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비밀이 꼬인 사다리 모양이었다고? - 제임스 왓슨
과학자들은 '생명의 설계도'가 어딘가에 있다는 건 알았지만, 그게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도 몰랐다
여러분, 만약 레시피 없이 케이크를 만들라고 하면 어떨 것 같아요? 밀가루가 필요한 건 아는데,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어떤 순서로 섞어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거예요. 1950년대 과학자들이 딱 그 상황이었어요.
당시 과학자들은 우리 몸속 세포 어딘가에 '생명의 설계도'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부모님 눈 색깔이 자녀에게 전해지고, 강아지한테서는 강아지만 태어나니까요. 그 설계도의 이름이 DNA라는 물질이라는 것까지는 알아냈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 DNA가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였어요. X선이라는 특수한 빛을 DNA에 쏴서 찍은 사진은 흐릿한 얼룩 덩어리뿐이었고,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도 그 얼룩을 보면서 고개만 갸우뚱했죠. 마치 화면이 깨진 유튜브 영상에서 썸네일을 추측하는 것처럼, 힌트는 있는데 정답은 안 보이는 상태였어요. 바로 그때, 미국에서 날아온 스물다섯 살짜리 청년 하나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연구실 문을 두드렸어요.
레고 조각을 이리저리 끼워보듯, 스물다섯 살 청년이 분자 모형을 조립하다 '꼬인 사다리'를 완성했다
그 청년의 이름은 제임스 왓슨이에요. 왓슨은 열두 살 때 라디오 퀴즈 프로그램에 나갈 정도로 호기심 덩어리였고, 스물둘에 벌써 박사 학위를 딴 천재였어요. 그런데 그가 DNA 문제를 푼 방법은 의외로 단순했어요.
왓슨은 영국 물리학자 프랜시스 크릭과 팀을 이뤘어요. 두 사람은 수학 공식으로만 씨름하는 대신, 진짜 레고 블록처럼 생긴 금속·판지 모형 조각을 책상 위에서 이리저리 끼워 맞추기 시작했어요. DNA를 이루는 네 가지 화학 조각—A, T, G, C라고 불리는 '염기'—을 어떤 배열로 놓아야 X선 사진 속 얼룩과 딱 맞아떨어지는지 실험한 거예요.
실패가 수십 번 반복됐어요. 어떤 날은 조각이 안 맞아서 모형이 와르르 무너지기도 했죠. 그러다 1953년 2월 28일, 왓슨이 A는 반드시 T와, G는 반드시 C와 짝을 이룬다는 규칙을 발견하면서 모든 조각이 착착 맞아 들어갔어요. 완성된 모형은 사다리를 빙글빙글 꼬아 놓은 모양, 바로 '이중나선'이었어요. 왓슨과 크릭은 이 발견으로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고, 그 꼬인 사다리 하나가 과학의 역사를 완전히 뒤집어 놓게 돼요.
그 사다리 구조 하나로, 인류는 범인을 머리카락 한 올로 잡고 병의 원인을 유전자에서 찾게 되었다
과학의 역사가 뒤집혔다는 게 과장이 아니에요. DNA의 생김새를 알게 되자, 과학자들은 드디어 설계도를 '읽는' 방법을 연구할 수 있게 됐거든요. 이건 마치 게임 공략집의 언어를 해독한 것과 같아요. 글자를 읽을 줄 알게 되면 모든 스테이지 공략이 가능해지잖아요?
가장 먼저 달라진 건 범죄 수사예요. 범인이 현장에 남긴 머리카락이나 침 한 방울만 있으면 그 속 DNA를 분석해서 범인을 정확히 찾아낼 수 있게 됐어요. 드라마에서 보는 'DNA 감식'이 바로 이거예요. 또 의사들은 어떤 병이 DNA 설계도의 어느 부분이 잘못돼서 생기는지 알아내기 시작했어요. 덕분에 요즘은 특정 유전자를 고쳐서 병을 치료하는 '유전자 치료'까지 현실이 됐고요.
심지어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하거나, 수천 년 전 미라의 정체를 밝히는 일도 DNA 분석 덕분에 가능해졌어요. 이 모든 게 꼬인 사다리 모양 하나를 알아낸 데서 시작된 거예요. 그런데 이 놀라운 사다리, 사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몸속에도 있다는 거 알고 있었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