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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타고르는 나라를 아끼는 마음 자체를 부정하지 않았어요. 다만 민족과 국가를 기계처럼 떠받들다 보면 그 안에 사는 사람과 이웃 나라 사람이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고 경계했죠. 독립은 원하되, 민족을 우상으로 삼는 순간 사람이 사라진다는 거예요.
운동장에서 우리 반을 응원하는 마음은 즐겁죠.
그런데 응원이 지나쳐서 상대 반을 미워하고, 우리 편이면 잘못해도 무조건 감싸는 순간 분위기가 험악해져요.
타고르가 걱정한 '민족주의'가 바로 이 지점이에요.
타고르는 인도를 사랑한 시인이었어요.
인도 국가 '자나 가나 마나'와 방글라데시 국가 '아마르 소나르 방글라'를 직접 지었을 정도죠.
'아마르 소나르 방글라'는 1905년 영국이 벵골 땅을 둘로 쪼개려 하자 항의하며 쓴 노래예요.
그러니 조국을 아끼지 않은 사람이 결코 아니었어요.
그런데도 그는 '민족을 최고로 떠받드는 태도'만은 위험하다고 봤어요.
나라를 하나의 거대한 기계처럼 만들어 놓고, 그 기계를 굴리기 위해 사람을 부품처럼 쓰기 시작하면, 정작 그 나라에 사는 진짜 사람들의 얼굴이 지워진다고 느꼈거든요.
여기서 많은 사람이 놀라요.
식민지 인도의 시인이 독립을 반대했느냐고요.
아니에요.
경제학자 아마르티아 센의 설명에 따르면, 타고르는 인도가 독립할 권리를 분명히 주장했어요.
다만 '강한 민족주의 색깔을 띤' 독립운동 방식에는 반발했죠.
무슨 차이일까요?
타고르는 독립을 원하면서도, 밖에서 배울 점이 있다는 사실만은 부정하지 않으려 했어요.
'우리 것만 옳고 서양 것은 다 나쁘다'는 식으로 담을 쌓아 버리면, 미워하는 힘으로 뭉친 또 하나의 닫힌 집단이 될 뿐이라고 본 거예요.
적을 미워하려고 뭉친 마음은, 적이 사라지면 갈 곳을 잃으니까요.
그렇다고 그가 부당함 앞에서 침묵한 것도 아니에요.
1915년 영국 왕에게 받은 기사 작위를 1919년 잘리안왈라 바그 학살에 항의하며 반납했어요.
그는 편지에 이렇게 썼어요.
"이제 명예의 훈장이 어울리지 않는 굴욕의 맥락 속에서 우리의 수치를 더욱 드러내는 시대가 왔습니다. 저로서는 모든 특별한 지위를 벗어 던지고 제 동포들의 곁에 서고자 합니다."
나라의 이름이 아니라, 고통받는 사람들 곁에 서겠다는 마음이었죠.
타고르식으로 정리하면 이렇게 나눌 수 있어요.
| 구분 | 나라를 아끼는 마음 | 타고르가 경계한 민족주의 |
|---|---|---|
| 향하는 곳 | 그 안에 사는 사람들 | 국가라는 기계·조직 |
| 바깥 사람을 대할 때 | 함께 배우는 이웃 | 이겨야 할 상대 |
| 힘의 원천 | 서로 아끼는 마음 | 남을 미워하는 마음 |
| 결과 | 사람이 살아남음 | 사람이 부품이 됨 |
타고르가 무솔리니를 처음 만났을 때 잠깐 좋은 인상을 말했다가, 곧 신문 기고문에서 파시즘을 공개적으로 규탄한 일도 이 표로 설명돼요.
국가를 앞세워 사람을 짓누르는 힘의 정체를 알아채자마자 등을 돌린 거죠.
타고르는 담을 쌓는 대신 등불을 들자고 했어요.
1932년 이란을 방문했을 때 이런 말을 남겼죠.
"아시아의 각 나라는 저마다의 힘과 본성과 필요에 따라 자신의 역사적 문제를 풀어갈 것이나, 각자가 진보의 길에서 밝히는 등불은 결국 하나로 모여 지식이라는 공통의 빛줄기를 비출 것이다."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니 길은 다르게 걷더라도, 결국 그 빛은 인류라는 하나의 방을 함께 밝힌다는 뜻이에요.
같은 해 이라크 사막에서 만난 한 부족장의 말에서 그는 "본질적 인간성의 목소리"를 알아채고 깜짝 놀랐다고 적기도 했어요.
국적을 걷어 내고 나면 남는 건 결국 사람이라는 거죠.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인 1941년, 그는 「문명의 위기」라는 연설에서 영국의 식민통치를 규탄하면서도 조국의 해방을 확신했어요.
미움이 아니라 사람을 믿는 마음으로 끝까지 버틴 셈이에요.
타고르의 민족주의 비판은 '나라를 사랑하지 말자'가 아니에요.
나라를 아끼되, 그 사랑이 국가라는 기계를 떠받드는 숭배로 변하고 남을 미워하는 힘으로 바뀌는 순간을 경계한 거예요.
그는 독립을 원하면서도 밖에서 배우기를 멈추지 않았고, 부당함 앞에서는 기사 작위를 반납했으며, 파시즘은 곧바로 규탄했어요.
등불은 각자 들되 그 빛은 하나로 모인다는 말, 그리고 국적을 벗기면 남는 건 사람이라는 믿음.
이 두 문장만 기억해도 그의 민족주의 비판은 충분히 손에 잡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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