떠난 프랑스 철학자로,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고 선언한 실존주의자였어요.
그가 1943년에 낸 책 『존재와 무』(L'Être et le Néant)에 나오는 개념이 바로 나쁜 믿음, 프랑스어로 mauvaise foi입니다.
우리말로는 흔히 '자기기만'이라고 옮겨요.
내가 사실은 다르게 선택할 수 있었는데도,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 어쩔 수 없다"며 자유를 못 본 척하는 마음의 습관을 가리켜요.
사르트르는 사물과 사람을 딱 나눠서 봐요.
돌멩이는 그냥 돌멩이일 뿐, 다른 무언가가 될 수 없죠.
그의 문장으로 하면 이래요.
"Les objets sont ce qu'ils sont, l'homme n'est pas ce qu'il est, il est ce qu'il n'est pas."
사물은 그것이 그러한 바로 존재하지만, 인간은 그가 그러한 바로 존재하지 않으며, 그가 그러하지 않은 바로 존재한다는 뜻이에요.
말이 어렵죠.
쉽게 풀면 이래요.
컵은 절대로 컵 아닌 게 될 수 없지만, 사람은 언제든 지금과 다르게 될 수 있어요.
"나는 소심한 사람"이라고 정해두더라도, 다음 순간 용기를 낼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나쁜 믿음에 빠진 사람은 자기를 컵처럼 취급해요.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고 못 박아 버리는 거예요.
자기에게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없는 척하니까, 스스로를 향한 거짓말이 되는 거죠.
보통 거짓말은 나는 진실을 알면서 상대에게 숨기는 거예요.
하지만 나쁜 믿음은 속이는 사람과 속는 사람이 같은 나 자신이에요.
그래서 더 교묘하고, 스스로도 알아차리기 힘들어요.
| 구분 | 보통 거짓말 | 나쁜 믿음 |
|---|---|---|
| 속이는 대상 | 다른 사람 | 나 자신 |
| 진실을 아는가 | 나는 안다 |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
| 하는 말 | "안 그랬어" | "어쩔 수 없었어, 원래 이런 사람이야" |
| 노리는 것 | 곤란 회피 | 자유와 책임 회피 |
"성격 탓", "환경 탓",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말이 자꾸 나온다면 나쁜 믿음의 신호일 수 있어요.
직업이나 역할 뒤에 숨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나는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직원일 뿐"이라며, 그 상황에서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나를 지워 버리는 거죠.
사르트르가 이걸 굳이 짚은 이유가 있어요.
그는 사람에게 미리 정해진 본성 같은 건 없다고 봤어요.
그래서 우리는 매 순간 스스로를 선택으로 만들어 가야 하고, 그 무게가 부담스러워 자꾸 도망치고 싶어져요.
나쁜 믿음은 바로 그 도망이에요.
그의 유명한 말이 있어요.
"L'homme est condamné à être libre."
인간은 자유롭도록 선고받았다는 뜻이에요.
자유가 선물이 아니라 형벌처럼 느껴질 만큼 무겁다는 거죠.
또 "Nous sommes seuls, sans excuses", 우리는 혼자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도 했어요.
나쁜 믿음을 벗는다는 건 이 변명 없음을 정면으로 받아들이는 일이에요.
"어쩔 수 없었어" 대신 "내가 그렇게 하기로 했어"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다시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거예요.
나쁜 믿음(mauvaise foi)은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을 속이는 자기기만이에요.
사실은 다르게 선택할 수 있으면서도 "나는 원래 이런 사람", "어쩔 수 없었다"며 스스로를 정해진 사물처럼 여겨 자유와 책임에서 도망치는 태도죠.
사르트르는 사람은 사물과 달리 언제든 지금과 다르게 될 수 있다고 봤고, 그래서 이 도망을 거짓말이라 불렀어요.
"성격 탓", "환경 탓"이 입에 붙을 때 그게 나쁜 믿음은 아닌지 한 번 돌아보는 것, 그게 이 개념이 오늘 우리에게 건네는 물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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