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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절대매개(絶対媒介)는 이 세상 어떤 것도 홀로, 곧바로 있지 않고 반드시 다른 것과의 관계를 '거쳐서'만 있고 움직인다는 생각이에요. 가장 궁극적인 것조차 우리와 얼굴을 맞대고 직접 만나지 않고, 늘 무언가를 통해 매개(媒介)되어 나타난다고 본 거죠.
다나베 하지메(田辺元, 1885년부터 1962년까지)는 일본 교토학파를 대표하는 철학자예요.
그가 오래 붙든 생각 가운데 하나가 '절대매개(絶対媒介, zettai baikai)'입니다.
'매개(媒介)'는 사이에 들어가 이어 준다는 뜻이에요.
서로 말이 안 통하는 두 사람이 만나려면 통역이 필요하죠?
그 통역이 바로 매개예요.
다나베는 세상 모든 것이 이렇게 무언가를 '거쳐서'만 있다고 봤어요.
아무 관계도 없이 저 혼자 뚝 떨어져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거죠.
시소를 떠올려 볼까요.
한쪽이 '올라간다'는 건 다른 쪽이 '내려간다'가 있어야만 생겨요.
올라감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죠.
친구도 마찬가지예요.
내가 '친구'인 건 나 혼자 정한 게 아니라, 상대와 주고받은 말과 시간이 사이에 쌓였기 때문이잖아요.
그 관계를 빼면 '친구'라는 것도 사라져요.
앞에 붙은 '절대(絶対)'는 예외가 하나도 없다는 뜻이에요.
크든 작든, 하찮든 궁극적이든, 전부 매개를 벗어날 수 없다는 거죠.
그래서 '절대매개'는 '무엇이든 반드시 사이길을 거친다'는 강한 선언인 셈이에요.
다나베는 스승 격인 니시다 기타로와 한때 '절대무(絶対無)'라는 개념을 함께 나눴어요.
세상 밑바닥에는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무(無)' 같은 궁극이 있다는 생각이었죠.
그런데 다나베는 니시다가 그 궁극을 '직관(直観)', 곧 마음으로 단번에 들여다보는 것으로 여긴 점을 비판했어요.
다나베가 보기엔, 그 어떤 궁극도 우리가 눈 감고 한 번에 마주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요.
늘 시간 속에서,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행위'를 해야만, 무언가를 매개로 삼아야만 드러난다고 봤죠.
그래서 그는 관조(가만히 바라봄)보다 행위(실제로 함)를, '영원한 현재'보다 '시간 속의 작용'을 강조했어요.
사랑을 생각해 보면 쉬워요.
아무리 마음속으로 누군가를 아낀다 해도, 말과 행동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그 사랑은 세상에 나타나지 않죠.
마음이 곧바로 전해지는 게 아니라 말·행동이라는 매개를 반드시 거쳐야 해요.
다나베는 가장 궁극적인 것도 딱 이렇다고 본 거예요.
곧바로 통하는 지름길을 믿지 않고, 오직 사이길을 통해서만 참된 것에 닿는다고 말이죠.
두 태도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게 정리돼요.
| 구분 | 직관(直観) 방식 | 절대매개(絶対媒介) 방식 |
|---|---|---|
| 궁극과 만나는 법 | 마음으로 곧바로 봄 | 반드시 무언가를 거쳐서 |
| 중심 | 가만히 바라봄(관조) | 실제로 함(행위) |
| 시간 | 영원한 지금 | 시간 속의 작용 |
다나베는 오른쪽을 택했어요.
곧바로 통하는 지름길은 없고, 오직 관계와 행위라는 사이길을 통해서만 진리에 닿는다는 태도죠.
이 생각은 그의 다른 이론들에도 밑바탕으로 깔려 있어요.
예를 들어 '종의 논리(種の論理)'는 개인과 인류가 곧바로 이어지지 않고 '종(국가·사회)'이라는 중간 다리를 거쳐 매개된다고 봐요.
'참회도(懺悔道)'에서도 스스로의 힘과 바깥의 힘이 서로 떼어 낼 수 없이(相即不離) 맞물린다고 하죠.
이 이론들은 각각 다른 글에서 따로 다룰 이야기지만, 뿌리에는 '홀로 곧바로는 안 된다'는 절대매개의 태도가 함께 흐르고 있어요.
절대매개는 어렵게 들리지만, 사실 아주 담백한 태도예요.
"나 혼자 힘으로, 단번에, 곧바로 깨닫는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거죠.
대신 나는 늘 다른 사람, 언어, 사회, 시간을 거쳐서만 나일 수 있다고 인정하는 거예요.
혼자 잘난 사람도, 관계 밖의 진리도 없다는 겸손한 태도라고 볼 수 있어요.
다만 조심할 점도 있어요.
다나베는 이 '매개' 논리를 밀고 나가다, 전쟁 시기에 국가를 지나치게 앞세우는 글을 쓰기도 했어요.
개인을 이어 주는 '사이'가 너무 커지면 오히려 개인을 짓누를 수 있거든요.
그는 훗날 이를 스스로 반성했죠.
좋은 생각도 어디에 갖다 붙이느냐에 따라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까지 함께 기억해 두면 좋아요.
절대매개는 '세상 어떤 것도 홀로, 곧바로 있지 않고 반드시 무언가를 거쳐서만 있다'는 다나베 하지메의 핵심 태도예요.
통역 없이는 못 만나고, 시소는 반대쪽 없이 못 올라가듯, 가장 궁극적인 것조차 직관으로 단번에 잡히지 않고 시간과 행위를 매개로 삼아 드러난다고 봤죠.
지름길은 없고, 사이길만 있다는 것, 다나베 철학의 바탕에는 늘 이 태도가 흐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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