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좀 가리지 마라디오게네스
햇빛 좀 가리지 마라디오게네스
생일이 되면 우리는 케이크에 초를 꽂는다.
3월 15일이면 3월 15일이고, 7월 7일이면 7월 7일이다.
너무 당연해서 생각조차 안 하는 일이다.
그런데 잠깐, 이상한 점이 있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정확히 365일이 아니다.
365일 5시간 48분 46초쯤 된다.
이 자투리 시간을 무시하면, 몇백 년 뒤에는 한여름에 눈이 오는 달력을 쓰게 된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 자투리를 어떻게 처리할지 머리를 싸매야 했다.
천 년 전, 그 일을 해낸 사람이 있다.
이름은 오마르 하이얌.
놀라운 건, 이 사람이 단순한 천문학자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는 수학에서 아무도 풀지 못한 방정식을 풀었고, 밤이면 술잔을 기울이며 시를 썼다.
수학 교과서에 실려도 이상하지 않고, 시집에 실려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길래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1048년, 지금의 이란 동북쪽에 있는 도시 니샤푸르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
아버지는 텐트를 만들어 파는 장인이었다.
'하이얌'이라는 성이 바로 텐트 제작자라는 뜻이다.
지금으로 치면 '김텐트'쯤 되는 이름인 셈이다.
천문학자나 수학자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출발이다.
하지만 11세기 페르시아는 특별한 시대였다.
이슬람 세계는 학문의 황금기를 지나고 있었다.
바그다드에서 시작된 번역 운동 덕분에 그리스의 유클리드, 아르키메데스,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이 아랍어로 옮겨져 있었다.
도서관이 곳곳에 세워졌고, 수학과 천문학을 공부하면 궁정에서 일할 수 있었다.
어린 하이얌은 이 흐름에 올라탔다.
니샤푸르에서 기초를 배운 뒤, 당대 최고의 학자들을 찾아다니며 공부했다.
그가 특히 빠져든 분야는 대수학이었다.
숫자들 사이에 숨어 있는 규칙을 찾는 학문.
오늘날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X를 구하시오'의 뿌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대 중반, 하이얌은 이미 학자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재능을 눈여겨본 사람이 있었다.
셀주크 제국의 술탄 말릭 샤와, 그의 재상 니잠 알물크였다.
술탄은 하이얌에게 거대한 프로젝트를 맡겼다.
"달력이 엉망이다. 고쳐라."
달력 이야기로 가기 전에, 하이얌이 수학에서 무엇을 해냈는지 먼저 살펴보자.
이게 정말 놀랍다.
방정식이라는 걸 생각해 보자.
쉬운 것부터 시작하면 이렇다.
X + 3 = 7.
답은 4다.
이건 1차 방정식이다.
한 걸음이면 답에 도착한다.
X × X = 9.
답은 3이다.
이건 2차 방정식이다.
두 걸음쯤 걸린다.
그런데 여기서 한 단계 더 올라가면?
X × X × X, 그러니까 3차 방정식의 세계가 나타난다.
이건 마치 미로 속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한 걸음, 두 걸음이 아니라 길이 꼬이고 갈라진다.
하이얌이 살던 시대에는 지금 우리가 쓰는 공식이 없었다.
계산기도 없고, 그래프 용지도 없었다.
그래서 하이얌은 완전히 다른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는 원뿔을 잘랐다.
원뿔을 비스듬히 자르면 타원이 나오고, 똑바로 자르면 원이 나오고, 옆으로 자르면 포물선이 나온다.
하이얌은 이 곡선들을 종이 위에 그린 뒤, 두 곡선이 만나는 점을 찾았다.
그 만나는 점의 위치가 바로 답이었다.
숫자로 풀 수 없으니 도형으로 푼 것이다.
마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하이얌은 이 방법으로 3차 방정식의 모든 유형을 분류하고 풀이법을 정리했다.
이건 당시 세계 어디에서도 아무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유럽에서 3차 방정식의 공식이 발견되기까지는 여기서 500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하이얌은 한 가지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자신의 기하학적 풀이가 아닌, 순수한 숫자만으로 답을 구하는 방법을 찾고 싶어 했다.
