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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양생훈(養生訓)은 병을 고치기보다 미리 막자는 실용 건강서예요. 사람은 타고난 기(氣)를 밑천 삼아 사는데, 그 기를 함부로 낭비하지 않고 절제하며 아껴 쓰면 제 수명을 다 채울 수 있다고 말해요.
혹시 이런 건강 조언 들어보셨나요?
"조금 부족한 듯 먹어라, 너무 무리하지 마라."
지금 우리가 흔히 듣는 이 말을 300여 년 전 일본에서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사람이 있어요.
바로 에도시대 유학자 가이바라 에키켄(貝原益軒)이에요.
그가 쓴 《양생훈(養生訓)》은 일본어·한국어 자료로는 1712년, 영문 자료로는 1713년에 나왔다고 해서 연도가 조금 엇갈리는데, 어느 쪽이든 그가 세상을 떠나기(1714년, 여든넷) 한두 해 전, 인생을 거의 다 살아본 노인이 쓴 책이에요.
'양생(養生)'이라는 말을 그대로 풀면 '삶을 기른다'예요.
화분에 물을 주고 볕을 쬐어 식물을 살리듯, 내 몸과 목숨도 날마다 잘 돌봐서 길러야 한다는 뜻이죠.
그래서 양생훈은 어려운 철학책이 아니라, 어떻게 먹고 자고 움직여야 오래 건강하게 사는지를 알려주는 아주 실용적인 안내서예요.
에키켄은 원래 주자(朱熹)의 딱딱한 유교 윤리를 누구나 읽는 쉬운 자기계발서 형태로 바꾸는 데 재주가 있던 사람인데, 그 솜씨를 '건강'이라는 주제에 그대로 쓴 거예요.
양생훈의 바탕에는 '기(氣)'라는 생각이 깔려 있어요.
에키켄은 세상 만물이 기라는 하나의 기운으로 이루어져 있고, 사람의 목숨도 그 기 위에 얹혀 있다고 봤어요.
어렵게 들리지만 비유하면 간단해요.
스마트폰 배터리를 떠올려 보세요.
우리는 태어날 때 저마다 충전된 배터리를 하나씩 받아요.
그 용량이 곧 타고난 기예요.
배터리는 화면을 계속 켜두거나 무거운 앱을 여러 개 돌리면 순식간에 닳죠.
몸도 똑같아요.
너무 많이 먹고, 밤새우고, 화를 내고, 무리하면 기가 빠르게 소모돼요.
반대로 밝기를 낮추고 안 쓰는 앱을 끄면 하루가 훨씬 오래 가듯, 기를 아껴 쓰면 목숨도 길게 이어진다는 거예요.
그래서 양생훈은 '기를 낭비하지 말라'를 계속 강조해요.
병이 나서 약으로 급히 충전하려 애쓰기보다, 애초에 배터리가 덜 닳게 사는 편이 낫다는 거죠.
고치기보다 미리 막는 예방, 이것이 양생훈의 핵심이에요.
흥미로운 점은 에키켄 자신이 어릴 때 몸이 무척 허약했다는 거예요.
몸이 약하니 자연스레 책을 파고들어 박식해졌고, 동시에 어떻게 해야 이 약한 몸을 오래 지킬지 평생 고민했어요.
그렇게 얻은 답을 노년에 정리한 것이 양생훈이라, 이론이 아니라 자기 몸으로 검증한 경험담에 가까워요.
그럼 기를 어떻게 아낄까요?
열쇠는 '절제(節)'예요.
딱 하나 억지로 참는 게 아니라, 먹는 것·마시는 것·쉬는 것·마음 쓰는 것을 모두 조금씩 넘치지 않게 조절하는 거예요.
배가 터지게 먹지 않고, 지치도록 몸을 굴리지도, 아예 안 움직여 늘어지지도 않는 '가운데'를 지키는 태도죠.
여기서 에키켄의 성격이 잘 드러나요.
그는 무리하게 한 번에 바꾸라고 다그치지 않아요.
다른 책 《야마토속훈(大和俗訓)》 서문에 이런 말을 남겼어요.
高きに登るには必ず麓よりし、遠きにゆくには必ず近きよりはじむる理あれば
(높은 곳에 오르려면 반드시 산기슭에서부터, 먼 곳에 가려면 반드시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하는 이치가 있으니)
건강도 똑같아요.
하루아침에 완벽해지려 하지 말고, 오늘 한 끼를 조금 덜 먹고 한 번 더 걷는 가까운 것부터 시작하라는 뜻으로 읽을 수 있어요.
작은 절제를 매일 쌓는 것, 그게 양생의 방법이에요.
양생훈이 지금도 읽히는 이유는 조언이 신기할 만큼 현대적이기 때문이에요.
과식하지 않기, 잘 자기, 꾸준히 움직이기, 화를 오래 담아두지 않기.
오늘날 의사가 하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죠.
에키켄은 원래 실제로 확인하길 좋아하는 사람이라, 직접 걷고 보고 만져 확인한 태도로 담담하게 적었어요.
무엇보다 설득력 있는 건 저자 본인의 삶이에요.
허약하게 태어난 사람이 여든넷까지 살며 60부 270여 권의 책을 남겼으니, 양생훈은 말로만 하는 건강법이 아니라 저자가 몸소 증명한 셈이에요.
그는 임종에 이런 와카를 남겼어요.
越し方は一夜ばかりの心地して 八十あまりの夢をみしかな
(지나온 세월이 하룻밤인 듯한 기분이 들어, 팔십여 년의 꿈을 꾼 듯하구나)
오래 아껴 쓴 긴 삶조차 돌아보니 하룻밤 꿈 같다는 이 담담함이, 양생훈이 지키려던 삶의 마지막 풍경이었어요.
양생훈은 에키켄이 노년에 쓴 실용 건강서로, 핵심은 하나예요.
사람은 배터리처럼 타고난 기(氣)를 밑천으로 사니, 그 기를 함부로 낭비하지 말고 절제하며 아껴 병을 미리 막으라는 거예요.
먹고 자고 움직이고 마음 쓰는 모든 일에서 넘치지 않는 가운데를 지키되, 산기슭부터 오르듯 가까운 것부터 조금씩 바꾸면 돼요.
허약한 아이로 태어나 여든넷까지 산 저자 자신이 그 가장 확실한 증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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