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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성철은 8년 동안 단 한 번도 등을 바닥에 대지 않았어요.
잠을 잘 때도, 피곤할 때도, 아플 때도.
가부좌 자세 그대로 앉은 채로 8년을 버텼어요.
의자에 앉은 채 8년을 자야 한다고 생각해보면 돼요.
하루도 아니고 일주일도 아니에요.
8년이에요.
1955년부터 1963년까지, 성철은 봉암사와 파계사 성전암이라는 깊은 산속 암자에서 이 수행을 이어갔어요.
이것을 장좌불와(長坐不臥)라고 해요.
오래 앉아 눕지 않는다는 뜻으로, 수면조차 앉은 자세로 버티는 수행이에요.
그는 같은 기간 동안 암자 문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는 동구불출(洞口不出)도 함께 지켰어요.
8년 동안 집 밖을 단 한 번도 나가지 않은 거예요.
그런데 성철이 이걸 한 이유는 고행 자체를 즐겨서가 아니었어요.
자기 몸을 도구처럼 깎아내면서 깨달음을 향해 가는, 극단의 선택이었어요.
몸이 편안하면 마음도 그 편안함에 기대어버린다고 그는 믿었어요.
그래서 몸에서 편안함을 아예 지워버린 거예요.

성철이 머리를 깎고 산으로 들어갈 때, 집에는 갓 태어난 딸이 있었어요.
1936년, 성철은 24살에 결혼해 딸 하나를 두고 해인사로 출가했어요.
해인사는 경남 합천에 있는 천년 고찰로, 오늘날까지도 한국 불교의 중심지 중 하나예요.
그런데 수십 년이 흘러, 그 딸이 직접 머리를 깎고 절에 들어왔어요.
불필 스님, 성철의 딸이자 비구니예요.
비구니는 출가해 수행하는 여성 승려를 가리켜요.
아버지와 딸이 오랜 세월 만에 처음 마주친 그 자리가 참 이상했어요.
성철은 딸에게 반기지도, 사적인 말을 건네지도 않았어요.
그가 한 말은 딱 하나였어요.
"와서 공부해라."
가족을 끊고 떠난 아버지가 수십 년 뒤 자기 딸의 스승이 된 거예요.
오늘로 치면, 어느 날 출근한다고 나간 아버지가 평생 돌아오지 않다가 수십 년 뒤 같은 회사에서 팀장으로 마주친 셈이에요.
그리고 그 팀장이 건넨 첫마디가 "일 열심히 해"였던 거예요.

박정희가 만나자고 했을 때, 성철은 산을 내려가지 않았어요.
박정희는 당시 한국을 18년간 통치한 대통령이에요.
대통령이 청와대로 모시겠다고 사람을 보냈어도, 성철의 답은 달라지지 않았어요.
"나를 만나려면 산으로 와서 3000배를 하라."
3000배는 절을 3000번 연속으로 하는 거예요.
운동선수도 온종일 해야 겨우 마칠 수 있는 양이에요.
성철은 자신을 찾아오는 누구에게나, 권력자든 일반인이든, 예외 없이 이걸 먼저 요구했어요.
하지만 이 요구가 단순히 권력을 무시하려는 게 아니었어요.
3000배는 자기 자신을 낮추는 수행이었어요.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도 부처 앞에서는 똑같이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원칙이었어요.
가장 낮은 자리에 앉은 승려가 가장 높은 권력자에게 먼저 무릎을 꿇으라고 한 셈이에요.
결국 박정희와 성철은 만나지 않았어요.
산이 움직이지 않았고, 권력도 산을 넘지 않았어요.

한국 불교의 최고 자리에 올랐던 성철은 죽으면서 자신을 지옥에 떨어질 죄인이라 불렀어요.
1993년, 성철이 입적했어요.
입적은 승려의 죽음을 이르는 말이에요.
그의 마지막 유언은 이랬어요.
"내 죄는 수미산보다 높다, 산 채로 무간지옥에 떨어진다."
수미산은 불교에서 세상의 중심에 있다는 상상 속의 거대한 산이에요.
무간지옥은 가장 깊고 가혹한 형벌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곳을 가리켜요.
평생 깨달음을 가르친 고승이 마지막에 자신을 그 지옥으로 보내고 간 거예요.
성철은 당시 조계종 종정이었어요.
조계종은 한국 불교에서 가장 큰 종파고, 종정은 그 최고 지도자예요.
한국 불교의 교황쯤 된다고 보면 돼요.
그런데 노벨상 수상자가 마지막 강연에서 "나는 사기꾼이었다"고 선언하고 떠난 것 같은 충격이었어요.
해인사에서 거행된 다비식, 불교의 화장 의식 이후 잿더미에서 사리 110여 과가 수습됐어요.
사리는 고승의 화장 후 유골에서 발견되는 결정체로, 수행이 깊을수록 많이 나온다고 여겨져요.
8년 동안 한 번도 눕지 않은 사람이, 마지막에 남긴 말이 "나는 죄인이다"였어요.
그 말이 자기를 낮춘 겸손이었는지, 아니면 끝까지 완성되지 못한 수행을 향한 솔직함이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하지만 그 말이 오래 마음에 걸리는 건 어쩔 수 없어요.
TTS 음성이 없어요.
아래 버튼으로 나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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