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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참회도(懺悔道, zange-dō)는 자기 힘으로는 저지른 잘못을 결코 갚을 수 없다는 절망에서 출발해요. 그 무력함을 정직하게 인정하는 순간, 자기 바깥의 힘이 무너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는 철학이에요.
다나베 하지메(田辺元, 1885년부터 1962년까지)는 니시다 기타로와 함께 교토학파를 이끈 일본 철학자예요.
그가 전쟁이 끝난 뒤 1946년에 펴낸 책 제목이 바로 『참회도로서의 철학』(懺悔道としての哲学)이고, 여기서 말하는 참회도(懺悔道, zange-dō)가 오늘의 주인공이에요.
참회도를 쉽게 그려 볼게요.
큰 잘못을 저지른 다음, 아무리 사과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 일을 없던 일로 되돌릴 수 없다는 걸 문득 깨달을 때가 있어요.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되는 무거운 마음이 들 때, 다나베는 바로 그 순간에서 철학을 다시 시작하려 했어요.
참회는 단순히 "미안해요"라고 말하는 일이 아니라, "나에게는 이걸 갚을 힘이 없구나"를 뼈저리게 인정하는 자리예요.
이 철학은 책상 위 이론이 아니라 다나베 자신의 깊은 후회에서 나왔어요.
그는 전쟁 기간에 일본의 국가·민족을 옹호하는 글을 썼고, 출정하는 학생들에게 보낸 편지에도 당시 군국주의와 닮은 말이 들어 있었어요.
전쟁이 끝나고 나서 그는 이 일을 두고 깊은 도덕적 고뇌에 빠졌어요.
그래서 참회도는 "내가 이렇게 큰 잘못에 발을 담갔는데, 도대체 철학이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물음에서 태어났어요.
다나베는 잘못을 덮거나 변명하는 대신, 무너진 자기 자신을 그대로 철학의 출발점으로 삼았어요.
참회도로서의 철학이란, 철학하는 사람이 먼저 자기 죄 앞에서 무릎을 꿇고 다시 시작하는 길이라는 뜻이에요.
여기서 다나베의 생각이 특이해요.
보통은 "내가 반성하고 내가 고치겠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다나베는 그것조차 안 된다고 봤어요.
잘못을 저지르는 성향이 사람 안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고 본 거예요.
이건 칸트가 말한 근본악(根本悪, radical evil), 즉 선을 바라면서도 자꾸 악을 저지르고 마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기울기와 통해요.
그러니 참회는 내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게 아니에요.
다나베는 참회가 나 아닌 다른 것, 곧 타자(他者)에 의해 일깨워진다고 봤어요.
물에 빠진 사람이 자기 머리채를 잡아 자기를 건질 수 없듯이, 무력함의 밑바닥에서는 나를 건지는 힘이 바깥에서 와요.
그 힘 앞에서 낡은 나를 부정하게 되고, 그 자기부정을 통해 오히려 다시 살아나는 거예요.
무너짐이 곧 되살아남의 문이 되는 셈이에요.
재미있는 건, 이 두 힘이 딱 잘라 나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나를 일으키는 바깥의 힘(타력)과 내가 참회하는 안의 힘(자력)이 서로 붙어 떨어지지 않아요.
다나베는 이를 상즉불리(相即不離), 곧 둘이 서로 맞물려 떼어 낼 수 없는 관계라고 표현했어요.
참회를 일으키는 바깥의 힘도 실은 내 안의 무력한 뉘우침과 함께 작동한다는 거예요.
참회도를 오해하기 쉬운 지점을 표로 정리해 볼게요.
| 흔한 오해 | 다나베의 참회도 |
|---|---|
| 미안하다고 말하면 끝난다 | 갚을 힘이 없음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
| 내가 반성해서 내가 나를 고친다 | 자기 바깥의 힘이 무너진 나를 다시 세운다 |
| 참회는 나약한 사람의 자책이다 | 무력함의 인정이 오히려 되살아남의 문이다 |
| 그저 종교적인 회개일 뿐이다 | 철학 자체를 다시 시작하려는 방법이다 |
특히 기억할 점은, 참회도가 다나베 개인의 반성문이라는 거예요.
그는 자기가 전쟁기에 쓴 글을 부끄러워했고, 그 부끄러움을 회피하지 않고 철학의 뼈대로 삼았어요.
참회도는 남을 손가락질하는 도구가 아니라, 먼저 자기 자신을 향한 정직한 고백이에요.
참회도(懺悔道, zange-dō)는 세 걸음으로 요약돼요.
첫째, 내 힘으로는 저지른 잘못을 갚을 수 없다는 무력함을 인정해요.
둘째, 그 밑바닥에서 나 아닌 바깥의 힘이 무너진 나를 일으켜요.
셋째, 낡은 나를 부정하는 그 순간이 곧 다시 살아나는 문이 돼요.
다나베는 전쟁 협력이라는 자신의 아픈 후회를 덮지 않고, 그 부끄러움 위에서 철학을 다시 세우려 했어요.
그래서 참회도는 완벽한 사람이 내려다보는 훈계가 아니라, 무너진 사람이 정직하게 다시 서는 길이라고 기억하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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