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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사회를 과학으로 분석하겠다고 선언한 남자가, 강의를 시작한 지 몇 주 만에 다리 위에서 강물을 내려다보고 있었어요.
1826년 봄, 오귀스트 콩트는 파리에서 야심 찬 강의를 시작했어요.
이름하여 '실증철학 강의'였는데, 한마디로 이런 선언이었어요.
"신이나 형이상학 같은 허황된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제부터 사회도 물리학처럼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어요."
그런데 첫 강의가 끝나자마자 콩트는 심각한 신경쇠약으로 쓰러졌어요.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은 뒤 번아웃이 찾아온 건데, 그 강도가 보통이 아니었어요.
입원 중 그는 정신을 놓고 세느강에 몸을 던졌고, 마침 근처를 지나던 어부에게 구조됐어요.
"이성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바로 그 주에, 정작 자신의 이성이 먼저 무너진 거예요.
발표 첫날 모든 걸 쏟아붓고 다음 주에 출근을 못 하게 된 직장인의 감각, 딱 그거예요.
다만 콩트의 경우는 그 강도가 자살 시도까지 갔다는 점이 달랐어요.

사회학이라는 학문은 한 권의 책 표지에서 한 사람의 이름이 빠지면서 탄생했어요.
1817년, 스물아홉 살 콩트는 사상가 생시몽의 비서가 됐어요.
생시몽은 산업사회를 처음 이론화한 프랑스의 초기 사회주의 사상가로, 당대 지식인들 사이에서 꽤 유명한 인물이었어요.
콩트는 7년간 그의 곁에서 핵심 저작을 사실상 대필했어요.
그런데 1824년, 『산업체계 교리문답』이라는 책이 출간될 때 문제가 생겼어요.
생시몽이 표지에 자기 이름만 넣고 콩트의 이름을 빼버린 거예요.
동료와 함께 만든 자료에서 내 이름만 빠진 채 발표된 상황, 딱 그거예요.
두 사람은 그날 이후 영구히 결별했어요.
결별 후 콩트에게는 자신만의 학문 이름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그가 직접 만들어낸 단어가 바로 '사회학(sociologie)'이에요.
오늘날 모든 대학 사회학과 간판의 출발점은, 사실 생시몽이 표지에서 이름 하나를 뺀 그 순간이었던 셈이에요.

실증주의자 콩트의 책상에는 죽은 여자의 의자가 있었고, 그는 매일 그 의자를 향해 말을 걸었어요.
1844년, 콩트는 클로틸드 드 보라는 여성을 만났어요.
문제는 그녀가 별거 중인 유부녀였다는 거예요.
두 사람은 깊이 사랑했지만 끝까지 플라토닉 관계에 머물렀어요.
그런데 클로틸드는 만난 지 1년 만에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났어요.
콩트는 이후 매주 수요일 그녀의 무덤을 찾아 '세 번의 기도'를 올렸어요.
그것만으로도 모자랐는지, 자신이 만들고 있던 새 종교에 그녀를 인류 최초의 성녀로 추대했어요.
생각해보면 이건 꽤 이상한 일이에요.
콩트는 그동안 종교를 "인류 사고의 유아기"라고 비웃었던 사람이었거든요.
과학이 발전하기 전 인간이 신에게 의지했던 건, 아직 성숙하지 못해서라는 거예요.
그런 그가, 한 여자의 죽음 앞에서 가장 의례적인 사랑의 신학을 만들어버린 거예요.
짝사랑하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그 사람을 점점 미화하다가, 결국 현실의 어떤 사람도 그 자리에 들어오지 못하게 되는 감각, 콩트는 그걸 학문의 언어로 제도화했어요.

교회를 무너뜨리려던 남자가, 마지막에는 직접 사제복을 입었어요.
1851년, 콩트는 『실증주의 교리문답』을 발표하며 새로운 종교를 공식 선포했어요.
이름하여 '인류교(Religion of Humanity)', 신 대신 인류 자체를 숭배 대상으로 삼는 종교였어요.
그리고 그 종교의 '대사제(Grand-Prêtre de l'Humanité)'는 콩트 자신이었어요.
콩트는 13개월 28일짜리 새 달력도 만들었어요.
각 달에는 데카르트·셰익스피어·뉴턴 같은 인류의 위인 이름을 붙이고, 신도들에게 "머리·심장·이마 세 곳에 손을 얹으라"는 의례까지 규정했어요.
기독교 성인력을 그대로 베껴 위인들로 채운 거예요.
이쯤 되자 가장 열렬한 지지자였던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도 등을 돌렸어요.
밀은 콩트의 초기 실증주의 사상에 깊이 공감했던 인물로, 영국에서 그의 사상을 소개하고 후원했던 사람이에요.
하지만 인류교를 보고는 "이건 내가 알던 콩트가 아니에요"라며 멀어졌어요.
아이러니한 건, 콩트의 출발점이 정확히 이것의 반대였다는 거예요.
그는 "종교는 인류가 아직 어렸을 때 의지했던 목발"이라고 했어요.
그런데 결국 자신이 직접 그 목발을 새로 깎아 만들었어요.
신을 추방하기 위해 시작한 철학이 새 신을 만들어냈고, 그 신의 이름은 '인류'였고, 교황은 콩트 자신이었어요.
종교를 비판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 자신만의 의례와 규율을 만들어 더 엄격해지는 건, 콩트만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어요.
당신은 어떤 것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닮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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