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 눈 속에 제자를 세워둔 스승의 여덟 글자가 800년을 가뒀다
제자 두 명이 눈 한 자 깊이에서 스승을 기다렸다
스승이 눈을 떴을 때, 문밖 두 제자의 종아리까지 눈이 올라와 있었어요.
1093년 겨울, 양시와 유작 두 사람이 스승을 찾아갔어요.
둘 다 국가 시험인 진사에 합격한 40대 관료들이었는데, 오늘날로 치면 행시를 패스한 중년 공무원들이 선생님 댁 문 앞에 찾아간 셈이에요.
그런데 스승 방 안을 들여다보니 그가 정좌 중이었어요.
정좌는 조용히 앉아 마음을 가다듬는 수양법으로, 쉽게 말해 명상이에요.
두 사람은 깨우지 않기로 했어요. 그냥 밖에서 기다리기로.
문제는 계절이 겨울이었다는 거예요.
눈이 내리고 있었고,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문밖에 서 있었어요.
벼슬을 지낸 중년 관료들이 한 일이에요, 이게.
스승이 눈을 떴을 때 쌓인 눈은 이미 한 자, 약 30cm였어요.
이 일화에서 정문입설(程門立雪)이란 사자성어가 나왔어요.
"스승의 문 앞에서 눈 속에 서 있다"는 뜻으로, 오늘날도 극진한 존경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에요.
그 스승이 바로 정이(程頤)예요.
중국 송나라의 철학자로, 이후 동아시아 전체의 생각 방식을 바꿔놓은 인물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