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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는 덕이면 충분하다안티스테네스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숲속 원시 생활로 되돌아가라는 뜻이 아니라, 사회가 덧씌운 남과의 비교와 허영을 벗고 자기 자신을 지키는 자연스러운 마음을 되찾으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말은 '뒤로 가라'가 아니라 '본래의 나를 회복하라'에 가깝습니다.
캠핑장에서 누가 "아,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하면 보통 도시를 떠나 숲에서 살고 싶다는 말로 들리죠.
그런데 루소가 말한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그런 뜻이 아니에요.
오히려 "세상이 너를 비뚤어지게 만들기 전의 원래 네 모습으로 돌아가라"에 훨씬 가깝습니다.
장자크 루소는 1712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태어나 1778년 프랑스에서 세상을 떠난 계몽사상가예요.
그는 문명과 사회가 발전할수록 사람이 점점 순수함을 잃는다고 봤습니다.
1750년에 낸 《학문예술론》에서 이미 그는 학문과 예술이 도덕을 맑게 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사람을 꾸미고 뽐내게 만들어 타락시켰다고 주장했어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바로 이 생각의 한 줄 요약입니다.
사회가 씌운 껍데기를 벗고, 사람이 본래 타고난 순한 마음을 되찾자는 것이죠.
루소가 말하는 '자연스러운 마음'을 이해하려면 그가 나눈 두 가지 감정을 보면 쉬워요.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추우면 옷을 입는 것처럼 자기 몸을 스스로 챙기는 마음이 하나 있고, "쟤보다 내가 더 좋은 걸 먹어야 해"처럼 남과 견주며 이겨야 만족하는 마음이 또 하나 있죠.
루소는 앞의 것을 '자기애(amour de soi)', 뒤의 것을 '이기심(amour-propre)'이라고 불렀어요.
그의 원문은 이렇습니다.
"L'amour de soi-même est un sentiment naturel(자기애는 자연적인 감정이다)"이고, "L'amour-propre n'est qu'un sentiment relatif, factice, né dans la société(이기심은 사회 속에서 생겨난 상대적이고 인위적인 감정에 불과하다)"라고요.
즉 앞의 것은 타고난 자연이고, 뒤의 것은 사회가 만들어낸 가짜라는 거예요.
| 자기애(amour de soi) | 이기심(amour-propre) |
|---|---|
| 타고난 자연스러운 감정 | 사회 속에서 생긴 인위적 감정 |
| 나 자신을 지키려는 마음 | 남보다 앞서려는 비교의 마음 |
| 연민과 이어져 인간성·덕을 낳음 | 서로에게 해를 끼치는 원인이 됨 |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결국 이기심에 물든 나를 내려놓고 자기애의 자리로 돌아가라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가장 흔한 오해를 짚고 갈게요.
많은 사람이 루소를 "옷 벗고 숲에서 원시인처럼 살자고 한 사람"으로 기억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연구자 아서 러브조이는 루소가 원시 상태로 문자 그대로 되돌아가는 것을 이상으로 내세운 적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흔히 루소가 만들었다고 알려진 '고귀한 야만인' 이야기도 실은 그의 생각을 왜곡한 통념이에요.
더 놀라운 사실도 있어요.
'자연으로 돌아가라'라는 이 유명한 문장 자체가, 지금 남아 있는 영어·프랑스어·한국어 백과사전 어디에서도 루소가 쓴 원문 그대로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한국어 위키백과조차 이 말을 '널리 알려진 명언'이라고만 소개할 뿐 정확한 출처를 대지 못해요.
그러니까 이 경구는 루소가 직접 쓴 문장이라기보다, 후대 사람들이 그의 생각을 짧게 줄이면서 굳어진 요약일 가능성이 큽니다.
스마트폰을 초기화하면 처음 상태로 돌아가지만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버리는 건 아니듯, 루소도 문명을 버리라고 한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본래 마음을 회복하자고 한 거예요.
이 이야기가 300년 전 옛말 같지 않은 이유가 있어요.
우리는 지금도 SNS에서 남의 여행 사진, 남의 성적, 남의 집을 보며 나와 견주죠.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남들 다 있으니까' 무언가를 사기도 하고요.
루소식으로 말하면 이건 자기애가 아니라 이기심이 시키는 일이에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이럴 때 이렇게 물어보라는 말로 읽을 수 있어요.
"이건 내가 정말 필요해서 원하는 걸까, 아니면 남에게 뒤지기 싫어서 원하는 걸까?"
필요와 허영을 구별하는 것, 남의 시선이 씌운 껍데기를 한 겹 벗겨 보는 것.
숲으로 떠나지 않아도 우리는 지금 여기서 그 연습을 할 수 있습니다.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원시 시대로 뒤돌아가라는 명령이 아니라, 사회가 덧씌운 비교와 허영을 벗고 타고난 자연스러운 마음으로 돌아가라는 초대였어요.
그 마음이 바로 나를 스스로 챙기는 '자기애'이고, 반대편에는 남과 견주다 서로를 해치는 '이기심'이 있었죠.
그리고 이 유명한 문장은 루소가 직접 쓴 원문으로 확인되지 않는, 후대의 요약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 두면 좋겠습니다.
다음에 이 말을 들으면 '숲으로 가라'가 아니라 '본래의 너로 돌아오라'로 바꿔 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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