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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목민심서는 백성을 다스리는 지방 관리가 지켜야 할 행정 지침서예요. 다산 정약용은 관리가 백성을 위해 존재하며, 그 모든 일의 출발점이 자기 몸을 깨끗이 하는 청렴이라고 봤어요.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1762~1836)은 1801년부터 1818년까지 18년 동안 전라도 강진에서 귀양살이를 했어요.
그 긴 유배 기간에 쓴 책 가운데 하나가 바로 《목민심서》예요.
'목민(牧民)'이라는 말부터 풀어 볼게요.
'목(牧)'은 원래 소나 양을 기른다는 뜻이에요.
여기서 목민관은 고을을 맡은 수령, 그러니까 지금으로 치면 시장이나 군수 같은 지방 관리예요.
다산의 생각은 이렇게 요약돼요.
백성이 관리를 먹여 살리려고 있는 게 아니라, 관리가 백성을 잘 살게 하려고 있다는 거예요.
순서를 뒤집은 거죠.
반장이 반을 부려 먹는 사람이 아니라 반 친구들을 챙기는 사람이어야 하듯, 관리는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는 게 목민심서 행정철학의 뿌리예요.
다산은 좋은 관리가 되는 첫걸음을 아주 분명하게 못 박았어요.
바로 청렴이에요.
《목민심서》에는 이런 말이 나와요.
"廉者,牧之本務,萬善之源,諸德之根,不廉而能牧者,未之有也."
풀이하면 '청렴이란 목민관의 근본 임무요, 온갖 선의 근원이며 모든 덕의 뿌리이니, 청렴하지 않고서 백성을 잘 다스린 자는 없었다'는 뜻이에요.
왜 이렇게까지 강조했을까요.
식당 사장님이 손님 몰래 재료값을 빼돌리면 아무리 친절한 척해도 손님이 믿지 않겠죠.
관리도 마찬가지예요.
자기 주머니부터 챙기는 사람은 아무리 그럴듯한 정책을 내놓아도 백성이 따르지 않아요.
그래서 다산은 능력이나 말솜씨보다 먼저 손이 깨끗해야 한다고 본 거예요.
청렴은 여러 덕목 중 하나가 아니라, 나머지 모든 덕이 자라나는 밑바탕인 셈이죠.
그런데 다산의 행정철학에는 한 가지 특징이 더 있어요.
착한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거예요.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仁者非本心之全德,亦事功之所成耳."
'어짊(仁)이란 본래 마음의 온전한 덕만이 아니라, 실제 사업을 통해서도 이루어지는 것일 뿐이다'라는 뜻이에요.
마음속으로만 백성을 사랑한다고 되뇌는 게 아니라, 실제로 세금을 공정하게 걷고 억울한 사람을 구해 주는 '일'을 해내야 진짜 어진 관리라는 거죠.
다산이 곡산부사로 있을 때 일화가 이 생각을 잘 보여 줘요.
관리의 부패에 항의하려고 이계심이라는 농민이 앞장서 몰려온 사건이 있었어요.
보통이라면 소란을 피운 사람을 벌줬겠죠.
그런데 다산은 오히려 그를 격려하며, 부패에 항의하는 사람에게는 상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해져요.
백성의 목소리를 억누르는 게 아니라 귀 기울이는 것, 그게 행정이라고 본 거예요.
다산의 목민 정신은 형벌에도 이어졌어요.
그는 재판 지침서 《흠흠신서》 서문에서 사람 목숨이 걸린 옥사를 다룰 때 '翼其無冤枉', 곧 억울함이 없도록 하는 것이 자신의 뜻이라고 밝혔어요.
벌을 주는 일조차 백성을 아끼는 마음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거죠.
브리티시컬럼비아대의 돈 베이커 교수는 다산의 정신을 '도덕적 실용주의(moral pragmatism)'라고 불렀어요.
문제를 만나면 '이걸 어떻게 풀지'를 실용적으로 따지되, 도덕적 가치를 늘 맨 앞에 두었다는 뜻이에요.
착하기만 하거나 유능하기만 한 게 아니라, 둘을 하나로 묶은 거죠.
2012년 유네스코가 다산 탄생 250주년을 맞아 그를 세계기념인물로 선정한 것도 이런 정신의 무게를 보여 줘요.
목민심서의 행정철학은 세 마디로 기억할 수 있어요.
첫째, 관리는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
둘째, 그 출발점은 자기 몸을 깨끗이 하는 청렴이다.
셋째, 마음뿐 아니라 실제로 백성을 살리는 '일'을 해내야 어진 관리다.
두 세기가 지난 지금도 공직이란 무엇인가를 물을 때 다산의 이 세 가지 원칙은 여전히 또렷한 기준이 되어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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