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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정호의 마음공부는 바깥 자극을 억지로 틀어막는 게 아니라, 크게 트인 공정한 마음으로 사물이 오면 그대로 받아들이되 사사로운 감정에 끌려가지 않는 연습이에요. 마음이 고요한 건 문을 닫아서가 아니라, 넓어져서 무엇이 들어와도 출렁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거죠.
혹시 누가 지나가다 한마디 던졌는데 하루 종일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돈 적 있나요?
우리 마음은 이렇게 밖에서 오는 자극에 쉽게 출렁여요.
북송 시대 학자 정호(程顥, 1032년부터 1085년까지)는 바로 이 흔들리는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지 오래 고민한 사람이에요.
성격이 어찌나 온후하고 넉넉했는지, 제자들이 그 앞에 앉아 있으면 "봄바람 속에 앉아 있는 것 같다(如坐春風·여좌춘풍)"고 했을 정도죠.
그가 내놓은 답은 뜻밖이에요.
흔들리지 않으려면 자극을 막아야 할 것 같지만, 정호는 반대로 말해요.
막으려고 애쓰지 말고 마음을 크게 넓혀 두라는 거예요.
컵에 담긴 물은 조금만 건드려도 넘치지만, 호수에 던진 돌은 잠깐 파문을 일으키고 곧 잔잔해지죠.
마음이 넓으면 어떤 일이 와도 받아 넘길 수 있다는 게 그의 마음공부 핵심이에요.
정호에게는 〈정성서(定性書)〉라는 짧은 글이 있어요.
선배 학자 장재(張載)가 "마음이 자꾸 바깥일에 끌려다니는데 어떻게 안정시키느냐"고 물었고, 거기에 답한 편지예요.
여기서 그는 이렇게 말해요.
"夫天地之常,以其心普萬物而無心,聖人之常,以其情順萬物而無情。故君子之學,莫若廓然大公,物來順應."
풀이하면 이래요.
하늘과 땅이 늘 그러한 까닭은 그 마음이 만물에 두루 미치면서도 사사로운 마음이 없기 때문이고, 성인이 늘 그러한 까닭은 그 감정이 만물을 따르면서도 사사로운 감정이 없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군자의 배움은 "확연대공(廓然大公), 물래순응(物來順應)", 곧 확 트여 크게 공정하고 사물이 오면 그대로 응하는 것만 한 게 없다는 거죠.
무슨 뜻일까요.
거울을 떠올려 보세요.
거울은 앞에 온 것을 있는 그대로 비추지만, 그것이 지나가면 흔적을 남기지 않아요.
좋은 것을 붙잡아 두지도, 싫은 것을 밀어내려 애쓰지도 않죠.
정호가 말하는 안정된 마음이 딱 이래요.
일이 오면 응하고, 일이 가면 놓아주는 거예요.
억지로 문을 닫는 게 아니에요.
그럼 그 넓은 마음을 무엇으로 지킬까요.
정호는 화려한 방법을 말하지 않아요.
"以誠敬存之而已(이성경존지이이)", 곧 성(誠)과 경(敬)으로 보존할 뿐이라고 해요.
성은 자기를 속이지 않는 참된 태도이고, 경은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깨어 있는 태도예요.
이어서 그는 "不須防檢,不須窮索"라고 덧붙여요.
따로 단속할 필요도 없고, 파고들어 억지로 찾을 필요도 없다는 뜻이에요.
이건 마치 자전거 타기와 비슷해요.
넘어지지 않으려고 핸들을 꽉 붙잡고 몸에 힘을 주면 오히려 더 휘청거리죠.
힘을 빼고 중심만 잡으면 저절로 나아가요.
마음공부도 그래요.
잡생각을 없애겠다고 이 악물고 싸우면 더 시끄러워지지만, 참되고 깨어 있는 상태를 잔잔히 유지하면 마음은 스스로 가라앉아요.
정호가 머리로 따지는 공부보다 실제로 몸소 행하는 역행(力行)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마음의 고요함은 설명해서 얻는 게 아니라 매일 살아 내며 익히는 습관이거든요.
정호 마음공부의 또 다른 특징은 답을 바깥에서 구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그는 "當處便認取,更不可外求(당처변인취, 갱불가외구)"라고 했어요.
바로 그 자리에서 곧장 알아챌 뿐, 다시 밖에서 구할 수 없다는 뜻이죠.
"只心便是天(지심변시천)", 마음이 곧 하늘이라는 말도 남겼어요.
무슨 대단한 비법이 저 멀리 있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시험 답을 남의 시험지에서 훔쳐보려 두리번거리는 대신, 이미 내 안에 있는 바른 마음을 알아채고 지키면 된다는 뜻이죠.
그래서 그의 공부는 자기 마음을 밝혀 본성을 보는 명심견성(明心見性)으로 향해요.
바깥 지식을 쌓는 일보다, 지금 여기 내 마음이 흔들리는지 고요한지를 스스로 살피는 일이 먼저인 셈이에요.
하루에도 수십 번 알림이 울리고, 남의 말과 평가가 쉴 새 없이 마음을 두드리는 시대예요.
정호의 마음공부는 이 소란 속에서 꽤 쓸모 있는 조언을 건네요.
자극을 다 차단하려 애쓰지 말고 마음을 넓혀 두라는 것, 좋고 싫음에 오래 매달리지 말고 일이 오면 응하고 가면 놓아주라는 것이죠.
대단한 도구가 아니라 참되고 깨어 있는 태도 하나면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마음이 놓여요.
정호의 마음공부는 세 마디로 기억하면 좋아요.
첫째, 흔들리지 않으려면 문을 닫지 말고 마음을 넓혀라(확연대공 물래순응).
둘째, 그 마음은 참됨과 깨어 있음, 곧 성과 경으로 지킬 뿐 억지로 쥐어짜지 마라.
셋째, 답은 바깥이 아니라 이미 내 마음 안에 있다.
봄바람 같다던 그의 온화함은 타고난 성격만이 아니라, 사물이 와도 출렁이지 않는 이 마음공부의 결과이기도 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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