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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타고르는 동양과 서양의 정신이 서로 맞서는 게 아니라, 각자 손에 든 등불이 결국 하나의 빛으로 모인다고 봤어요. 그래서 동양의 오래된 지혜를 시로 옮겨 서양에 건네고, 서양의 과학·문학과도 스스럼없이 마주 앉았죠.
캄캄한 밤에 여러 사람이 각자 등불을 하나씩 들고 서로 다른 길로 걸어온다고 생각해 보세요.
처음엔 불빛이 따로따로 떠 있지만, 한자리에 모이면 그 방이 환해지죠.
타고르가 본 동양과 서양이 딱 그랬어요.
타고르는 1932년 이란을 방문했을 때 이런 말을 남겼어요.
"아시아의 각 나라는 저마다의 힘과 본성과 필요에 따라 자신의 역사적 문제를 풀어갈 것이나, 각자가 진보의 길에서 밝히는 등불은 결국 하나로 모여 지식이라는 공통의 빛줄기를 비출 것이다."
동양은 동양대로, 서양은 서양대로 걸어가되, 그 끝에서 만나는 빛은 하나라는 거예요.
'동서양 정신의 융합'이란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이기거나 흉내 내는 게 아니라, 두 등불을 한 방에 모으는 일이었던 셈이죠.
타고르가 서양에 건넨 등불은 인도의 아주 오래된 생각에서 왔어요.
중국어 위키는 그의 사상이 고대 인도의 범신론에 뿌리를 두고, 『우파니샤드』와 찬가의 인신일체(人神一體)·물아교융(人我交融) 철학을 흡수했다고 전해요.
어려운 말 같지만 풀면 간단해요.
인신일체는 '사람과 신이 한 몸'이라는 뜻이고, 물아교융은 '나와 세상 만물이 서로 스며 하나가 된다'는 뜻이에요.
나뭇잎 한 장에도, 아침 햇살에도 신성한 생명이 흐른다고 보는 마음이죠.
이 정신을 그는 딱딱한 논문이 아니라 노래와 시로 담았어요.
15세기와 16세기 바이슈나바 시인들의 전통에서 출발해, 우파니샤드를 쓴 성자들의 신비주의, 그리고 벵골 시골을 떠돌던 바울(Baul) 음유시인 랄론 샤의 민속 노래까지 흡수했거든요.
그래서 그의 글에는 삶을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긍정하고 예찬하는 따뜻함이 흘러요.
서양이 낯설게 느끼던 '동양의 정신세계'가 바로 이 대목이었어요.
등불이 아무리 밝아도 남에게 보이려면 그쪽으로 들고 가야 하죠.
타고르는 실제로 그 등불을 들고 세계를 걸었어요.
1878년부터 1932년까지 다섯 대륙 서른 나라 넘게 여행했고, 그 길에서 아인슈타인, 앙리 베르그송, 조지 버나드 쇼, 토마스 만, 로맹 롤랑 같은 서양의 큰 이름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어요.
결정적인 다리는 시집이었어요.
1913년 타고르는 인도인이자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는데, 유럽인이 아닌 사람으로서 이 상을 받은 것도 그가 처음이었어요.
흥미롭게도 상을 안겨 준 책은 벵골어 원작이 아니라, 그가 직접 영어로 옮긴 작은 시선집 『Gitanjali: Song Offerings』였어요.
스웨덴 아카데미는 그 '이상주의적이며 서구인이 다가가기 쉬운' 성격을 높이 평가했죠.
동양의 마음을 서양의 언어라는 그릇에 담아 건넨 거예요.
물리학자 아인슈타인과 '실재란 무엇인가'를 두고 나눈 대화가 그의 책 『인간의 종교(The Religion of Man)』 부록에 실린 것도, 동양의 시인과 서양의 과학자가 한 탁자에서 만난 장면이었어요.
두 등불을 모으는 일이 언제나 박수만 받은 건 아니에요.
여기서 흔한 오해를 하나 짚어 둘게요.
타고르가 '세계가 한결같이 떠받든 시인'이라는 이미지는 절반만 맞아요.
그를 서양에 알린 시인 예이츠조차 나중엔 영어 번역을 두고 "빌어먹을 타고르… 타고르는 영어를 모른다"며 혹평했어요.
벵골어 원작의 시적 깊이가 영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많이 깎였다는 지적이었죠.
실제로 1920년대 말 이후 벵골 바깥에서 그의 명성은 '거의 완전히 가려지는' 시기를 겪었다는 재평가도 있어요.
등불을 다른 방으로 옮기다 보면 불빛이 조금 흔들리기 마련이라는 뜻일지도 몰라요.
그래도 타고르는 번역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동양의 정신을 서양이 읽을 수 있게 건네려 했고, 그 시도 자체가 융합이라는 실험이었어요.
타고르의 '동서양 정신의 융합'은 두 세계를 한 덩어리로 뭉치는 일이 아니라, 각자 든 등불을 한 방에 모아 함께 밝히는 일이었어요.
그는 우파니샤드의 인신일체·물아교융 같은 동양의 오랜 생각을 시와 노래로 길어 올려, 노벨문학상을 안긴 영어 번역과 세계 곳곳의 만남을 통해 서양에 건넸어요.
번역의 손실과 뒤늦은 혹평도 있었지만, 동양과 서양의 등불이 결국 하나의 빛으로 모인다고 믿은 그 마음만은 흔들리지 않았죠.
오늘 우리가 다른 문화 앞에서 움츠러들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그는 한 세기 전 등불이 모이면 방 전체가 환해진다는 그림으로 미리 보여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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