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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기질지성(氣質之性)은 누구나 똑같이 타고난 순수하게 착한 본성이, 사람마다 다른 몸과 기운이라는 '그릇'에 담기면서 흐려진 상태를 말해요. 그래서 본바탕은 착해도 성격과 욕심이 제각각이고, 때로 나쁜 마음도 생기는 거예요.
장재(張載, 1020년부터 1077년까지)는 호가 횡거라서 횡거선생으로 불린 북송의 성리학자예요.
그가 남긴 유명한 생각 가운데 하나가 바로 사람의 본성을 둘로 나눠 본 거예요.
그중 오늘 이야기할 것이 기질지성이에요.
기질지성(氣質之性)을 쉽게 말하면, 원래 착하게 타고난 본성이 각자의 몸과 성격이라는 '그릇'에 담기면서 조금씩 흐려진 상태예요.
같은 맑은 물이라도 어떤 컵에 담느냐에 따라 색이 달라 보이잖아요.
물 자체는 똑같은데 컵이 붉으면 붉게, 컵이 탁하면 흐리게 보이죠.
여기서 물이 원래의 착한 본성이라면, 컵이 바로 사람마다 다른 기질이에요.
컵의 모양과 색 때문에 물이 제 빛을 못 내는 것, 그게 기질지성이 말하려는 핵심이에요.
장재는 성이원론(性二元論)을 세웠어요.
사람 안에 성질이 다른 두 가지 본성이 함께 있다고 본 거예요.
하나는 천지지성(天地之性)이에요.
순선(純善), 즉 티끌 하나 없이 완전히 착한 본성이죠.
하늘과 땅에서 받은, 누구나 똑같이 지닌 원래 마음이에요.
그런데 현실의 사람들은 왜 저마다 다르고, 왜 나쁜 짓도 할까요?
다들 착한 본성을 타고났다면서요.
장재는 그 답을 다른 하나, 기질지성에서 찾았어요.
기질지성은 인욕(人欲)의 근원이자 악의 근원이라고 봤어요.
지나친 욕심과 나쁜 마음이 여기서 나온다는 거죠.
다시 컵 비유로 돌아가 볼게요.
사람은 누구나 맑은 물(천지지성)을 받았어요.
하지만 그 물을 담은 컵(기질)이 저마다 달라요.
어떤 사람은 맑고 얇은 컵을, 어떤 사람은 두껍고 색이 진한 컵을 타고나요.
그래서 같은 물인데도 어떤 사람은 착함이 잘 비쳐 나오고, 어떤 사람은 욕심에 가려 잘 안 보이는 거예요.
두 본성을 표로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또렷해요.
| 구분 | 천지지성(天地之性) | 기질지성(氣質之性) |
|---|---|---|
| 뜻 | 하늘땅에서 받은 원래 본성 | 몸과 기운에 담겨 나타난 본성 |
| 성질 | 순선, 완전히 착함 | 착함과 욕심이 섞임 |
| 사람마다 | 누구나 똑같음 | 저마다 다름 |
| 역할 | 착함의 뿌리 | 욕심과 악이 생기는 자리 |
중요한 건, 이 둘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한 사람 안에 겹쳐 있다는 점이에요.
물과 컵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한 잔 안에 같이 있는 것처럼요.
우리가 평소에 만나는 '나'는 사실 천지지성이 기질이라는 컵을 통과해 나온 모습, 즉 기질지성이에요.
여기서 오해하기 쉬워요.
악의 근원이 기질지성이라니, 그럼 성격이 급하거나 욕심 많게 태어난 사람은 그냥 그렇게 사는 수밖에 없나 싶죠.
하지만 장재가 본성을 굳이 둘로 나눈 뜻은 오히려 반대예요.
나쁜 마음의 원인을 원래 본성(천지지성) 탓으로 돌리면 답이 없어요.
뿌리가 썩었다는 말이니까요.
그런데 장재는 착한 본성은 그대로 있고, 그것을 가린 것이 겉의 기질일 뿐이라고 본 거예요.
컵이 탁해서 물이 흐려 보이는 거라면, 컵을 닦으면 되잖아요.
물을 새로 구할 필요가 없어요.
이미 내 안에 맑은 물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배우고 마음을 갈고닦는 공부를 할 이유가 생겨요.
흐려진 기질을 맑게 다스리면 원래의 착한 본성이 다시 비쳐 나온다는 희망이 이 개념 안에 들어 있는 거예요.
장재의 이 성이원론은 그 뒤 성리학의 기본 틀이 됐어요.
천지지성과 기질지성의 구분은 정호·정이 형제가 받아들였고, 주희에게로 이어졌어요.
주희는 이렇게 평했어요.
"氣質之說,起於張、程,極有功於聖門" — 기질에 관한 학설은 장재와 정씨(정호·정이)에게서 비롯되었으니, 성인의 문하에 큰 공이 있다는 뜻이에요.
사람마다 다른 성격과 선악의 문제를 설명해 준 유용한 틀이라고 인정한 거죠.
다만 이 구분이 온전히 장재의 독창인지에는 다른 목소리도 있어요.
일부 학자는 도사 장백단이나 당대 도사 오균의 《현강론》에 나오는 '일기(一氣)'와 '만수(萬殊)', 곧 하나의 기운이 만 갈래로 갈라진다는 생각에서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고 봐요.
그만큼 오래 곱씹어 온 물음이었다는 뜻이기도 해요.
기질지성은 사람 안에 있는 두 본성 중 하나예요.
하늘땅에서 받은 착한 본성(천지지성)은 누구나 똑같지만, 그것을 담는 몸과 기운이라는 그릇이 사람마다 달라서, 그 그릇을 통과해 나온 실제 성격과 욕심이 제각각이라는 설명이죠.
맑은 물은 같아도 컵이 달라 색이 다르게 보이는 것과 같아요.
나쁜 마음의 원인은 원래 본성이 아니라 흐려진 컵에 있으니, 컵을 닦으면 착함이 다시 드러난다는 희망도 함께 담겨 있어요.
이 한 발상이 정호·정이를 거쳐 주희에게 이어지며 성리학의 뼈대가 됐다는 점만 기억해 두면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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