"후세의 누군가가 이것을 해낼 것이다"라고 그는 적었다.
실제로 500년 뒤 이탈리아의 수학자들이 그 꿈을 이루었다.
예언자이기도 했던 셈이다.
자, 이제 이 천재 수학자의 다른 얼굴을 볼 시간이다.
하이얌은 밤이면 4행시를 썼다.
페르시아어로 이 형식을 루바이라고 부른다.
네 줄짜리 짧은 시.
그 모음집이 바로 루바이야트다.
그의 시는 이런 식이다.
한 잔의 포도주, 한 조각의 빵, 그리고 그대.
나뭇가지 아래 앉아 함께 노래하면,
이 황무지도 천국이 되리.
어제는 갔고, 내일은 오지 않았다.
우리에게 있는 것은 오직 오늘뿐.
수학 공식을 쓰던 손으로 이런 시를 썼다니, 믿기 어렵지 않은가?
하이얌의 시는 단순하지만 깊다.
핵심 메시지는 하나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의 포도주를 마시고, 오늘의 장미를 바라보라.
이 시들은 수백 년 동안 페르시아에서 조용히 읽혔다.
그런데 1859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영국의 작가 에드워드 피츠제럴드가 하이얌의 시를 영어로 번역해서 출판한 것이다.
처음에는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서점 할인 코너에 5페니짜리로 놓여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시인 단테 게이브리얼 로세티가 이 책을 발견했다.
"이건 걸작이다!"
그가 주변에 알리기 시작하면서 루바이야트는 폭발적으로 퍼져나갔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인들은 엄격한 도덕과 종교 아래 숨 막혀하고 있었다.
"오늘을 즐겨라"는 하이얌의 목소리는 그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루바이야트는 영어권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시 중 하나가 되었다.
마크 트웨인이 읽었고, 오스카 와일드가 읽었다.
심지어 미국의 히피 문화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텐트 장인의 아들이 쓴 4행시가, 800년의 시간을 건너 지구 반대편을 뒤흔든 것이다.
다시 달력으로 돌아오자.
술탄의 명을 받은 하이얌은 천문대를 세우고 별을 관측하기 시작했다.
18년 동안 하늘을 기록한 끝에, 그는 새로운 달력을 완성했다.
잘랄리 달력이라고 불리는 이 달력의 1년은 365.2424일이었다.
실제 1년은 365.2422일이다.
오차가 고작 0.0002일.
이건 5000년에 하루 틀리는 수준이다.
비교해 보자.
우리가 지금 쓰는 그레고리력은 1582년에 만들어졌다.
이 달력의 정확도는 3226년에 하루 틀리는 수준이다.
하이얌의 달력은 그보다 500년 먼저 만들어졌는데, 정확도가 거의 비슷하거나 어떤 계산에서는 더 높다.
오늘날 이란에서 쓰는 이란 태양력은 하이얌의 잘랄리 달력을 기반으로 한다.
천 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계산이 살아 있는 것이다.
하이얌은 1131년, 83세의 나이로 고향 니샤푸르에서 세상을 떠났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죽기 전 책을 읽다가 조용히 기도한 뒤 눈을 감았다고 한다.
그의 무덤은 지금도 니샤푸르에 있다.
장미꽃이 피는 정원 한가운데, 기하학적 무늬가 새겨진 현대적인 기념비가 서 있다.
수학과 시, 두 세계를 모두 품었던 사람에게 어울리는 풍경이다.
하이얌이 우리에게 남긴 것은 달력이나 방정식만이 아니다.
그가 진짜 보여준 것은 이것이다.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다.
어떤 날은 숫자로 우주를 읽고, 어떤 밤은 시로 마음을 읽는다.
논리와 감성이 한 사람 안에서 공존할 수 있다.
아니, 공존해야 더 깊이 세상을 볼 수 있다.
천 년 전 텐트 장인의 아들이 그걸 증명했다.
지금, 우리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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