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코멘트
0
개
로딩 중입니다
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아힘사는 힌두교와 자이나교에서 온 '해치지 않는다'는 오래된 서약이에요. 간디는 이것을 단순히 손을 대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상대를 미워하는 마음까지 내려놓고 대하는 태도로 넓혔어요. 그래서 그는 겁이 나서 가만히 있는 것은 아힘사가 아니라고 봤어요.
친구랑 크게 다퉜을 때, 주먹을 꾹 참아 본 적 있죠?
아힘사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마음이에요.
산스크리트어로 '아(a)'는 '아니다', '힘사(himsa)'는 '해침'을 뜻해요.
둘을 합치면 아힘사(ahimsa), 곧 '해치지 않음'이 돼요.
몸으로도, 말로도, 마음속으로도 남을 다치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에요.
이건 간디가 혼자 만든 말이 아니에요.
원래 인도의 힌두교와 자이나교에는 지켜야 할 다섯 가지 서약이 있어요.
사티아(satya, 진실), 아힘사(ahimsa, 비폭력), 브라마차리아(brahmacharya, 금욕), 아스테야(asteya, 훔치지 않음), 아파리그라하(aparigraha, 무소유).
인도 서부에서 1869년에 태어나 인도 독립을 이끈 간디는 이 오래된 다섯 서약을 자기 삶의 뿌리로 삼았고, 그중에서도 아힘사를 가장 앞세웠어요.
여기서 오해가 하나 생겨요.
'비폭력'이라고 하면 무조건 맞고만 있는 것, 무기력하게 당하는 것으로 들리거든요.
그런데 간디의 아힘사는 정반대예요.
간디는 비폭력이 폭력보다 '무한히 우월하다'고 여겼어요.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도 말했어요.
겁이 나서 비겁하게 물러서느니 차라리 폭력을 택하겠다고요.
무슨 뜻일까요?
아힘사는 힘이 없어서 못 싸우는 게 아니라, 싸울 힘이 있는데도 상대를 해치지 않기로 스스로 고른 길이라는 거예요.
세 가지를 늘어놓으면 차이가 또렷해져요.
| 태도 | 마음 상태 | 간디의 평가 |
|---|---|---|
| 폭력 | 상대를 힘으로 눌러 이기려 함 | 비겁함보다는 낫다 |
| 비겁 | 두려워서 아무것도 못 함 | 가장 낮게 봄 |
| 아힘사 | 힘이 있어도 해치지 않기로 택함 | 무한히 우월하다 |
그래서 아힘사는 사실 아주 용감한 태도예요.
때릴 수 있는데 때리지 않고, 미워할 이유가 넘치는데 미워하지 않는 쪽을 고르는 거니까요.
아힘사가 어려운 진짜 이유는 몸이 아니라 마음에 있어요.
주먹을 참기는 그래도 쉬워요.
그런데 상대를 향한 미움까지 지우기는 훨씬 힘들죠.
간디에게 아힘사는 또 다른 서약인 사티아(진실)와 짝을 이뤄요.
그는 처음엔 "신은 진실이다(God is Truth)"라고 했다가, 나중엔 순서를 바꿔 "진실이 신이다(Truth is God)"라고 말했어요.
진실을 좇는 사람은 상대를 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거예요.
상대도 언젠가 진실을 알아볼 사람이라고 믿기 때문이죠.
그래서 미움 대신 상대의 마음이 바뀌기를 기다리는 태도가 아힘사예요.
이런 마음은 간디의 말에서도 엿보여요.
"조급함도, 야만도, 오만도, 부당한 압박도 있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민주주의 정신을 기르고자 한다면 우리는 불관용을 용납할 수 없다. 불관용은 자기 대의에 대한 믿음의 결여를 드러낸다."
상대를 미워하고 몰아붙이는 순간, 이미 내 편이 옳다는 믿음이 흔들린 거라는 뜻이에요.
참고로 이 아힘사를 실제 저항 운동으로 옮긴 방법이 사티아그라하인데, 그건 다른 글에서 따로 다룰게요.
간디를 '한 번도 흔들리지 않은 성인'으로 그리면 오히려 아힘사를 오해하게 돼요.
실제 간디는 이 원칙 앞에서 여러 번 고민하고, 때로 어긋나 보이는 선택도 했어요.
예를 들어 1918년에 그는 제1차 세계대전에 인도인이 입대하도록 권하는 전단을 쓰기도 했어요.
비폭력을 그렇게 앞세운 사람이 왜 전쟁 참여를 독려했느냐를 두고 그때부터 논쟁이 있었죠.
또 1942년 영국에 "인도를 떠나라"고 외치던 때는 "카로 야 마로(karo ya maro)", 곧 "하거나 죽거나"라는 강한 구호를 내걸면서도 어디까지나 비폭력으로 하자고 했어요.
이렇게 아힘사는 완성된 규칙이라기보다, 간디가 평생 시험하고 씨름한 살아 있는 질문에 가까웠어요.
완벽해서가 아니라, 흔들리면서도 계속 붙든 원칙이라는 점이 아힘사를 더 진짜처럼 보이게 해요.
아힘사는 힌두교와 자이나교의 다섯 서약에서 온 '해치지 않는다'는 원칙이고, 간디는 이걸 손을 대지 않는 것을 넘어 미워하는 마음까지 내려놓는 태도로 넓혔어요.
그래서 겁이 나서 참는 비겁함과는 전혀 다르고, 힘이 있어도 해치지 않기로 택하는 용기에 가까워요.
상대도 진실을 알아볼 사람이라 믿기에 미움 대신 기다림을 고르는 것, 그러면서도 간디 자신조차 평생 흔들리며 붙든 물음이었다는 것.
이 두 가지만 기억하면 아힘사의 핵심은 손에 잡혀요.
0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