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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개인과 인류 사이에는 국가·민족 같은 '종(種)'이 놓여 있어서, 사람은 이 종을 거쳐야만 남과 이어지는 사회적 존재라는 뜻이에요. 나 한 사람이 곧바로 인류 전체와 연결되는 게 아니라는 거죠.
먼저 아주 짧게 소개할게요.
다나베 하지메(田辺元, 1885년부터 1962년까지)는 니시다 기타로와 함께 일본 교토학파 1세대를 이끈 철학자예요.
원래 수학을 공부하다 철학으로 옮긴 사람이라, 그의 생각에는 늘 '틀과 구조'를 따지는 버릇이 배어 있어요.
그가 1935년 논문 '종의 논리와 세계도식(種の論理と世界図式)'에서 정식으로 내놓은 생각이 바로 종의 논리(種の論理, shu no ronri)예요.
이름은 딱딱해 보여도 뿌리는 생물 시간에 배운 분류예요.
생물을 나눌 때 쓰는 유(類)·종(種)·개(個) 세 단계가 있잖아요.
여기서 '개(個)'는 우리 집 강아지 한 마리, '종(種)'은 진돗개라는 품종, '유(類)'는 개 전체를 가리켜요.
다나베는 이 세 층을 그대로 사람 사회로 옮겨 왔어요.
개는 나 한 사람, 유는 인류 전체,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종은 내가 속한 국가나 민족이에요.
다나베는 스승이자 동료였던 니시다가 인류(유)와 개인(개), 이 둘만 중요하게 보고 그 사이를 이어 주는 '종'을 소홀히 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가운데 항을 살려내는 게 그의 핵심 과제가 됐어요.
생각해 보면 이게 자연스러워요.
나 한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인류의 일원'이 되기는 어렵죠.
실제로는 한국인이라는 소속, 어떤 가족, 어떤 학교라는 중간 울타리를 거쳐서 세상과 관계를 맺어요.
학교에 다니지 않고 곧바로 '전 세계 학생'이 될 수는 없는 것처럼요.
이 중간 울타리가 바로 종이에요.
그래서 다나베는 이렇게 말해요.
서로 부딪히는 모든 대립은 유와 개를 이어 주는 제3의 항, 곧 '종'을 통해 매개된다고요.
이 결론에서 그는 인간을 사회적 존재, 곧 '종적 존재'로 규정했어요.
사람은 홀로 뚝 떨어진 개인이 아니라, 언제나 어떤 공동체 속에 놓인 존재라는 뜻이에요.
말로만 들으면 헷갈리니 표로 정리해 볼게요.
| 층 | 원어 | 사람 사회에서 | 비유(개) |
|---|---|---|---|
| 개 | 個 | 나 한 사람 | 우리 집 강아지 |
| 종 | 種 | 국가·민족 | 진돗개라는 품종 |
| 유 | 類 | 인류 전체 | 개 전체 |
다나베가 강조한 건 바로 가운데 줄, 종이에요.
위아래만 있으면 나와 인류가 허공에서 만나는 셈인데, 실제 삶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우리는 늘 어떤 나라, 어떤 무리를 거쳐서 더 큰 세계와 이어져요.
여기서 조심할 대목이 나와요.
'종'을 국가와 민족으로 놓다 보니, 이 이론이 자칫 국가를 지나치게 떠받드는 쪽으로 흐를 수 있었어요.
실제로 태평양전쟁 시기에 다나베는 자신의 종의 논리를 끌어와 일본의 민족적·국가적 우월성을 옹호하는 글을 썼고, 전쟁터로 나가는 학생들에게 보낸 편지에는 당시 군국주의와 비슷한 말투가 나타나요.
그가 하이데거의 나치 관련 편지를 비판한 적이 있다고 해서, 전쟁에 맞선 저항 지식인으로만 보면 곤란해요.
종의 논리 자체는 국가를 정당화하려는 이론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의 구조를 설명하려던 시도였지만, 현실 정치와 맞물리면서 위험한 얼굴을 드러냈던 거죠.
전쟁이 끝난 뒤 다나베는 스스로 이 문제를 되짚어요.
1947년에 낸 『종의 논리의 변증법(種の論理の辯證法)』에서 그는, 자신의 예전 논리가 '동일성 원리'에 너무 기대는 바람에 국가를 절대적인 것으로 만들고 개인의 자유를 빼앗았다고 반성했어요.
자기가 세운 이론의 약점을 자기 손으로 짚은 셈이에요.
한 철학자가 만든 개념이 시대와 부딪히며 어떻게 흔들리고, 또 어떻게 스스로 고쳐지는지를 종의 논리는 고스란히 보여 줘요.
종의 논리는 개인(개)과 인류(유) 사이에 국가·민족이라는 '종(種)'을 넣어, 사람은 이 중간 항을 거쳐야 세상과 이어지는 사회적 존재라고 본 생각이에요.
니시다가 빠뜨린 가운데 항을 살렸다는 점이 매력이지만, 그 종을 국가로 놓으면서 전쟁기에는 국가주의를 옹호하는 글로 쓰였고, 1947년에는 다나베 자신이 그 위험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글을 썼어요.
같은 개념 하나가 전쟁 중엔 국가를 떠받드는 말로, 전쟁이 끝난 뒤엔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말로 쓰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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