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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콩트의 '질서와 진보(Ordre et Progrès)'는 사회를 무너지지 않게 붙드는 안정(질서)과 더 나은 쪽으로 바꾸려는 변화(진보)가 맞서는 게 아니라 한 몸으로 가야 한다는 표어예요.
흔들리지 않는 바탕이 있어야 변화도 헛돌지 않는다는 뜻이죠.
자전거를 떠올려 볼게요.
넘어지지 않게 균형을 잡는 힘이 '질서'라면,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진보'예요.
균형만 잡고 멈춰 있으면 결국 쓰러지고, 균형 없이 페달만 세게 밟으면 그대로 고꾸라지죠.
두 힘이 같이 있어야 자전거가 굴러가요.
오귀스트 콩트(1798년~1857년)는 실증주의를 세운 프랑스 철학자예요.
그가 프랑스어로 내건 표어가 'Ordre et Progrès(오르드르 에 프로그레)', 곧 '질서와 진보'예요.
사회를 지금 모습 그대로 지키려는 사람과 확 뒤집어 바꾸려는 사람은 늘 부딪쳐요.
콩트는 이 둘이 원수가 아니라 짝꿍이라고 봤어요.
안정된 질서가 있어야 진보가 폭주하지 않고, 진보가 있어야 질서가 낡은 채 굳지 않는다는 거죠.
콩트가 살던 시대의 프랑스는 크게 흔들리고 있었어요.
그는 1822년에 《사회를 재조직하기 위해 필요한 과학적 작업의 계획》이라는 글을 발표했는데, 제목 그대로 어지러워진 사회를 다시 짜맞추려는 고민이었죠.
여기서 두 부류가 다퉜어요.
옛 질서로 돌아가자는 쪽은 '질서'만 외쳤고, 다 갈아엎자는 쪽은 '진보'만 외쳤죠.
콩트가 보기엔 둘 다 반쪽이었어요.
질서만 있으면 사회가 숨 막히게 굳고, 진보만 있으면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느라 아무것도 못 쌓아요.
그래서 그는 한쪽을 고르는 대신 '질서와 진보'를 한 문장에 묶어 버렸어요.
싸우던 두 구호를 억지로 손잡게 한 셈이죠.
콩트는 사회를 두 각도로 봤어요.
하나는 사회가 무너지지 않게 버티는 '뼈대'를 보는 눈이고, 다른 하나는 사회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자라는지를 보는 눈이에요.
앞엣것이 질서, 뒤엣것이 진보에 해당해요.
집짓기로 바꿔 볼게요.
튼튼한 기초와 기둥이 '질서'라면, 그 위에 층을 하나씩 올리는 일이 '진보'예요.
기초 없이 층부터 올리면 와르르 무너지고, 기초만 다지고 층을 안 올리면 그냥 빈 땅이죠.
콩트에게 좋은 사회란 든든한 기초 위에서 차근차근 높아지는 건물이었어요.
그래서 질서는 진보를 막는 브레이크가 아니라, 진보가 안전하게 달리도록 깔아 주는 길이었던 거예요.
이 표어는 종이 위 문장으로 끝나지 않았어요.
1889년, 브라질에서 군부가 페드루 2세 황제를 몰아내고 공화국을 세웠는데, 이때 새 나라의 국기에 콩트의 표어를 그대로 새겨 넣었어요.
오늘날 브라질 국기 한가운데 파란 공을 가로지르는 흰 띠에 적힌 'Ordem e Progresso(오르뎅 이 프로그레수)'가 바로 그 포르투갈어판 '질서와 진보'예요.
먼 나라의 철학자가 만든 짧은 구호가 지구 반대편 국기에 올라간 거죠.
그만큼 '흔들림 없이, 그러나 앞으로'라는 생각이 새 나라를 세우려는 사람들 마음을 건드렸다는 뜻이에요.
콩트의 '질서와 진보'는 안정과 변화 중 하나를 고르라는 말이 아니라, 둘을 같이 붙들라는 말이에요.
자전거의 균형과 페달처럼, 집의 기초와 층처럼, 질서가 있어야 진보가 헛돌지 않고 진보가 있어야 질서가 낡지 않아요.
서로 싸우던 두 구호를 한 문장으로 묶어 낸 이 표어는, 종이를 넘어 1889년 브라질 국기에까지 새겨지며 130년 넘게 살아남았어요.
다음에 국기를 볼 일이 있다면, 거기 적힌 '질서와 진보'가 바로 콩트에게서 온 말이라는 걸 떠올려 봐도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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