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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흡벽(翕闢)은 우주의 끊임없는 변화가 안으로 뭉쳐 물질을 이루는 힘(흡)과 위로 열려 정신을 이루는 힘(벽), 이 두 방향으로 동시에 일어난다는 슝스리의 생각이에요. 서로 반대인 듯한 두 힘이 사실은 하나의 흐름이 보이는 두 얼굴이라는 거예요.
혹시 이런 생각 해 본 적 있나요?
세상은 왜 딱딱한 돌멩이 같은 물질도 있고, 눈에 안 보이는 마음이나 생각 같은 것도 있을까요?
중국의 철학자 슝스리(熊十力, 1885년부터 1968년까지)는 이 물음을 아주 흥미로운 두 글자로 풀어냈어요.
바로 흡(翕)과 벽(闢)이에요.
슝스리는 불교와 유학을 하나로 녹여 현대 신유가의 바탕을 놓은 스승으로 꼽히는 사람이에요.
그가 말한 흡은 한자로 動而凝(동이응), 곧 '움직이면서 안으로 응결된다'는 뜻이에요.
반대로 벽은 動而升(동이승), '움직이면서 위로 상승한다'는 뜻이고요.
흡이 뭉쳐서 물질과 형체를 만든다면, 벽은 열리고 솟아올라 정신과 마음을 이룬다고 봤어요.
세상 모든 것은 이 두 방향의 움직임이 함께 짜여서 생겨난다는 거예요.
숨쉬기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우리는 숨을 들이쉬면서 몸 안으로 공기를 모으고, 내쉬면서 밖으로 내보내요.
들숨과 날숨은 정반대 같지만, 사실 '숨쉬기'라는 하나의 일이 보여 주는 두 국면이에요.
하나만 있으면 숨쉬기 자체가 성립하지 않죠.
슝스리의 흡벽도 이와 비슷해요.
흡은 숨을 들이쉬듯 안으로 모여 단단해지는 힘이에요.
이렇게 응결되면서 우리 눈에 보이는 물질, 몸, 사물이 만들어져요.
벽은 숨을 내쉬듯 밖으로 열리고 위로 뻗어 나가는 힘이에요.
이 열림에서 정신, 마음, 생명력 같은 것이 생겨나요.
반죽을 손안에 꼭 쥐어 뭉치는 힘(흡)과, 다시 활짝 펴서 부풀리는 힘(벽)을 상상해도 좋아요.
중요한 건, 슝스리가 이 둘을 서로 싸우는 적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흡이 있어야 벽이 흩어지지 않고, 벽이 있어야 흡이 죽은 돌덩이로 굳지 않아요.
뭉치는 힘과 펼치는 힘이 한 몸으로 얽혀서, 물질도 되고 정신도 되는 살아 있는 세계가 굴러가는 거예요.
슝스리는 흡과 벽이 함께 어우러져 변화를 이루는 이 과정을 흡벽성변(翕闢成變)이라고 불렀어요.
'흡과 벽이 변화를 이룬다'는 말이에요.
여기서 핵심은, 세계가 먼저 딱 만들어져 있고 그다음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끊임없는 변화 그 자체가 곧 세계라는 생각이에요.
그럼 이 변화를 일으키는 근원은 뭘까요?
슝스리는 그것을 항전(恒轉)이라고 불렀어요.
'늘 굴러간다'는 뜻인데, 재미있게도 끊어지지도 않으면서 똑같이 멈춰 있지도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강물처럼 한순간도 쉬지 않고 흐르지만, 그렇다고 어제의 물과 오늘의 물이 똑같지도 않은 것과 비슷해요.
이 쉼 없이 구르는 근원을 능변(能變), 곧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라고도 했고요.
이 흡벽이라는 발상은 슝스리가 혼자 지어낸 게 아니라 옛 경전 《주역(周易)》에서 빌려온 것이에요.
세상을 고정된 부품들의 조립이 아니라, 끝없이 열리고 닫히는 변화의 리듬으로 보는 오래된 지혜를 가져와 자기 철학으로 다시 벼린 거예요.
흡벽을 처음 들으면 물질을 만드는 부품과 정신을 만드는 부품, 이렇게 두 개의 재료가 따로 있다고 오해하기 쉬워요.
하지만 슝스리의 뜻은 정반대예요.
아래 표로 정리해 볼게요.
| 구분 | 흡(翕) | 벽(闢) |
|---|---|---|
| 한자 뜻 | 動而凝(움직여 응결됨) | 動而升(움직여 상승함) |
| 이루는 것 | 물질·형체 | 정신·마음 |
| 방향 | 안으로 뭉침 | 밖으로 열림 |
표로 나누긴 했지만, 이 둘은 서로 다른 두 물건이 아니에요.
하나의 흐름이 동시에 보여 주는 두 얼굴이에요.
동전의 앞면과 뒷면을 따로 떼어 낼 수 없듯이, 흡만 있는 세계나 벽만 있는 세계는 없어요.
그래서 물질과 정신을 아예 남남으로 갈라놓고 어느 쪽이 진짜냐 다투는 것과는 결이 달라요.
슝스리에게는 뭉침과 열림이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세계를 짜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흡벽이에요.
흡벽은 어렵게 들리지만 뼈대는 단순해요.
세상의 끝없는 변화가 두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거예요.
안으로 뭉쳐 물질을 이루는 힘이 흡(翕, 動而凝)이고, 밖으로 열려 정신을 이루는 힘이 벽(闢, 動而升)이에요.
이 둘이 함께 변화를 이루는 것을 흡벽성변이라 불렀고, 그 변화를 쉼 없이 굴리는 근원을 항전이라 했지요.
기억할 하나는 이거예요.
흡과 벽은 싸우는 두 적도, 따로 노는 두 재료도 아니에요.
들숨과 날숨처럼, 한 흐름이 보여 주는 두 얼굴이에요.
슝스리는 이렇게 물질과 정신을 갈라놓지 않고 하나의 살아 있는 변화로 묶어 내면서, 세상을 고정된 물건이 아니라 늘 열리고 닫히는 리듬으로 바라보자고 권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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