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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호성(互性)은 '서로가 서로의 바탕이 된다'는 뜻이에요. 안도 쇼에키는 하늘과 땅, 남자와 여자처럼 짝을 이루는 것은 어느 한쪽이 위도 아래도 아니라, 서로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대등한 한 쌍이라고 보았어요. 그래서 남녀에 높낮이를 두는 것은 자연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했지요.
자석을 떠올려 볼까요.
자석에는 N극과 S극이 있어요.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잘났을까요?
그런 질문 자체가 이상해요.
N극만 있는 자석도, S극만 있는 자석도 없으니까요.
두 극이 서로 있어야만 비로소 자석이 되지요.
안도 쇼에키(安藤昌益, 1703년부터 1762년까지)는 에도 시대 데와국에서 활동한 의사이자 사상가예요.
그가 말한 '호성(互性)'이 바로 이 자석 같은 관계예요.
호성의 '호(互)'는 '서로'라는 뜻이고, '성(性)'은 '본바탕'이라는 뜻이에요.
그러니 호성은 '서로가 서로의 바탕이 되는 성질'인 셈이지요.
남자와 여자도 마찬가지예요.
남자만 있어도, 여자만 있어도 사람은 이어지지 못해요.
둘이 짝을 이룰 때에만 세상이 이어지지요.
그러니 어느 쪽이 높고 어느 쪽이 낮다고 말할 수가 없어요.
이것이 쇼에키가 남녀를 대등하게 본 까닭이에요.
쇼에키 생각의 밑바탕에는 '기일원론(氣一元論)'이 있어요.
세상 만물이 결국 하나의 '기(氣)', 즉 하나의 에너지에서 나왔다고 보는 생각이에요.
남자와 여자도 이 같은 기에서 나온 두 모습일 뿐이에요.
같은 밀가루로 빚은 빵과 국수처럼요.
모양이 달라도 재료가 하나라면, 어느 쪽이 더 귀하다고 줄을 세울 수가 없지요.
또 하나 중요한 말이 '직경(直耕)'이에요.
스스로 밭을 갈아 먹고 스스로 베를 짜서 입는다는 뜻이에요.
쇼에키가 꿈꾼 평등한 세상에서는 모두가 직접 일해서 자기 먹을 것을 마련해요.
남자든 여자든 다 함께 밭에 나가지요.
누구는 일하고 누구는 놀며 부리는 구조가 아예 없어요.
일에서 갈라지지 않으니, 남녀에 높낮이가 생길 자리도 없는 거예요.
쇼에키는 자기 시대를 '법세(法世)'라고 불렀어요.
법과 계급과 착취가 지배하는 어긋난 세상이라는 뜻이에요.
그리고 이 어긋난 질서를 떠받친 것이 유교, 특히 주자학이라고 보았어요.
남자를 높이고 여자를 낮추는 차별도 이 질서의 한 조각이었지요.
그가 얼마나 단호했는지는 '다섯 가지 끔찍한 죄'라는 목록에서 드러나요.
여기에는 '일부다처', 곧 한 남자가 여러 아내를 두는 일이 죄로 올라 있어요.
남녀를 대등하게 보는 호성의 눈으로 보면, 한쪽이 다른 쪽을 여럿 거느리는 일은 자연을 거스르는 일이었던 거예요.
| 구분 | 법세(유교가 떠받친 세상) | 자연세(호성의 세상) |
|---|---|---|
| 남녀 관계 | 남자가 위, 여자가 아래 | 우열 없는 대등한 짝 |
| 일하는 방식 | 부리는 자와 일하는 자로 갈림 | 남녀 모두 직경(스스로 농사) |
| 근거 | 성인과 경전이 정한 질서 | 하나의 기에서 나온 같은 뿌리 |
쇼에키의 생각을 오늘의 말로 곧장 옮기기는 조심스러워요.
그가 그린 이상은 '자연세에서 법세로, 다시 자연세로' 돌아가는 옛 동양의 순환하는 역사관에 가까웠거든요.
앞으로 나아가는 진보가 아니라, 어긋나기 전의 본바탕으로 되돌아가자는 이야기였지요.
그래도 한 가지는 또렷해요.
신분과 성별로 사람을 줄 세우던 300여 년 전에, 그는 남자와 여자가 서로의 바탕이 되는 대등한 짝이라고 말했어요.
잘난 쪽과 못난 쪽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없으면 존재할 수 없기에 애초에 우열을 물을 수 없다는 생각이지요.
이 조용한 목소리는 그의 원고가 헌책방에서 다시 발견된 뒤에야 세상에 알려졌어요.
호성(互性)은 짝을 이루는 것들이 서로의 바탕이 되어 우열이 없다는 생각이에요.
자석의 두 극처럼요.
안도 쇼에키는 남자와 여자도 하나의 기에서 나온 대등한 짝이며, 모두가 함께 직경, 곧 스스로 농사짓는 세상에서는 남녀에 높낮이가 생길 자리가 없다고 보았어요.
그래서 남존여비를 떠받친 유교를 비판하고, 일부다처를 죄로 꼽았지요.
남녀평등과 호성론은 이렇게, '서로 없으면 못 산다'는 한마디에서 시작한다고 기억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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