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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고귀한 야만인'은 문명에 물들기 전의 인간이 원래 착하고 순수했다는 생각을 가리켜요. 흔히 루소의 대표 주장으로 소개되지만, 정작 루소는 이 표현을 만들지도 즐겨 쓰지도 않았고 원시로 돌아가자고 말한 적도 없어요. 그는 자연 상태의 인간이 특별히 착했다기보다, 아직 남과 자신을 견주며 시기하는 마음이 없었을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도시도 돈도 신분도 모른 채 숲에서 자란 사람을 한번 떠올려 볼까요.
학원도 SNS도 명품 가방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요.
그런 사람이 오히려 도시에 사는 우리보다 더 정직하고 마음이 맑을 것 같다는 그림, 이게 바로 '고귀한 야만인(noble savage)'이라는 말이 그리는 이미지예요.
여기서 '야만인'은 욕이 아니라 그저 '문명 바깥에서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고귀한'은 그 사람이 화려한 귀족보다 오히려 순수하고 곧다는 뜻이고요.
즉 문명이 사람을 더 낫게 만든 게 아니라 오히려 사람을 비뚤어지게 만들었고, 문명을 모르는 사람이 더 착하다는 생각이 이 말 한마디에 담겨 있는 거죠.
많은 책과 인터넷 글이 "루소가 고귀한 야만인을 주장했다"고 소개해요.
그런데 이건 사실 오해예요.
사상사를 연구한 아서 러브조이(Arthur Lovejoy)는 이 통념이 루소의 생각을 왜곡한 것이라고 딱 잘라 지적했어요.
루소는 이 표현을 자기 사상의 간판으로 내걸지 않았고, 무엇보다 "옷을 벗고 다시 숲으로 돌아가자" 같은 문자 그대로의 원시 복귀를 이상으로 내세운 적이 없어요.
흔히 루소의 명언으로 알려진 '자연으로 돌아가라'라는 말도 마찬가지예요.
이 표현은 정작 루소의 글 어디에서도 원문 그대로 확인되지 않아요.
후대 사람들이 그의 사상을 짧게 요약하다 만들어낸 구호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고귀한 야만인'은 루소 본인의 주장이라기보다, 루소를 읽은 사람들이 씌운 별명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해요.
루소가 실제로 그린 자연 상태의 인간은 '착한 영웅'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아주 단순한 존재였죠.
이걸 이해하는 열쇠가 그가 구별한 두 가지 마음이에요.
하나는 '자기애(amour de soi)', 다른 하나는 '이기심(amour-propre)'이에요.
루소는 이렇게 말했어요.
"L'amour de soi-même est un sentiment naturel... L'amour-propre n'est qu'un sentiment relatif, factice, né dans la société."
풀이하면, 자기애는 모든 동물이 자기 몸을 지키려 하는 자연스러운 마음이라 인간에게서는 연민과 만나 오히려 인간다움과 덕을 낳아요.
반면 이기심은 사회 속에서 생겨난 인위적인 마음으로, 남보다 나를 더 높이려다 사람들 사이의 온갖 다툼을 불러온다는 거예요.
| 자기애 | 이기심 |
|---|---|
| 내 몸을 지키려는 자연스러운 마음 | 남과 견주어 나를 더 높이려는 마음 |
| 연민과 만나 인간다움을 낳음 | 시기·다툼·허영을 낳음 |
| 자연 상태부터 있던 것 | 사회 속에서 생겨난 것 |
자연 상태의 인간이 순해 보이는 건 특별히 도덕적으로 착해서가 아니라, 아직 '이기심'이 없어서예요.
비교할 이웃도, 자랑할 재산도 없으니 남을 부러워하거나 짓밟을 이유가 없었던 거죠.
'루소=원시로 돌아가자'로 오해하면, 그를 문명을 통째로 거부한 몽상가로 보게 돼요.
하지만 루소의 진짜 문제의식은 "왜 사람들이 서로 비교하고 시기하게 되었나"였어요.
그가 겨냥한 건 숲이 아니라, 남과 견주며 허영에 시달리는 우리 마음이었던 거죠.
오늘 우리도 남의 SNS를 보며 초라해질 때가 있잖아요.
그 초라함은 내 몸을 지키려는 자기애가 아니라, 남과 나를 저울에 올리는 이기심에서 와요.
루소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숲으로 도망가라'가 아니라, 그 저울을 한 번쯤 내려놓아 보라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고귀한 야만인'은 문명 이전 인간이 순수하고 착했다는 그림이에요.
하지만 루소가 만든 말도, 그의 핵심 주장도 아니에요.
그는 자연 상태 인간을 착한 영웅이 아니라 '아직 이기심이 없는 단순한 존재'로 보았고, 남과 비교하는 마음이 사회 속에서 생겨나 다툼을 낳았다고 진단했어요.
그러니 이 주제를 만나면 '루소가 원시로 돌아가자고 했다'가 아니라, '루소는 우리를 비뚤어지게 만든 비교하는 마음을 파고들었다'로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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