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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민포물여(民胞物與)는 장재가 남긴 짧은 글 《서명(西銘)》의 핵심 문장으로, 온 세상 사람은 나와 한 부모에게서 난 형제자매(동포)이고 산과 강, 짐승과 풀까지 모든 것은 나의 벗이라고 보는 마음가짐이에요. 세상을 남남이 아니라 한 가족으로 느낄 때 남을 아끼는 마음(인·仁)이 저절로 우러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장재(張載, 1020년부터 1077년까지)는 중국 북송 때 성리학자예요.
고향 지명을 따 횡거선생(橫渠先生)이라고도 불렸지요.
그가 남긴 문장 가운데 가장 유명한 여덟 글자가 바로 이것입니다.
民吾同胞,物吾與也(민오동포, 물오여야)
"백성은 나의 동포요, 만물은 나의 벗(짝)이다"라는 뜻이에요.
여기서 '민포물여'라는 네 글자 이름이 나왔습니다.
앞의 '민포(民胞)'는 사람은 모두 나와 한 배에서 난 형제라는 말이고, 뒤의 '물여(物與)'는 사람뿐 아니라 나무와 돌, 동물까지도 나와 함께 가는 벗이라는 말이에요.
쉽게 말하면 이런 느낌이에요.
우리는 보통 가족은 가깝게, 이웃은 조금 멀게, 모르는 사람은 남으로, 길가의 풀 한 포기는 아예 신경도 안 쓰고 살잖아요.
그런데 장재는 그 경계선을 아주 크게 넓혀요.
온 우주를 하나의 큰 집안으로 보고, 그 집안에서 사람은 모두 형제이고 만물은 모두 식구라고 말하는 거예요.
이 문장은 《서명(西銘)》이라는 글에 실려 있어요.
원래 이름은 '정완(訂頑)'이었는데, 글자 수가 겨우 253자밖에 안 되는 아주 짧은 글이에요.
A4 반 장도 안 되는 분량이지요.
그런데도 이 짧은 글이 성리학에서 두고두고 인용되는 명문이 됐어요.
《서명》은 이렇게 시작해요.
하늘을 아버지라 부르고 땅을 어머니라 부르며, 그 사이에 태어난 나는 이 큰 부모 품에 안겨 산다고요.
그러니 세상 사람은 다 나와 같은 부모에게서 난 형제자매이고, 만물은 나와 함께 사는 벗이라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바로 여기서 민포물여가 나와요.
장재와 같은 시대에 활동한 정호·정이 형제는 이 글을 두고 '意極完備,乃仁之體也(의극완비, 내인지체야)', 즉 "뜻이 더없이 완전하게 갖추어졌으니, 곧 인(仁)의 본체다"라고 극찬했어요.
여기서 인(仁)은 남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말해요.
세상을 한 가족으로 느끼는 마음이야말로 그 사랑의 뿌리라고 본 거예요.
"모두를 형제로 여긴다"는 말을 들으면, 예전 사상가 묵자가 말한 '겸애(兼愛)', 곧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라는 주장이 떠올라요.
실제로 양시라는 학자가 "민포물여는 묵자의 겸애와 다를 게 없지 않냐"고 의문을 제기했어요.
이때 정호와 뒷날 주희가 내놓은 대답이 '理一分殊(이일분수)'예요.
"이치는 하나이지만 그 나뉨은 다르다"는 뜻이지요.
무슨 말이냐면, 남을 아끼는 마음의 뿌리(이치)는 하나로 같지만, 그 마음이 실제로 흐를 때는 상대에 따라 두께가 달라진다는 거예요.
비유하자면 이래요.
해는 하나지만 그 빛이 가까운 곳은 밝게, 먼 곳은 옅게 비추잖아요.
나에게 물 한 잔은 부모에게 드릴 때와 낯선 이에게 건넬 때 마음의 무게가 다르지요.
장재의 사랑은 모두를 똑같이 저울에 다는 무차별한 사랑이 아니라, 하나의 큰 사랑이 관계에 따라 자연스럽게 다르게 나타난다는 입장이에요.
이 점이 묵자의 겸애와 갈리는 대목입니다.
| 구분 | 묵자의 겸애 | 장재의 민포물여 |
|---|---|---|
| 사랑의 방식 | 모두를 똑같이 | 하나의 이치가 관계 따라 다르게 |
| 근거 | 차별 없는 이익 | 이일분수(理一分殊) |
| 가족과 남 | 구별 없음 | 뿌리는 같되 두께는 다름 |
다만 이 사상을 무조건 근대적인 박애나 평등으로 읽으면 안 된다는 지적도 있어요.
현대 학자 하병체는 《서명》이 평등 이념이 아니라 오히려 옛 종법제, 곧 큰 집안의 위아래 질서를 본뜬 윤리 모델이라고 반박해요.
그러니 민포물여는 '모두 똑같다'는 말이 아니라 '세상을 한 집안으로 느끼되 그 안의 자리와 도리는 각기 다르다'는 쪽에 더 가까워요.
그래도 이 여덟 글자가 오늘 우리에게 주는 울림은 분명해요.
낯선 사람의 어려움도 남의 일로만 보지 않는 마음, 강과 숲과 동물까지 함께 사는 벗으로 여기는 마음은 지금의 환경 문제나 공동체 이야기와도 자연스레 이어지니까요.
민포물여(民胞物與)는 장재의 짧은 글 《서명》에 담긴 '民吾同胞,物吾與也', 곧 "백성은 나의 동포요, 만물은 나의 벗이다"라는 문장에서 나온 말이에요.
온 우주를 한 집안으로 보아 사람은 형제, 만물은 식구로 여기는 태도이지요.
이 마음이 곧 남을 아끼는 인(仁)의 뿌리라고 정호·정이가 극찬했어요.
묵자의 겸애처럼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라는 말이 아니라, 이일분수(理一分殊)라는 원리대로 하나의 사랑이 관계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세상을 남남이 아닌 한 가족으로 느끼는 이 오래된 상상력을, 여덟 글자로 기억해 두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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