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카이: 당나라 유학 18개월로 일본 밀교를 바꾼 승려
비밀 주문 10만 번이 귀족 수재를 대학에서 산으로 보냈다
구카이는 당대 일본 최고 엘리트 코스를 스스로 버린 사람이에요.
오늘날로 치면 수능 수석으로 최고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이, 몇 달 만에 자퇴하고 산속 동굴로 들어간 거예요.
774년 지금의 시코쿠(四国) 지방에서 귀족 집안에 태어난 구카이는 18세에 다이가쿠료(大学寮)에 입학했어요.
다이가쿠료는 국가 관료를 길러내는 일본 최고 교육기관으로, 입학 자체가 출세를 보장했어요.
그런데 구카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를 그만뒀어요.
계기는 한 승려에게서 전해받은 수행법이었어요.
코쿠조구몬지호(虚空蔵求聞持法)라고 불리는 이 수행은, 허공장보살의 진언(비밀 주문)을 100만 번 외우면 모든 경전이 머릿속에 새겨진다는 내용이에요.
구카이는 그 주문을 외우러 시코쿠의 해안 동굴과 깊은 산속을 전전했어요.
훗날 그가 수행했다는 동굴은 지금도 시코쿠 88곳 성지순례 코스 중 하나로 남아 있어요.
결국 그가 선택한 건 관직이 아니라 깨달음이었어요.
경전을 모두 외울 수 있는 능력이, 그에겐 어떤 출세보다 가치 있었던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