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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두 음이 듣기 좋게 어울리는 건 우연이 아니에요. 소리의 떨림이 1대 2, 2대 3처럼 간단한 정수 비율을 이룰 때 우리 귀에 '조화'로 들려요. 알 킨디는 이 그리스의 생각을 아랍 음악과 우드(류트)에 처음 들여온 사람이에요.
여러분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때, 그 소리 뒤에 숫자가 숨어 있다고 하면 믿기 어려울 거예요.
그런데 9세기 바그다드에 살던 학자 알 킨디는 정확히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는 그리스 철학책을 아랍어로 옮기며 이슬람 철학의 길을 연 사람인데, 그 넓은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음악이었어요.
그는 아랍-이슬람 세계에서 저작이 지금까지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음악이론가로 꼽혀요.
그가 음악을 다룬 방식은 조금 특별했어요.
노래를 잘 부르는 법을 가르친 게 아니라, '왜 어떤 소리들은 함께 울리면 아름답고, 어떤 소리들은 시끄럽게 부딪히는가'를 따졌거든요.
그가 찾은 답은 바로 수였어요.
알 킨디는 산술과 기하학에 밝은 수학자이기도 했는데, 그 눈으로 보면 음악은 귀로 듣는 수학이었던 셈이에요.
줄넘기 줄을 떠올려 볼까요.
긴 줄을 천천히 흔들면 느리게 출렁이지만, 반으로 접어 짧게 잡으면 두 배로 빠르게 흔들려요.
악기의 줄도 똑같아요.
기타나 우드 같은 현악기의 줄을 정확히 반으로 눌러서 튕기면, 원래 소리보다 딱 한 옥타브 높은 소리가 나요.
줄이 반이 되면서 떨림이 정확히 두 배로 빨라졌기 때문이에요.
이때 두 소리의 관계를 숫자로 적으면 1대 2가 돼요.
옛 그리스 사람들은 이 사실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어요.
두 소리의 떨림이 1대 2, 2대 3처럼 간단한 정수 비율을 이룰 때 우리 귀에 곱게 어울리고, 반대로 지저분한 비율이면 삐걱대며 부딪힌다는 규칙을 알아냈거든요.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아름다운 소리'를 자로 재듯 숫자로 설명할 수 있게 된 거예요.
알 킨디가 아랍어로 받아들인 '그리스 음계 체계'가 바로 이 수의 사다리였어요.
음 하나하나가 아무렇게나 놓인 게 아니라, 정해진 비율에 따라 층층이 쌓인 계단이라는 생각이죠.
알 킨디는 이 생각을 머릿속에만 두지 않았어요.
아랍의 대표 현악기인 우드에 직접 손을 대, 다섯 번째 줄을 하나 더 달았거든요.
우드는 기타와 비슷하게 생긴, 배가 볼록한 악기예요.
줄을 하나 더한 건 그냥 소리를 크게 내려는 게 아니었어요.
피아노 건반이 길수록 아주 낮은 음부터 아주 높은 음까지 빠짐없이 이어지듯, 줄이 하나 더 있으면 소리의 사다리가 위아래로 더 길어져요.
그는 그리스에서 물려받은 음계의 비율을 우드 위에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펼치고 싶었던 거예요.
악기 자체를 수학적으로 아귀가 딱 맞는 도구로 다듬으려 한 셈이죠.
음악이 수의 질서라면, 그 질서를 온전히 담을 수 있는 악기가 필요했으니까요.
재미있게도 아랍어에 '음악'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여온 사람도 알 킨디예요.
아랍어로는 موسيقى, '무시까'라고 읽어요.
이 말은 원래 그리스어에서 온 것인데, 알 킨디를 거쳐 아랍어에 자리 잡은 뒤 페르시아어와 터키어 같은 이웃 언어들로도 퍼져 나갔어요.
오늘날 그 언어권 사람들이 매일 쓰는 '음악'이라는 말 속에, 천 년도 더 전에 살던 이 학자의 흔적이 남아 있는 셈이에요.
새로운 학문을 들여올 때 그것을 부를 이름까지 함께 심은 거죠.
알 킨디는 음악이 마음뿐 아니라 몸에도 힘을 미친다고 믿었어요.
소리가 수의 질서를 따른다면, 흐트러진 몸의 질서도 그 소리로 다시 바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거예요.
실제로 그는 온몸이 마비된 소년을 음악으로 치료해 보려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요.
성공했는지, 어떤 곡을 썼는지까지는 전해지지 않지만, 이 이야기는 그가 음악을 그저 흥겨운 놀이로 보지 않았다는 걸 잘 보여 줘요.
그에게 음악은 별들이 규칙적으로 도는 하늘처럼, 세상 곳곳에 스민 질서의 한 모습이었어요.
알 킨디에게 음악은 기분 좋은 소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로 짜인 질서였어요.
두 소리의 떨림이 1대 2, 2대 3처럼 간단한 정수 비율을 이룰 때 아름답게 어울린다는 그리스의 생각을 아랍 음악에 처음 들여왔고, 우드에 다섯 번째 줄을 더해 그 수의 사다리를 악기 위에 펼쳤어요.
아랍어에 '음악'이라는 말을 심고, 소리로 병든 몸까지 고쳐 보려 한 그의 시도는 모두 하나의 믿음에서 나왔어요.
귀로 듣는 아름다움 뒤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학이 숨어 있다는 믿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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