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고 — 무신정변 주역이 5개월 만에 동료에게 살해된 이유
문신 한뢰가 늙은 대장군의 뺨을 후려쳤다
고려 왕조를 100년간 뒤흔들 쿠데타는 뺨 한 대에서 시작됐어요.
1170년 8월, 개경 근교 왕실 별궁 보현원에서 수박 경기가 열렸어요.
수박은 오늘날로 치면 무술 시합 같은 거예요.
늙은 대장군 이소응이 경기에서 지자, 젊은 문신 한뢰가 그의 뺨을 공개적으로 후려쳤어요.
왕이 보는 앞에서, 수십 명의 신하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였어요.
그 자리에 있던 하급 호위 무관 이고는 옆에 있던 두 사람, 정중부와 이의방과 눈짓을 교환했어요.
그냥 눈짓이 아니었어요.
무신들은 수십 년간 그 꼴을 보고 살아왔거든요.
글씨를 읽는다는 이유 하나로 무인들 위에 군림하던 문신들이, 검과 창을 드는 사람들을 '짐승'이라 불렀던 시대였어요.
회식 자리에서 후배가 선배를 공개적으로 망신시키는 장면 아시죠.
그 한 번이 수년간 쌓인 불만을 전부 터뜨리는 그 장면이요.
그런데 여기서는 그 불만이 수십 년치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