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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만물일체의 인이란, 어질다는 것이 결국 나와 세상 모든 것이 원래 한 몸으로 이어져 있음을 알아차리는 마음이라는 뜻이에요. 그래서 남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느낀다면, 그 사람은 이미 인(仁)을 실천하고 있는 거예요.
친구가 길에서 넘어져 무릎이 까졌을 때, 나도 모르게 "아야" 하고 인상을 찡그린 적 있나요?
내 무릎은 멀쩡한데도 마치 내가 다친 것처럼 찌릿한 그 느낌, 바로 그 순간을 붙잡아 설명한 것이 정호(程顥)의 '만물일체의 인'이에요.
정호는 1032년부터 1085년까지 살았던 북송의 학자로, 호가 명도(明道)라서 명도선생으로 불렸어요.
성격이 온후하고 너그러워서 제자들이 "선생님 곁에 있으면 봄바람 속에 앉아 있는 것 같다(如坐春風)"고 말했다고 해요.
그 따뜻한 사람이 남긴 핵심 생각이 바로 이거예요.
어진 마음이란 나와 세상 만물이 원래부터 하나로 이어진 '한 몸'임을 느끼는 것이라는 거죠.
보통 우리는 '인'을 '착하게 굴기'나 '예의 바르기' 정도로 생각해요.
하지만 정호가 말한 인은 규칙이 아니라 감각에 가까워요.
내 몸이 나와 남을 나누지 않고, 세상 전체를 내 몸처럼 느끼는 상태요.
정호가 인을 설명한 글을 뒷사람들은 〈식인편(識仁篇)〉이라 불러요.
거기에 이런 문장이 나와요.
仁者渾然與物同體,義禮智信皆仁也。
풀면 "인한 사람은 만물과 혼연히 한 몸을 이루니, 의(義)·예(禮)·지(智)·신(信)이 모두 인이다"라는 뜻이에요.
'혼연히'는 물감을 물에 풀면 어디까지가 물이고 어디부터가 물감인지 나눌 수 없듯이, 나와 세상의 경계가 스르르 녹아 하나가 된다는 느낌이에요.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정호가 인을 네 가지 덕목 중 하나로 두지 않았다는 거예요.
옳음(의), 예절(예), 지혜(지), 믿음(신), 이 모든 것이 결국 인 하나에서 갈라져 나온 가지라고 봤어요.
마치 뿌리 하나에서 네 줄기가 뻗어 나오는 나무처럼요.
뿌리가 살아 있으면 줄기도 다 살아 있는 셈이죠.
왜 이렇게까지 크게 봤을까요?
정호는 하늘과 세상의 근본을 '이(理)'라고 봤어요.
"天者理也", 곧 "하늘이란 곧 이(理)이다"라고 했죠.
세상 만물이 같은 이치 하나로 이어져 있으니, 그 이치를 마음으로 느끼면 만물이 남처럼 보이지 않게 돼요.
이 '이'가 어떻게 나온 개념인지는 따로 이야기할 자리가 있으니, 여기서는 '만물이 원래 한 뿌리'라는 그림만 기억하면 충분해요.
좋은 소식이 하나 있어요.
정호는 이 한 몸의 느낌을 얻으려고 애써 특별한 훈련을 할 필요는 없다고 봤어요.
같은 〈식인편〉에서 이렇게 말했거든요.
識得此理,以誠敬存之而已,不須防檢,不須窮索。
"이 이치를 알아차리면 성(誠)과 경(敬)으로 그것을 보존할 뿐이며, 따로 단속할 필요도, 파고들어 찾을 필요도 없다"는 뜻이에요.
여기서 '성'은 마음을 속이지 않는 정직함이고, '경'은 마음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조심스러운 태도예요.
비유하자면 이래요.
화분에 이미 씨앗이 심겨 있어요.
이 씨앗은 남에게 사 오거나 밖에서 찾아올 필요가 없는, 원래 내 마음속에 있는 것이에요.
그러니 할 일은 새 씨앗을 캐러 다니는 게 아니라, 있는 씨앗이 마르지 않게 성실하고 조심스럽게 물을 주는 것뿐이죠.
억지로 감시하듯 '단속(防檢)'하거나, 머리로 이치를 '파고들어 찾을(窮索)' 필요가 없다는 말이 그래서 나와요.
정호는 이 마음을 밖에서 구하지 말라며 "當處便認取, 更不可外求", 곧 "그 자리에서 곧바로 알아챌 뿐, 다시 밖에서 구할 수 없다"고 했어요.
친구의 아픔에 저절로 얼굴이 찡그려지던 그 순간, 이미 내 안에 인이 있었던 거예요.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원래 있던 걸 알아보는 일이죠.
요즘은 나와 남을 뚜렷이 나누는 게 똑똑한 태도처럼 여겨지기도 해요.
하지만 뉴스에서 본 낯선 사람의 불행에 마음이 무거워질 때, 길에 버려진 강아지를 보고 발이 멈출 때, 우리는 이미 만물일체의 인을 조금씩 경험하고 있는 셈이에요.
정호의 말은 그 느낌이 착각이나 나약함이 아니라, 세상이 원래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마음이 알아본 증거라고 다독여 줘요.
정호의 만물일체의 인은 세 가지로 기억하면 좋아요.
첫째, 인은 규칙이 아니라 나와 만물이 한 몸으로 이어져 있음을 느끼는 마음이에요(仁者渾然與物同體).
둘째, 의·예·지·신 같은 네 가지 덕목은 모두 이 인 하나에서 뻗어 나온 가지예요.
셋째, 이 마음은 밖에서 찾아오는 게 아니라 이미 내 안에 있으니, 성(誠)과 경(敬)으로 마르지 않게 지키기만 하면 돼요.
남의 아픔에 나도 모르게 반응하는 그 순간이, 정호가 말한 어진 마음의 씨앗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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