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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자주지권(自主之權)은 하늘이 사람에게 준, 선과 악 가운데 어느 쪽으로 갈지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권한이에요. 착한 일도 나쁜 일도 미리 정해져 있지 않고 내가 고르는 것이라, 그 선택의 책임도 오롯이 나에게 있다는 뜻이지요.
배고픈 강아지 앞에 고기를 놓아 보세요.
강아지는 거의 무조건 달려들어요.
참을지 말지 고민하지 않지요.
그런데 사람은 배가 고파도 "이건 남의 것이니 먹지 말자" 하고 멈출 수 있어요.
바로 이 '멈출 수 있는 힘', '다른 쪽을 고를 수 있는 힘'이 자주지권의 핵심이에요.
한자를 그대로 풀면 '스스로(自) 주인이 되는(主) 권한(權)'이라는 뜻이랍니다.
이 개념을 힘주어 말한 사람이 조선 후기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1762년부터 1836년까지)이에요.
다산은 사람을 '착함과 나쁨의 갈림길 앞에 서 있는 존재'로 봤어요.
어느 길로 갈지는 하늘이 대신 정해 주지 않고, 사람이 자기 손으로 고른다는 거예요.
그래서 자주지권은 곧 '선택의 자유'이자 '선택의 책임'을 함께 가리키는 말이 됩니다.
다산이 살던 시대의 주류 학문에서는 '사람의 본성은 곧 착함이며, 그 착함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보는 흐름이 강했어요.
쉽게 말하면 '너는 원래 착한 존재로 세팅되어 있다'는 그림이지요.
다산은 이 그림에 살짝 다른 색을 칠했어요.
사람에게 착함으로 기우는 마음이 있는 건 맞지만, 그건 이미 완성된 착함이 아니라 '착한 쪽을 고를 수 있는 가능성'일 뿐이라고 본 거예요.
(사람 본성을 기호로 설명한 성기호설은 그 자체로 큰 주제라 여기서는 접어 둘게요.)
왜 이 차이가 중요할까요?
생각해 보세요.
만약 착함이 처음부터 완전히 정해져 있다면, 착한 일을 한 사람을 칭찬할 이유도, 나쁜 일을 한 사람을 나무랄 이유도 사라져요.
정해진 대로 움직인 것뿐이니까요.
마치 알람이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울리는 것과 같지요.
알람이 울렸다고 칭찬하지는 않잖아요.
다산은 사람이 알람과 다르다고 봤어요.
울릴지 말지, 일어날지 말지를 스스로 정하니까 거기서 도덕과 책임이 생겨난다는 거예요.
여기서 다산의 생각이 한 걸음 더 나아가요.
그는 마음속으로 '착하게 살아야지' 다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봤어요.
다짐은 실제 행동으로 옮겨져야 비로소 완성된다는 거지요.
축구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선수가 되지 않고, 매일 공을 차 봐야 하는 것과 같아요.
다산은 이렇게 적었어요.
仁者非本心之全德,亦事功之所成耳。
'어짊(仁)이란 본래 마음의 온전한 덕만이 아니라, 실제로 해낸 일(事功)을 통해서도 이루어지는 것일 뿐이다'라는 뜻이에요.
착함은 마음 안에 고이 모셔 둔 보물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 실제 일을 하면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지요.
또 이렇게도 말했어요.
古學用力在行事,而以行事爲治心;今學用力在養心,以養心至廢事故也。
'옛 학문은 힘씀이 일을 행하는 데 있어 그 행함으로 마음을 다스렸으나, 오늘날 학문은 마음을 기르는 데만 힘쓰다가 오히려 할 일을 내버리게 되었다'는 뜻이에요.
마음공부만 하다 정작 해야 할 일을 놓치는 걸 다산은 경계했어요.
자주지권으로 착한 쪽을 골랐다면, 그 선택을 실제 행동으로 밀고 나가야 진짜라는 거예요.
자주지권을 오늘의 말로 바꾸면 이렇게 돼요.
'나는 상황이나 성격의 노예가 아니라, 매 순간 무엇을 할지 고를 수 있는 존재다.'
화가 났을 때 소리를 지를지 한 번 참을지, 귀찮을 때 약속을 지킬지 미룰지, 그 갈림길마다 선택이 내 손에 있다는 뜻이에요.
동시에 이 말은 조금 무겁기도 해요.
선택이 내 것이면 그 결과의 책임도 내 것이니까요.
"어쩔 수 없었어"라는 변명이 설 자리가 좁아져요.
하지만 그만큼 힘이 되는 생각이기도 해요.
지금까지 어떤 선택을 해 왔든, 다음 갈림길에서는 다른 쪽을 고를 수 있다는 뜻이거든요.
좋은 습관도, 좋은 사람도 하루아침에 정해지는 게 아니라 작은 선택이 쌓여 만들어진다는, 다산의 오래된 조언인 셈이에요.
자주지권은 하늘이 사람에게 준 '스스로 고를 권한'이에요.
강아지가 고기에 달려들듯 정해진 대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사람은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어느 쪽으로 갈지 직접 정해요.
그래서 칭찬과 책임이 생기고, 도덕이 의미를 가져요.
다산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착한 쪽을 골랐다면 마음속 다짐에 그치지 말고 실제 행동으로 옮겨야 그 선택이 완성된다고 봤어요.
오늘의 나에게 이 생각은 이렇게 남아요.
나는 매 순간 고를 수 있고, 그 작은 선택들이 모여 결국 나를 만든다는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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