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븐 알하이삼이 10년 미친 척한 이유
이븐 알하이삼은 칼리프에게 나일강을 멈추겠다 약속했다
한 줄짜리 자기 추천이 그를 천재로 만들었고, 동시에 그를 거의 죽일 뻔했어요.
1010년 무렵, 이븐 알하이삼은 이라크 바스라에서 카이로로 건너온 학자였습니다.
그가 만난 사람은 파티마 왕조의 칼리프 알 하킴이에요.
칼리프란 이슬람 세계 전체를 통치하는 최고 권력자로, 알 하킴은 특히 폭정과 변덕으로 악명 높은 군주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이븐 알하이삼은 이 한마디를 던졌어요.
"나일강의 범람을 공학으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면접에서 자신 있게 "저 그거 할 수 있어요"라고 말했더니,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그 일이 통째로 맡겨진 신입사원과 같은 상황이에요.
칼리프는 그 자리에서 그를 카이로로 불러 후원하기로 했습니다.
그 한마디가, 이후 그의 인생 전체를 결정해 버렸어요.
그는 아스완에서 자신의 약속이 거짓임을 깨달았다
아스완의 강변에 서서, 그는 자신의 처형장이 카이로에 차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칼리프의 명으로 남쪽 아스완으로 파견됐습니다.
이집트 최남단, 나일강 상류가 좁고 깊은 협곡을 이루는 도시예요.
그 강변에서 이븐 알하이삼은 직접 강폭을 측량했습니다.
그리고 고대 이집트인이 쌓다가 포기한 거대한 석조 구조물을 눈앞에서 봤어요.
파라오들조차 나일강의 범람을 막으려다 결국 포기한 흔적이었습니다.
결론은 하나였어요.
"파라오들도 못 한 일을 내가 할 수 없다."
이론으로는 가능하다고 믿었던 일이, 현장에 서는 순간 무너진 거예요.
자신 있게 시작한 프로젝트가 실제 데이터를 본 첫날 산산조각이 났는데, 이미 출시일이 잡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븐 알하이삼은 처형을 피하려 10년간 미친 척했다
그는 죽지 않기 위해 자신의 정신을 버렸다고 거짓말했고, 그 거짓말이 그에게 책상 하나를 지켜 주었어요.
카이로로 돌아온 이븐 알하이삼은 알 하킴의 분노를 피하기 위해 정신이 나간 사람을 연기했습니다.
눈을 풀고, 말을 잃고, 허공을 보는 사람처럼 굴었어요.
칼리프는 처형 대신 그를 자택에 감금했습니다.
1021년, 알 하킴이 의문의 실종으로 역사에서 사라질 때까지 약 10년간, 이븐 알하이삼은 '광인'으로 살았어요.
하지만 반전이 있었습니다.
살기 위해 광인 행세를 한 그 시간이, 결과적으로 그의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운 연구 기간이 됐어요.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능한 척 굴면서, 사실은 퇴근 후 본업 이상의 일을 몰래 완성하는 직장인과 같았습니다.
감금된 방 안에서, 그는 조용히 쓰기 시작했어요.
감금된 방에서 그는 근대 과학의 방법론을 만들었다
오늘날 모든 카메라와 망원경의 원리는, 처형을 피해 미친 척하던 한 남자의 방 안에서 처음 글로 쓰였어요.
그 감금 기간에 이븐 알하이삼은 일곱 권짜리 『키타브 알 마나지르』를 완성했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광학의 책'이에요.
빛이 어떻게 움직이고, 눈이 어떻게 세상을 보는지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입니다.
그는 어두운 방에 바늘구멍만 한 작은 구멍을 뚫었어요.
그러자 바깥의 거리 풍경이 반대편 벽에 거꾸로 맺혔습니다.
이게 바로 카메라 옵스큐라, 오늘날 모든 카메라와 인간 눈의 망막이 작동하는 원리의 출발점이에요.
그리고 그는 수백 년간 유럽을 지배해 온 통설을 정면으로 뒤집었습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눈이 빛을 쏘아서 물체를 본다"고 믿었어요.
이븐 알하이삼은 실험으로 반박했습니다. "아니야, 빛이 눈으로 들어오는 거야."
더 놀라운 건 방법론이에요.
그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결과로 검증한다'는 절차를 글로 명시했습니다.
오늘날 '과학적 방법론'이라고 부르는 바로 그것을, 갈릴레오나 프랜시스 베이컨보다 600년 앞서 써놓은 거예요.
『키타브 알 마나지르』는 훗날 라틴어로 번역되어 유럽 전역에 퍼졌습니다.
케플러, 갈릴레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모두 이 책을 읽었어요.
나일강을 멈추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는 인류가 빛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놓았습니다.
그 방의 벽에 거꾸로 맺힌 풍경을 처음 본 순간, 이븐 알하이삼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