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정(서산대사) - 73세에 조선을 구한 스님의 역설
성문 밖에서만 살아야 했던 스님이 전국 최고 승직을 받았다
조선에서 스님은 도성에 발을 들일 수 없었어요.
그냥 눈치 봐서 피한 게 아니에요.
법으로 막혀 있었어요.
유교 국가 조선에서 불교는 나라가 배척하는 종교였어요.
승려는 사실상 천민과 같은 취급을 받았어요.
오늘날로 치면 특정 종교를 가졌다는 이유로 서울 도심 진입 자체가 법으로 금지된 거예요.
휴정은 바로 그 시대에 태어났어요.
1520년, 평안도에서 태어난 그는 열두 살에 부모를 잃었어요.
갈 곳이 없던 소년은 절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평생을 보냈어요.
그 소년이 나중에 받은 직함은 선교양종판사예요.
선종과 교종, 조선 불교 전체를 총괄하는 최고 수장 자리예요.
선조 임금이 직접 임명했어요.
그런데 그 직함이 바꿔준 건 아무것도 없었어요.
아무리 높은 승직이라도 스님은 여전히 성문 밖의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그 모순이 수십 년 동안 잠잠하다가, 1592년에 갑자기 터져 나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